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서른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표준 치료 후 일상에 복귀한 유방암 환우의 1년 투병기이다. 환자도 보호자도 지인도 유방암을 잘 모른다. 이 책에는 암 진단 이후 어떤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는지, 수술 전후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일상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등등 환자의 입장에서 공부하고 고민한 흔적이 생생하다.
암 진단 후 여러 가지로 정신없고 힘드셨을 텐데 책까지 내셨어요. 책을 내게 된 이유와 책까지 낼 에너지는 무엇인가요?
암을 진단받고 4일째 되는 날, 제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삶의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실제로 글을 쓰며 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었고, 같은 환우분들의 응원과 격려도 큰 힘이 되었어요. 치료를 받으며 브런치에 연재글을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제 글을 읽고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는 독자들이 제게는 새로운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작가님의 생각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막 암 진단을 받은 독자에게 어떤 말로 희망을 돋우어 주고 싶으신가요?
암을 진단받으면 '암=죽음'을 공식처럼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암은 평생 관리하면서 사는 병이에요. 특히 유방암은 치료가 가능한 편이고, 유방암 자체만으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자신의 식습관, 생활 습관, 마음가짐을 바꾸면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내가 고칠 수 있는 병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단순한 투병 에세이가 아니라, 어떤 진료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치료 후 일상으로 회복하는 과정과 '조직 검사 결과표 읽는 법, '유방암 패스트 트랙', '암환자 혜택'처럼 실용적인 정보가 함께 들어간 점이 좋았어요. 정보 전달과 '암 생존자'로서의 경험 중 어떤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으셨나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어요. 유방암을 진단받고 유방암과 관련된 책을 많이 사서 읽었는데 병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은 많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이 쓴 얘기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환우들이 쓴 얘기는 암 생존자로서의 경험이 들어간 대신 유방암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했고요. 그래서 정보를 주면서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보와 마음의 위안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요. 그래서 제가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요즘은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 시대'죠. 이 책에서도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혼란스러웠던 암 환자의 경험이 생생하게 드러나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뭘까요?
부정적인 내용은 보지 말고 자신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해서 보세요. 전이, 재발,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는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보다 어떻게 식단을 바꾸고, 어떤 운동을 할지 고민하시면 좋겠어요. 영양제와 요양 병원, 면역 치료 등의 정보도 넘쳐나기 때문에 환자가 주체가 되어 치료 방향을 세워야 해요.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관리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유방암 환자뿐 아니라 암 환자를 둔 가족 혹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환자 보호자나 주변 지인에게 꼭 알려주고픈 팁이나 조언이 있을까요?
유방암은 암을 진단받고 수술받기 직전까지가 환자가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한 시기거든요. 자신의 암 타입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앞으로 어떤 치료를 하게 되는지도 불분명한 시기라서 환자의 불안이 정점을 찍는 구간이에요. 그러므로 그때는 환자가 예민하게 굴더라도 수용해주시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주시면 좋겠어요.
'선생님'이라는 직업 특성상인지 책에는 치열한 암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해요.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 같은 독자에게 '이것만은 꼭 알아둬라!' 족집게 수업 부탁드려요.
암을 극복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식단, 운동, 스트레스 받지 않기.'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단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에요. 식단 관리가 힘든 분들은 제 책 특별 부록에 있는 식단 관리 팁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둘째, 암 환자에게 운동은 필수입니다. 힘들더라도, 조금씩이라도 걸으셔야 해요.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는 암의 근원이죠.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장하세요. 암은 내가 바뀌어야 낫는 병이에요. 다시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암이 좋아하는 체내 환경을 바꿔야 해요.
작가님이 암을 경험한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항상 응원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환우들을 만나 환우가 환우를 돕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병원 암센터나 환우회, 암 협회 등에서 환우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싶고, 더 많은 자리에서 환우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계속 글 쓰는 삶을 살고 싶어요. 다음 책을 목표로 원고도 계속해서 쓰고 있고요. 제 글을 읽고 독자분들도 새로운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시길 소망합니다.
*강진경 38살 봄,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그날 이후 중학교 국어 교사이자 소은이의 엄마로 바삐 살던 일상을 잠시 멈추었다. 진단 후 4일째 되는 날, 암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암 환자로서의 일상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암과 마주한 후 혼란스러운 감정을 써내려간 글이 모여서, 환자의 시선으로 작성한 유방암 치유 과정의 꼼꼼한 기록이 되었다. 언젠가 암을 경험한 할머니가 되기를 꿈꾸며, 오늘도 암 생존자로서 씩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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