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저는 요즘 '뉴진스'라는 새로운 아이돌에 빠졌습니다. 하이브 산하 '어도어'라는 레이블에서 민희진 대표의 주도로 새롭게 데뷔한 아이돌 그룹인데요. 영상, 무대, 스타일, 연출 모두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아이돌이에요. 밤에 자기 전에 유튜브에서 그들의 무대를 보는 게 요즘 낙입니다. 시원하고 청량한 기분이 들어요. 혜민 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혜민 : 요즘 제 덕질의 대상은 '수영'인데요. 수영을 난생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찾아보니 수영인들의 커뮤니티도 있더라고요. 요즘은 그 세계를 신나게 덕질 중입니다. 치앙마이 여행 때 수영장에서 매일 아침 보낸 경험이 좋아서, 인생 처음으로 수영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수영 생각 밖에 안 나고요. 푹 빠져 있습니다.
제가 몸으로 하는 건 다 못해요. 게다가 물을 정말 무서워하는데요. 그래서 사실 목표가 되게 낮았어요. 물에 떠서 앞으로 가는 딱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수업 없을 때도 자발적으로 나가서 물에 뜨는 연습하면서 극복해 보려고 하니 그게 되는 거예요. 아주 조금씩이지만 나아진다는 게 몸으로 보이니까 너무 신기하고 몸으로 하는 일 중에 재미가 느껴지는 건 처음이에요. 이걸로 뭔가 해야지, 건강해져야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물 위에서 잘 놀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 가이드는 혜민 님인데요. 오늘 산책할 길은 어떤 길인가요?
이혜민 : 오늘 산책할 길은 '덕질'의 길입니다. 예전에는 덕질을 쓸데없는 짓으로 본 것 같은데 요즘은 완전 반대인 것 같아요. 덕질 얘기하면 요즘은 따라오는 게 꼭 '덕업일치'잖아요. 덕질도 업이 된다, 돈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하고요. 저도 그 이야기에 찬성이긴 해요. 좋아하는 것이 업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그런데 또 너무 그런 쪽으로 포커싱이 되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덕질마저도 일과 돈으로만 연결 짓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취미나 덕질조차 생산성을 따지고 가성비를 따지게 된 게 아닌가 싶은 거예요.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무엇을 어떤 목적 없이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해본 적이 언제인가?'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 종일 쓸데없는 짓도 잘하면서 놀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운동 하나를 하거나 누구를 만나더라도 꼭 어떤 목적을 따지고 '이 시간이면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꼭 덕업일치가 아니어도 괜찮은,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덕질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김상훈 : 그럼 산책에 앞서 현재 위치를 알고, 앞으로 다가올 길을 예측해 보는 지도를 살펴볼까요?
이혜민 : "'어덕행덕'…덕질 대학생, 비덕후보다 행복감 더 높아"라는 기사를 보았어요. 덕질을 하는 대학생의 행복감이 덕질을 하지 않는 대학생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인데요. 강원대 간호대 박현주 교수팀이 「덕질 활동 여부에 따른 대학생의 행복감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대요.
연구팀은 논문에서 '덕질 활동은 단지 타인과 고립돼 자신만의 것을 추구하고 광적으로 집착하는 행동이 아닐 수도 있다'며 '오히려 덕질 활동은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분야에 선호도를 갖고 집중하고, 심취하며, 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대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덕질이 즐거움, 행복, 안도감, 쾌락 등 긍정적 정서 경험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에요.
김상훈 : 그렇다면 오늘의 산책을 위해 '산 책'을 소개할 시간이죠? 어떤 책인가요?
이혜민 : 오늘 산책을 함께할 책은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라는 책입니다. 아마 이 책은 무엇 하나라도 덕질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특히 지금 무언가에 푹 빠져 계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내용이 많을 것 같아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 주제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나요?
이혜민 : 이 책의 부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잊은 당신께 덕질을 권합니다'예요. 제가 아까 이야기했던 주제와 바로 연결이 되죠? 어떤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김상훈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혜민 : 이 책을 쓴 이소담 저자는 일본 문학 번역가예요. '마스다 미리' 아시죠? 일본 인기 만화가이자 에세이 작가잖아요. 저자가 '마스다 미리'의 팬이었는데 덕질을 하다가 그 작가의 책까지 번역하기도 했다고 해요. 소위 말하는 '성덕'이죠? 그렇다고 일본어 한 분야의 덕후로 성공한 덕업일치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요. 저자 자신도 스스로를 '덕후 스페셜리스트'는 절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한 아이돌 팬으로 산 지 2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외국 배우의 매력에 눈을 떠서 일과 덕질을 병행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분입니다. 아래와 같이 자신을 소개해요.
"하나에만 몰입했다면 지금쯤 한 가락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쉽게도 문어발 체질에, 한 놈만 파는 열정이 부족해 반 가락조차 못하고 산다."
"덕후의 삶을 살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간 덕질했던 분야의 덕후 검증 시험이 있다면 합격하지 못할 것이다. 어중간하게 즐기고 어중간하게 알아보고 어중간하게 좋아했다"
저는 이 소개가 마치 그렇게 들리더라고요. 요즘은 워낙 덕질도 능력이라고 하다 보니 덕질도 자격이 있는 것처럼, 한 분야의 장인 정도는 되어야 덕후라고 할 만한 건가 싶기도 한데요. 저자의 이런 소개가 사람들에게 '나는 그 정도는 아니예요'라고 빼지 말라는 말 같더라고요. 나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금 이렇게 덕질에 관한 책을 쓰고 있지 않느냐 하는 거죠.
김상훈 : 이 책을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시나요?
이혜민 : 저는 이 책을, 너무 일에 파묻혀서 취미가 없는 분들 혹은 취미도 너무 생산성과 결과를 따지면서 해온 건 아닌가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그게 사실 저였던 것 같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목적도 결과도 생각하지 않고 마냥 푹 빠져서 뭔가를 덕질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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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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