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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정 “독서는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

소설가 박민정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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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공부이자 내가 이 세계에 연결되어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인 것 같습니다. (2021.09.02)


소설가 박민정은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아내들의 학교』,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가 있다. 2015년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년 『세실, 주희』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9년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창작의 고민을 담은 첫 산문집 『잊지 않음』을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아주 어릴 적, 저에게는 갖고 놀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었습니다. 장난감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소근육과 대근육이 또래보다 느리게 발달했는지 몸을 움직여서 하는 놀이는 제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들지 않는 책읽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글자를 익히기 전에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내 버릇했다는 말을 들었고요, 글자를 익힌 후에는 자연스레 책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성경, 과학 동화, 자연 다큐 사진집, 외국 전래동화, 한국 창작동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는데, 특히 어릴 적 좋아했던 한국 창작동화(단편) 전집에는 다소 어둡고 불편한 당대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실려 있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성장하다, 중학교 때 한국문학 단편을 접하게 되었고(장용학의 「요한 시집」, 더 뒤로 가서는 오정희 「중국인 거리」 등을요) 결국 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작가가 된 후로부터 책 읽는 시간도 일종의 업무 시간처럼 되어버리기는 했는데요. 물론 가장 즐겁고 마음 편한 업무입니다. 막상 작가가 되어 자기 작품을 마감하는 일정에 사로잡힐 때는 즐겁게 책을 읽기 어렵긴 합니다. 그러나 평소에 늘 작품을 구상하고 있기에 이 시기에 읽는 책은 결과적으로 해당 도서에 크게 만족하지 않아도 작업에 도움이 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저에게 가장 큰 공부이자 내가 이 세계(책과 책을 만드는 사람들, 책 속의 인물들)에 연결되어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인 것 같습니다.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백 년 가까이 외국에 살고 있는 난민들, 식민지 시기부터 해외아동입양이 횡행했던 시절까지 한반도 바깥으로 도피했거나 추방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몇 년간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특히 이제는 성인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지나온 이야기, 아주 어릴 적 국적을 획득하여 단 한 번도 문화적, 정치적으로 자신이 백인 가정의 자녀임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으나 끝없이 ‘아시안’으로 패싱되어 살아온 이야기를 매우 독특한 언어와 드라마로 풀어내는 저자 제인 정 트렌카의 저서(『피의 언어』 『덧없는 환영들』는 제게 몇 번이고 숙독을 요하는 책입니다. 

최근작 산문 『잊지 않음』 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소설을 써왔고 그것이 나를 구원해주리라 믿었고 혹은 바로 그것 때문에 배신당했다 여기며, 계속해서 글과 삶을 어떻게 길항할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소설을 창작하는 데에는 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학습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가의 삶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개인들이 가장 많이 두려워하는 부분은 이 작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에 대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여러 해 강의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받았던 작가의 삶에 대한 질문들을 어느 정도는 책에 풀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소설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가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셔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아프가 본 세상』

존 어빙 저 | 안정효 역


가아프가 본 세상 1
가아프가 본 세상 1
존 어빙 저 | 안정효 역
문학동네
가아프가 본 세상 2
가아프가 본 세상 2
존 어빙 저 | 안정효 역
문학동네


소설가 화자가 등장합니다. 소설가 화자의 삶에서 어떤 경험까지, 또한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추측한 어떤 진실까지 소설로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야말로 소설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내가 직접 겪은 고통을 소설화하는 일만이’ 과연 진실인지, 고통을 겪은 자가 비로소 진실을 말하거나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지금 쳐다보지 마』

대프니 듀 모리에 저 | 이상원 역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
대프니 듀 모리에 저 | 이상원 역
현대문학


‘서스펜스’의 테크닉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작품입니다. 잘 짜여진 서사는 공포를 유발한다는 감상이 들었고 그로 인해 제 작품에 서스펜스적 요소를 부여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저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저
창비


저는 소설 외에도 취재와 기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일어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한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읽으며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사이의 강력한 신뢰와 그로 인한 진실된 기록을 목격했던 것 같습니다. 참사와 진실규명을 둘러싼 삶과 죽음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또한 기록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남았습니다. 



『잠시 동안의 일』

줌파 라히리 저 | 서창렬 역


축복받은 집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저 | 서창렬 역
마음산책


현대에도 많은 작가들이 고군분투하며 단편을 쓰고 있고, 그것을 증명하는 ‘단편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목이 작품 내용을 그대로 의미하기도 하고, 작품의 주제를 함축해서 보여주기도 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축복받은 집』 수록 단편)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조해진 저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조해진 저
민음사


조해진 작가는 한국에서 드물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회파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시적인 문장과 회화적인 표현들로 한글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최상의 문학적 감흥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들,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인물들을 조명합니다.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저 | 최인자 역


빌러비드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저 | 최인자 역
문학동네


이 소설 외에도 토니 모리슨의 모든 작품을 추천합니다. 



『킨』

옥타비아 버틀러 저 | 이수현 역


킨
옥타비아 버틀러 저 | 이수현 역
비채


역시, 옥타비아 버틀러의 전작을 접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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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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