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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카프카 글/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도날드닭을 탄생시킨 만화가 이우일의 카툰 에세이. 투덜 고양이 카프카의 시선으로 그려낸 그림일기이자, 촌철살인 유머에세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면서 하찮은 일에 대판 싸우고, 자기의 개성은 존중해달라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모습들이 카프카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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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때문에 털 달린 동물이라면 질색하시는 할머니와 같이 사는 나는 어려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꿈이었는데, 키우자고 졸랐던 건 항상 강아지였지 고양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귀여운 얼굴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와는 달리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것 같은 고양이는 좋아하기는커녕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고양이 ‘카프카’는 좀 다르다. 눈처럼 새하얀 털에 동그랗고 파란 눈, 거기에 겁이 많고 소심하단다. 한쪽 송곳니가 누워 난 관계로 한쪽 송곳니만 내놓은 채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좋아하는 자세는 사람처럼 두 다리 뻗고 앉기라니, 귀엽잖아~!
카프카는 이 책에서 자신을 한숨짓게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토로한다.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드는 만화가 이우일 씨, 집 안의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말단’ 그의 아내, 아빠보다 고양이가 우선인 초딩 딸 은서, 그리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몇몇 엑스트라들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시시콜콜한 사건?사고들을 43가지 에피소드로 엮어 그림일기로 담았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단연 이우일인데, 카프카가 바라본 그는 대충 이렇다. 1. 일본 공포 영화를 보고는 무서워서 2층의 자기 작업실에도 못 올라간다. 2. 쓸데없는 수집품에 대한 집착은 엽기적인 수준으로 오래된 물건은 하나도 못 버리면서 집착을 버리란다. 3. 가만히 누워 마구 부려먹으면서 진정한 가족이란다. 4. 혼자 있는 게 편하다면서 밤이면 밤마다 외로움에 시달린다. 5.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각종 비타민은 복용하면서 못 말리는 골초다. 대충 봐도 골 때리는 소심쟁이이자 모순 덩어리이지 않은가.
‘만약 내가 카프카라면 방금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이우일의 고백은 카프카의 시선을 빌려 써내려 갔기에 더 코믹하고 더 진솔하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한 실수부터 숨기고 싶은 신체적 비밀까지 거침없이 담았으니 누구보다 용감한 자기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철없고 한심한 인간들을 보며 툭툭 내뱉는 카프카의 시크한 발언에 낄낄거리며 웃는 사이, 남들에게는 숨겼지만, 가족들에게만 보였던 못난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삐뚤어진 내 마음 한구석이 들춰진 것 같아 뜨끔하기도 하다. 그러다 나중엔 우리가 쓸데없이 집착하고 고민했던 문제들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는 카프카를 보며 그 여유를 닮게 되고, 따뜻한 위로마저 받는다.
우리를 비웃는 카프카도 사실은 허점투성이다. 쥐를 무서워하는 주인은 무시하면서 자신은 정작 쥐를 본 적도 없고, 손도 안 씻고 자기를 쓰다듬는 인간들을 더럽다고 깔보지만 자기는 뭉친 털에 응가나 묻히고 다닌다. 이런 카프카이기에 도도한 그의 멘트들은 어처구니없이 우습고 오히려 사랑스러운 것 일거다.
카프카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건 각 에피소드에 들어간 그림들이다. 귀여운 카프카의 모습은 물론이고, 생생한 상황표현과 4차원적인 멘트들로 가득한 이 페이지들은 분명 만화가 이우일의 열혈팬들을 배로 늘릴 것임에 틀림없다. 사는 게 지루해서 힘들다거나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본 지 오래되신 분,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주저 말고 이 책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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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소설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책을 만들기도 하는 만화가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여행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한다. 만화적 상상력이 손끝에서 무한하게 샘솟는 그는 재치 있는 유머와 톡톡 튀는 캐릭터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가다. 웃음이 절로 나오는 수필을 쓰기도 하고,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만화를 그리기도 하며, 여행하면서 멋진 사진을 찍어 책으로 만들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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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정 (문학, 인물 담당)
책상에 쌓인 책들과 함께 꿈을 그리는 YES24 문학, 인물 분야 주니어 MD입니다. 장난기도 웃음도 많지만 걱정이 있는 날이면 밤잠을 설치고 마는 소심한 성격입니다. 유쾌한 에세이, 해피엔딩의 소설처럼 활짝 웃는 날들로 인생을 채워가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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