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게임이 안 풀리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최효종의 추파’ ③ 전 야구선수 박찬호 학생으로 돌아가서 삶과 야구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는 아직 멀었다
야구광 최효종이 만난 세 번째 인물은 최근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를 펴낸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지난해 현역 선수를 은퇴하고 자서전 집필에 몰두한 박찬호는 30년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았다.
한국 야구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고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 그는 고국에서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희망으로 2011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 연봉을 기부하고 은퇴 후 대한민국의 야구 인프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현역 선수를 은퇴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박찬호는 “다시는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찰나의 미련을 느꼈다.”고 했다. ‘야구 하나만 알고 야구 하나만 해왔던’ 박찬호의 인생 후반전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기대감 속에 박찬호가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를 펴냈다. 지난 6월 13일, 박찬호장학재단 사무실에서 최효종과 만난 박찬호는 “야구선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보니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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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이 많이 되잖아요.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흥분도 되지만 긴장도 많이 되거든요.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는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본인만의 비결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박찬호: 루틴을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루틴이 없으면 상황이나 환경에 의해서 많이 흔들려요. 예를 들면, 저는 오늘 효종 씨를 만난다고 해서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왔어요. 우리가 행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말하는 데 있어서도 루틴이 있거든요. ‘3초를 생각하고 이야기 하자’라는 루틴대로 행동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막힘 없이 얘기할 수 있겠죠. 야구도 마찬가지에요. 실전에서 구체적으로 루틴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루틴 routine: 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으로, 야구에서는 선수들이 나름대로 만든 규칙적인 습관을 뜻할 때 사용한다)
최효종: 야구장에서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시는 건가요?
박찬호: 그렇죠. ‘내가 긴장을 하고 있는지 체크를 하겠다, 긴장을 한다면 다리를 빼겠다, 마운드 아래로 내려오겠다, 호흡을 하겠다, 그리고 어떤 공을 던질 건지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그려 놓겠다, 다시 마운드로 올라가서 포수의 사인을 보겠다’ 라는 식이죠. 나중에는 습관이 돼서 루틴이 빨라져도 생각이 정리가 돼요. 그랬을 때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어요. 성적의 편차가 심한 건, 자기의 루틴이 없거나 의심이 굉장히 크다는 거예요. 프로 세계에 들어와서도 성적이 좋다가 나쁘다가 하는 것은 같은 프로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 선수한테 내가 지는 것은 당연한 거야’라고 생각하되 ‘또 다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믿으라는 거죠. 저는 루틴을 통해서 위기감을 미리 구상하고 야구장에 들어가면 복습을 했어요.
최효종: 경기를 복습처럼 생각하셨던 거네요. 완벽한 마인드 컨트롤인 것 같은데요.
박찬호: 실전이라고 생각하면 불안한데 복습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그래서 저는 경기를 복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마운드에 올라가면 더 배고픈 사자처럼 해야죠. ‘저 타자를 이겨야겠다’는 공포를 뛰어넘어서 내가 어떻게 공을 던지겠다는 생각이 정말 절실해야 해요. 그러면 집중력이 생겨요. 승패를 초월해서 내가 할 일에 몰입하는 것이 승리를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현장을 복습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즐기자’ 라는 거죠. 즐거움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할 때 생겨요.
최효종: 방금 해주신 말씀은 저도 꼭 새겨들어야 할 것 같네요.
박찬호: 최효종 씨도 똑같을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멤버들과 상의할 때는 즐겁잖아요. 그런데 녹화가 시작됐을 때 그런 생각을 하면 큰일 나잖아요. 사람들의 반응이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져요. 그건 효종 씨가 컨트롤 할 수 없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즐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효종: 저는 제가 뭐든지 즐기면서 했다면, 실패하더라도 ‘후회 없이 잘했다’는 칭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박찬호: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요? 패배예요. 승리는 자기가 마음먹고 하다 보면 이룰 수 있어요. 패배는 마음먹고 하려고 해도 잘 안 돼요. 일부러 지는 게 왜 어렵냐면, 부담이 없으니까 몸이 이완되거든요. 이완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요. 그러면 상대가 못 치는 거죠. 제가 124승을 했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은 승리는 ‘오늘 경기는 져도 되지’라고 생각할 때 이룬 거예요.
최효종 “저는 제가 뭐든지 즐기면서 했다면, 실패하더라도 ‘후회 없이 잘했다’는 칭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는 아직 멀었다
최효종: 류현진 선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전망했었죠. 첫 해는 힘들 거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가서도 잘할 거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요. 현재까지는 성공을 장담한 분들의 이야기가 맞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박찬호 선수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박찬호: 제가 미국에 갈 때는 많은 분들이 알지 못했어요. 성공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을 거예요. 사례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도전을 했던 이유는 성공하면 어떨 거라는 그림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또 실패하면 어떨 거라는 그림도 없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아이였어요. 뭔가 새로운 걸 계속 경험해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어요. 그래서 담벼락에 오르고 옥상에 올라가고, 야밤에 산에 가거나 공동묘지에 가기도 했어요. 미국에 진출할 때도, 그런 사례는 없었지만 그냥 가보고 싶었어요. 한국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선동렬, 최동원, 장종훈, 이런 선수들이 제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메이저리그라는 새로운 곳을 보고, 그곳에 가면 어떨지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건지 경험해 보고 싶었던 거예요.
최효종: 어릴 적부터 도전 의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미국에 갔을 때는 두려움이 많으셨을 텐데요. 처음이었으니까요.
박찬호: 미국에 가서도 계속 도전하고 절박함을 경험하면서 성공한 거죠. 그 성공이 이후의 김선우, 서재응, 송승준과 같은 선수들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만든 거예요. 저는 아마추어에서 최고가 아니었는데 메이저리그에 가서 성공했어요. 그런데 류현진 선수는 아마추어에서 최고가 아니라 한국 야구에서 최고 선수가 간 거예요. 검증이 된 거잖아요. 그러면 지금 같은 성적을 당연히 내야 돼요. 하지만 지금 성적을 두고 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지금까지 6승을 했는데, 6승에 대한 성공이에요. 다만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는 아직 멀었다는 거죠. 이제 류현진 선수만의 창조적인 부분을 밀고 나가야 해요. ‘한 시즌 19승, 20승’ 그리고 ‘월드시리즈 챔피언 경기의 마지막 선발 투수, 승리투수’처럼 박찬호가 창조해내지 않은 것들을 해내야죠.
최효종: 류현진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크시네요.
박찬호: 그럼요. 앞으로 류현진 선수가 해낼 거라고 생각하고요. 후배들에게 엄청난 메시지가 전해질 거예요. 메이저리그에 도전해서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는 거죠. 박찬호와는 다른 18승 선수, 류현진과 다른 첫 회에 7승 선수, 한국 최초 신인왕 선수가 나올 거예요. 그들이 모이면 한국 야구의 힘이 되는 것이고, 사회의 동력이 되는 거죠. 현진이가 이런 생각과 목표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시선으로 응원을 했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시작한 기부 활동
최효종: 한화에 입단했을 때 연봉을 기부하셨고, 은퇴 후에도 유소년들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의 인세도 유소년들을 위해서 기부하겠다고 하시고, 유소년 야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으시고 적극적이신 것 같아요.
박찬호: 저도 거기에서 왔으니까요. 우리는 다 거기에서 왔으니까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다음에 또 다시 거기에서 발전해나갈 거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 장훈 선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았어요. 장훈 선수의 비극을 책에서 읽고 야구선수로 성공해야겠다는 메시지를 받은 거예요. 어떻게 보면 충격적이었어요. ‘내가 하고 있던 노력이 보잘것없는 것이었구나, 이런 노력을 해야 되는 구나’ 생각했죠. 특히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야구 외에도 어려운 장애들이 있잖아요. 그걸 극복한 선수인데, 정말 훌륭한 거죠.
최효종: 어떻게 보면 메이저리그 진출과도 관계가 있었겠습니다.
박찬호: 네.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에 간 것도 그 영향일 수 있어요. 미국에 가서 문화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도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해질까’ 생각하면서 이겨냈던 것 같아요. 기부를 하는 것도 저를 끊임없이 지켜주었던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한 거예요. 그리고 뭔가 창의적인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기부를 통해서 구단과 작품을 만드는 거죠. 한국 야구는 구단과 선수가 항상 갈등이 있었어요. 구단은 선수를 조금 더 존중하고, 선수는 구단을 통해서 더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죠. 그렇게 소통이 되고 화합이 돼야 팬들에게 보답이 되잖아요. 앞으로 야구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야구 기술로써 성공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가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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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61킬로미터의 강속구를 던지던 대한민국 첫 번째 메이저리거, 그는 바로 ‘박찬호’다. 그는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한국 사람이 거구의 서양 타자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스트라이크를 얻어내고 포효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 하지만 영웅은 우리의 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