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이 된 '민유'는 우정 반지를 맞춰 낄 정도로 좋아하는 친구 '시아'와 같은 반이 되고, 새로 온 과학 선생님이 담당하는 과학 대회 반에도 함께 들어가게 된다. 대회 반에는 교내 모든 여자아이들이 선망하는 6학년 '최강현' 오빠도 있었는데, 어느 날 강현 오빠와 시아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민유가 목격한다.
'내가 본 게 정말 맞을까?', '시아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다른 친구들이 떠드는 소문이 사실일까?' 용기 내라고 외치는 내면의 목소리가 유독 뜨거웠던 여름의 이야기를 담았다. 『용기가 필요한 여름』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실제로 학교에서 겪을 법한 상황 속에서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용기가 필요한 여름』을 쓰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몇 년 전에 성추행과 성폭력 이야기가 인터넷을 달구었어요. 마치 곪았던 것이 터지는 것처럼 곳곳에서 나타났어요. 어른들의 사건을 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어린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를 볼 때면 속상하고, 어른으로서 많이 미안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어떤 교감 선생님이 왕따 당하는 학생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서 방으로 불러 성추행한 기사를 읽었는데, 기사에서 학생이 '교감 선생님이 뱀 같았다'라고 하더군요. 판결은 교감 선생님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났고, 저는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지요.
그런데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그 아픔을 섣불리 쓰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대신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즈음에 저는 좀 비겁한 주인공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요. '주인공이 이런 사건을 마주한다면 어찌할까?' 고민했어요. 친한 친구라 해도 이런 일을 알게 되면 밝히기 쉽지 않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피할까?' 생각하다 '절대 피하면 안 돼!'로 결론이 났지요.
다루기 조심스러운 소재였을 것 같은데,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이 이야기를 쓴다고 주변 작가들에게 얘기했을 때, 용기를 주는 작가도 있었지만 굳이 왜 이런 얘기를 쓰냐며 말리는 작가도 있었어요. 아픈 이야기라 저도 조심스러웠어요. 그때 심석희 선수가 코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어요. 심석희 선수처럼 본인이 직접 밝힐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해요.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더 그런 것 같아요. 사고를 당한 사람은 너무 힘들어서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주변에서 여기 사람 다쳤다고, 도와달라고 외쳐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작가님에게도 민유처럼 친구를 위해 특별한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이야기랑 똑같은 경우는 없었지만 친구가 혼자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 같이 나서서 한 적은 있어요. 그때는 둘이니까 괜찮았어요. 하지만 순간순간 친구에게 용기 내서 다가가야 하는 일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잘했나고요? 아니요. 주인공 민유처럼 미안해서 말 못 한 적도 있고, 또 머뭇거리다가 시간만 그냥저냥 흘러버린 적이 많아요. 그런 후회가 모여 '민유'라는 주인공이 되었지요.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 2022년도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요즘 이야기'라는 게 잘 느껴졌어요.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와 자료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아이디어와 자료는 여러 군데에서 찾아요. 인터넷 기사를 보면 사건 사고를 빨리 알 수 있어 많이 활용해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저의 경험이나 상상을 이용한다든지, 가끔이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서 요즘 유행하는 거나, 관심사를 듣기도 해요. 글쓰기란 음식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솜씨 좋은 요리사라도 재료가 없으면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없잖아요. 냉장고에 음식 재료를 모아두듯이 평소에 이곳저곳에서 재료를 모아 두었다가 저만의 요리를 하는 거지요.
전작인 『너와 내가 괴물이 되는 순간』은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동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좀 더 진중한 면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글을 쓰실 때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그리고 각 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용기가 필요한 여름』은 『너와 내가 괴물이 되는 순간』 보다 주인공, 민유의 내면 이야기가 중요한 작품이에요. 민유는 우연히 목격한 일이 어떤 상황인지 혼자 고민하고, 그 일 때문에 시아와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와요. 그런 과정에서 민유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저절로 진중해졌네요. 각 작품에서 애착이 가는 인물은 아마도 주인공이겠지요. 주인공을 제외하고 고른다면 『너와 내가 괴물이 되는 순간』에서는 삼촌과 선생님, 『용기가 필요한 여름』에서는 '지안'이라는 친구가 애착이 가요. 모두 긍정적인 인물로 우리 주변에서 꼭 있었으면 하는 사람이라서요.
『용기가 필요한 여름』을 읽었거나 곧 읽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친구를 참 좋아했어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 우리 집까지 왔다가 다시 친구 집을 가기도 했어요. 그렇게 몇 번을 오고 가며 이야기한 적이 많아요. 친구와 마음이 통한다고 느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생각지 않은 일에 상처를 받게 되면 세상 다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정은 저절로 생기거나 잘 유지되지 않더라고요. 식물을 키우듯이 정성을 들여야 잘 지켜지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지 살짝 귀띔해 주세요.
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주로 쓰고 있어요. 다음 작품도 그런 이야기로, 설렘을 느껴보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예요.
*조은경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다.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있나 생각하며 지낸다. 2015년 「한 시간에 이천 오백 원」으로 한우리 문학상을 받았고, 「1930년 경성 설렁탕」과 「진짜 인싸 되는 법」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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