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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나 작가가 드라마작가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조언

‘신의’를 통해 소설을 알게 됐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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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의>는 끝났지만 송지나 작가에게 그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였다. 좀처럼 자신의 곁을 떠날 줄 모르는 그 이야기들을 작가는 소설 『신의』 안에 담아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건들과 감정들이 책 속에서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작가만이 알고 있었던 진짜 『신의』 이야기다.



『신의』를 쓰면서 소설을 알게 되었다

원작의 재탄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대부분 ‘차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연 무엇이 원작과 다른지, 그것이 가장 궁금한 것이다. 소설 『신의』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했던 것도 바로 그 ‘차이’였을 것이다. 드라마 <신의>에는 없고 소설 『신의』에는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가 첫 번째 관심사였다. 하지만 소설 『신의』가 품고 있는 것은 ‘차이’가 아닌 ‘깊이’였다. 드라마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하고 들려주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까닭이다.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위해 지난 6월 27일, 송지나 작가가 독자들과 만났다. 오랜 시간 그녀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 온 시청자들과의 만남이기도 했다. <여명의 눈동자>를 시작으로 <모래시계>와 <카이스트> <태왕사신기>를 거쳐 <신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브라운관 앞을 지켜주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 송지나 작가는 자신을 드라마 작가가 아닌 신인 소설가로 소개했다. 그리고 소설 『신의』 안에 담긴 자신과 인물들의 이야기와 시간에 대해 말했다.

『신의』 1권은 서비스 차원에서 썼던 것 같아요. 드라마 <신의>가 끝난 후에 뭔가 성에 차지 않고 여운이 남았던 시청자 분들을 위해서요. 그래서 제가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들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드라마 대본을 소설로 옮기는 방식으로 썼더니 한 달도 안 돼서 책 한 권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문득 ‘이렇게 빨리 써내는 게 맞는 건가’ 싶더라고요. 2권을 쓰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는데, 점점 욕심이 커지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신의』 2권은 대본을 내려놓고, 그동안 썼던 이야기들도 다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드라마 <신의>는 끝났지만 송지나 작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남아있었다. 그것이 소설 『신의』를 탄생시킨 단 하나의 이유였다. 드라마 <신의>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의 초안은 송지나 작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지만, 김종학 감독과 얘기를 나눌수록 자신 안에서 커져가는 이야기들을 멈출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에 이어 다시 한 번 김종학 감독과 손잡고 <신의>를 만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신의>는 제작여건상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그 이야기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송지나 작가는 소설 『신의』를 써내려갔다.

“소설은 정말 드라마와 다르더라고요. 드라마는 대사 부분에만 신경을 많이 쓰면 되거든요. 감정이나 심리는 지시문으로 전달하면 돼요. 그런데 소설은 모든 단어 하나하나가 다 남는 거고, 뭔가 전달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정확한 표현을 찾다 보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어요.”

드라마에서 소설로 이야기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작가의 고민 역시 달라졌다. 드라마 작가로서 그녀가 고민했던 것은 ‘시청자들은 어떤 대사와 엔딩을 좋아할까’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시청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송지나 작가는 단어와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단어를 찾고,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다듬었다. 소설가로서 새롭게 마주한 그 고민들 끝에서 『신의』가 탄생했다. 드라마 작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녀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었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선보였던 『신의』 1권과는 달리 2권을 쓰는 데는 무려 5개월이 걸렸다. 지난한 싸움이 계속되었지만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그 시간들 속에서 소설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고.


[출처: SBS]

글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신의』를 쓰면서 송지나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드라마를 통해 전달되지 못했던 인물들의 심리와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었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인물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소리와 마음은 송지나 작가의 것이기도 했다.

“마지막 부분에 최영이 검의 무게에 대해서 느껴가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이 드라마에서는 많이 생략돼서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실 최영의 검의 무게는 저의 글의 무게와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갔었거든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축, 하나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무겁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너무나 사색적이고 드라마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죠. 제가 욕심을 낸 부분이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까 『신의』를 출간하면서 이 이야기를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드라마 <신의>의 대본을 쓰는 동안 송지나 작가는 글의 무게를 체감했다. 계속 글을 써야할까, 고민했던 시기였다. 지금까지 송지나 작가의 작품에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온 독자들이 그 고통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신의』의 독자들은 작가를 채근하기보다 응원했다. 작품을 쓰는 시간 동안 작가가 행복해야 독자 역시 작품을 읽으며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작가의 오랜 벗이기도 한 독자들은 『신의』가 송지나 작가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는 치유의 길이 되기를 바랐다. 그 마음들을 전해 받은 작가는 『신의』는 정말 마음이 많이 다치면서 힘들게 쓴 작품이지만, 이 작품 때문에 글을 쓸 명분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날 송지나 작가와 만나기 위해 찾아온 독자들 중에는 그녀와 같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도 있었다. 작가는 그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시간보다 자신의 생각을 하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해요.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고 드라마를 보면, 다른 사람이 쓴 드라마와 비슷한 작품밖에 쓰지 못하거든요. 자신만의 작품을 쓰려면 상상력을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는 책 읽는 게 최고예요. 훌륭한 책보다 자신한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돼요. 처음에는 짧고 빈약한 책을 읽더라도 읽다보면 점점 더 깊이 있는 책을 많이 읽고 싶어져요. 그게 책을 읽는 사람의 습성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을 필요 없어요. 자신이 재밌는 책을 계속해서 많이 읽어나가면 돼요. 그리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연습을 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밖에 쓰지 못해요. 소설의 등장인물이 모두 똑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거죠. 항상 사람을 관찰하고 그걸 잊지 않으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재료가 돼요. 관찰했던 사람들을 조합하면 자기만의 한 사람이 탄생하는 거죠. 그 과정을 재밌어하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송지나 작가는 다른 작가가 쓴 드라마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드라마도 시청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탈고한 뒤에는 다시 읽지 않는다. 지난 작품의 이야기를 반복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연기자 김미경은 이러한 작가의 노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드라마 <카이스트> 때부터 함께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 오랜 우정으로 김미경 씨는 이 날 송지나 작가와 함께 『신의』의 독자들을 만났다.

김미경: “연기자들이 송 선생님 작품을 선호하고 출연을 원하는 이유는, 내가 연기자가 되기를 잘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아시다시피 드라마 <신의>는 대본대로 촬영하지 못한 부분이 참 많아요. 그래서 저도 소설 『신의』를 보면서 그 속에서 같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이 부분을 촬영했어야 했는데’하고 아쉬워하면서 읽고 있죠.”

드라마와 소설은 장르가 다를 뿐, 자신에게는 그저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는 송지나 작가. 그녀는 언제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다. 소설가로서 새로운 첫 발을 내딛은 작품 『신의』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가 그토록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보여주고 싶었던 감정들은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이야기들을 떠나보낼 작가만의 방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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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
송지나 저 | 비채
드라마에서 소설로 진화한 『신의』! 고려시대의 무사 최영, 현대의 여의사 유은수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진정한 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판타지와 역사의 경계에서 피어난 사랑이야기로 스피드한 문체, 기발한 착상, 무규칙한 형식 등 결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가 송지나만의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개성에 충실한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긴장과 충돌을 유발하고, 영상의 한 장면처럼 짧게 조각내어 병치한 단락들은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끊임없이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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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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