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는 말해질 수 없는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는 슬픔을 끌어안는 감수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인의 악기 상점’의 보컬로서 앨범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냈으며, 뮤지션으로 문학과 음악 양쪽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9년 제4회 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산문집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를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다락방에서 읽었던 동화들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일곱 살 때, 아버지가 항암치료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책과 함께 있어서 겨울이 춥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동화책에 있는 인물들이 언젠가 나를 데려와 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던 것 같아요. 혼자 겨울 앞에서 엎드려 있으면서 감각했던 이미지들이 저를 시인으로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다른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 같아요. 그리고 사랑과 슬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내가 오롯이 소유할 수 없다는 것들을 깨닫게 되고요. 그렇지만 인간으로 왔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슬픔과 사랑을 기록하는 일이고 죽은 이들이 남기고 간 기록들을 들여다보며 나를 살아있게 하는 감각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얼마 전에 산문집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를 내고 애도에 대한 감정들을 정리해 보고 있어요. 인간에게 완벽한 애도가 가능할까, 그 애도가 내게 주는 슬픔은 무엇일까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요. 이미 건너온 슬픔들이기 때문에 내가 길들일 수 있는 감정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선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왕은철 작가님의 『애도예찬』, 헤르만 헤세 『죽은 나무를 위한 애도』, 로르 아들레르 『상실 끌어안기』 같은 책들을 읽을 예정이에요.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년 출간된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산문집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집필하면서 내 옆에 존재하던 천사와 슬픔들을 열심히 모았던 것 같아요. 시집을 내고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작가님, 정말 천사가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우리가 울고 있을 때, 옆에는 이미 천사가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고 했던 대답이 기억나요. 더 많은 슬픔이 우리를 엎드리게 하여도 툭, 툭, 눈물로 흘려보내고 다시 걸어나갈 수 있는 빛의 통로에 서 있기를요. 우리는 결국 슬퍼질 존재이지만, 슬퍼하지 않을 수 있는 힘도 있으니까요.
게오르크 트라클 저 / 김재혁 역 | 민음사
우울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의 끝, 나의 웅숭한 깊은 슬픔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포리스트 카터 저 / 조경숙 역 | 아름드리미디어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인디언들의 다양하고도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책. 흰 눈 같은 아이의 슬픔을 느끼고 싶다면.
아르투르 스크리아빈 글 /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최혜진 역 | 사계절
화자가 어렸을 때의 아름다웠던 어머니를 회상하는 책. 무한한 눈의 빛깔 속에 그 빛 한가운데서, 나의 엄마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 어떤 웃음으로 어떤 울음으로 하늘의 가장자리를 흔들었을까.
노은희 저 | 메이킹북스
관계의 사슬 속에 놓인 수많은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무지하고 오만하고 나약한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자신도 모르는 사랑을 품고 있는 인간들의 심리를 힘 있게 어둠을 감싸는 문장과 이야기들.
최진영 저 | 은행나무
어릴 적부터 친구 이상으로 가까웠던 ‘구’ 와‘ 담’. 너무나 젊은 어린 나이에 죽은 ‘구’를 ‘담’은 먹기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만으로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
조동희 저 | 한겨레출판
사랑과 슬픔, 서늘함과 뜨거움의 그 어디쯤의 온도를 마음의 리듬으로 바꾸는 작사가와 시인 사이에 있는 사람. 인간이 가진 빛은 흰빛이라고 말하는 책, 책을 덮는 순간 빛을 만지작거릴 수 있을 것 같은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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