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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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인생에 있어 아주 큰 부분은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영향 받으며 깨우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혼자서 살아가며 깨우치는 자기성찰적인 요소보다는 타인과의 조우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대립하며 생기는 번뇌와 고충으로 얻어지는 요소가 더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좀 더 다른 의미로는 내가 혼자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보단 타인과 교류하며 얻는 지식과 정보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효율적이란 의미도 됩니다.
요즘같이 방대하게 쏟아지는 책과 음악들에 있어서도 자신한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평생을 책장에 두고 한 챕터 한 챕터 소중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혼자 서점에 가서 또는 음반 가게를 뒤지며 찾는 방법도 좋지만,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코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들을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은 거 같습니다. 제가 지금 좋아하고 즐겨 읽는 소설들도 많은 부분 이런 경로로 알게 된 경우가 많은데요.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고 'Scentless Apprentice' 곡을 만들었다고 해서 알게 된 쥐스킨트,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집에 너무나도 자주 등장하는 존 어빙과 레이먼드 커버, 커트 보네거트.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씨의 페이버릿 도서목록에 있던 위화, 아멜리 노통 등등 정말 많은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들이 만든 음악과 책 그리고 영상들을 보고 들으며 맹목적으로 생겨났던 '신뢰' 또는 '어쩌면 이 사람들은 나랑 같은 코드인 거 같아'라는 막연한 희망에서 나오는 믿음으로 한치의 주저 없이 손에 들 수 있었던 책이랄까요. 이번 일러스트의 주제가 된 '폴 오스터'도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스노우캣 님 덕분에 알 수 있었던 작가이기 때문이지요. 열린책들의 대표적인 작가 쥐스킨트나 상페, 에코, 베르베르 등등은 전부 알고 있고 좋아하는 작가였지만 이상하게도 폴 오스터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그런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스노우캣 님이 많은 곳에서 폴 오스터에 대해 언급했기에 '음음 나도 한번 읽어볼까'라며 처음 손에 들고 정신없이 읽은 후 마지막에는 손으로 이마를 탁 치며 '맞아 그런거야.. 아아 이래서 스노우캣 님이 폴 오스터 폴 오스터 하시는거군!!' 하며 경탄을 금치 못했던 때가 있었으니까요. 전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하는 편이 아니라 특별히 많이 팔리고 있는 책을 찾아보기보단 이렇게 막연한 신뢰를 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다가 '앗 이거 좋겠군' 하면서 책을 찾아보곤 합니다. 왠지 이렇게 접하게 된 책들은 크게 실망하는 편도 없고 그것이 더욱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이 컬럼을 연재하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번 칼럼의 일러스트는 폴 오스터의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한 컷입니다. 어떤 책인지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폴 오스터의 인기작 중 하나이니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주 조금은 알아봐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은 꼭 한번 그려보고 싶었을 만큼 상징적인 장소였으니까요. 자 이건 폴 오스터의 어떤 작품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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