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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는 것 같은 행복감 - 『창가의 토토』
형편없는 기억들과 상처뿐인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아직까지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할 줄 알며, 좋은 음악에 행복해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생활에 지쳐 있는 성인들이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흔히들 입에 담는 것 중 하나가 “학창 시절 때가 가장 좋았지.”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포근한 미소로 훌륭한 조언을 해주실 것 같은 선생님과 눈빛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좋은 친구들, 봄향기 가득한 햇살이 비추는 창가의 가장 좋은 자리, 사랑과 행복의 기운이 가득한 점심 시간, 당시에는 세상 끝에서나 존재할 것 같았던 무거운 고민거리들…… 모두가 그립고 소중한 추억들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전 “학창 시절에 좋은 기억 따위는 전혀 없어.”라고 말하고 다닐 만큼 좋은 추억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언가 아쉽고 서글픈 일이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은 생활의 시작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공포와 선입견이 생기게 되었죠. 1학년 때 담임이던 선생님의 교육 방법 같은 건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벌을 주는 행위에 대해선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8살짜리 꼬마 아이는 사고에 대한 판단에 옳고 그름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주 잘못을 합니다만, 그에 따르는 선생님의 벌은 너무 잔인하고 변태적인 행위였는데요, 비닐봉지를 머리에 씌우고는 뒤에서 입구를 꽉 조여서 숨을 못 쉬게 한다든지, 어른 힘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꼬마의 손목을 붙잡고 책상을 세게 내리친다든지, 자신의 손바닥만 한 아이의 얼굴을 인정사정없이 때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죠. ‘사랑의 매’라는 행위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당시의 한참 잘못된 방식의 처벌에 대해선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잔인한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내가 잘못해서 벌을 받는다는 기분보단 ‘아,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라는 공포가 훨씬 더 컸으니까요. 4,5학년 때 담임선생님도 매를 많이 때리시긴 했지만 ‘정말 좋은 분이셨지.’라는 기억이 있습니다만 나머지 4년의 초등학교 생활은 정말 지긋지긋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를 읽으면서 ‘아, 난 정말 슬픈 학창 시절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에 몹시 서글퍼졌습니다만, 이와사키 치히로의 너무도 예쁜 그림과 도모에 학원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에 당시 받았던 상처들이 모두 치유되는 것 같은 행복감이 몰려왔습니다. 뭐 물론 잠시 잠깐 동안의 여운이였지만 말이죠. 『창가의 토토』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며 더구나 가슴속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형편없는 기억들과 상처뿐인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아직까지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할 줄 알며, 좋은 음악에 행복해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이렇게 변치 않고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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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야나기 테츠코> 저/<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김난주> 역9,900원(10% + 5%)
도모에 학원이라는 초등학교에서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저자가 겪은 아름다운 한 시절을 그리고 있다. 지금의 대안학교 격인 이 초등학교에서는 자연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스승과,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리는 탁월한 수업방식이 있었다. 물질은 넘쳐나지만 모진 학업과 과외에 시달려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