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캐릭터와 신선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가 미우라 시온의 대표작 ‘마호로 역 시리즈’가 은행나무에서 출간됐다. 서점대상 『배를 엮다』, 일본식물학회 특별상 『사랑 없는 세계』 등을 통해 일과 사랑에 몰두하는 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그려온 작가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서 유쾌하고 간결한 필치로 행복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하고 경쾌한 소설”이라는 호평 아래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마호로 역 광시곡』과 함께 누계 판매 150만 부를 기록한 대형 베스트셀러다. 7년에 걸친 집필 끝에 완결된 마호로 역 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에이타, 마쓰다 류헤이 주연의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고,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4부작 만화로 출간됐다.
나오키상 수상작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이후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마호로 역 광시곡』까지 7년에 걸쳐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이처럼 긴 호흡으로 시리즈를 연재할 때,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노하우나 요령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마호로 역’ 시리즈는 각각 잡지에서 연재했습니다. 작품에 따라 격월간지이거나 주간지이기도 했고, 연재 속도나 한 회분의 원고지 매수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매체에 맞춰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은 연작단편,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은 단편집, 『마호로 역 광시곡』은 장편으로 작품의 형식을 바꿨습니다. 또한 하나의 연재를 끝낸 후 다음 연재를 시작할 때까지 모두 1~2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호로 역’ 시리즈는 한 작품을 쓸 때마다 등장인물이나 거리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때문에 연재하는 잡지가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도 특별히 고생하는 일 없이 곧바로 작품세계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등장인물들이 저에게 친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생활에서 ‘친구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하고 문득 생각할 때가 있는 것처럼, 소설의 경우도 실제로는 그 작품을 쓰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등장인물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상상하곤 합니다. 이것이 집필 페이스와 ‘쓰고 싶다’는 의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호로 역’ 시리즈의 주인공 다다는 심부름센터를 운영합니다. 소설에서 심부름센터 일이 리얼하게 묘사되는데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조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마침 지인 중에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아저씨가 있어 “어떤 의뢰가 들어오나요?” 하고 이야기를 여쭤보았습니다. “장롱 뒤로 물건이 넘어가서 뺄 수가 없다, 장롱을 옮겨달라”는 어르신의 의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롱을 옮기는 일’은 업무로는 사소할지도 모르지만, 듣고 보면 근처에 가족이 살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지 막막할 것입니다(한국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일본은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고, 고령이 아니더라도 혼자 살거나 가족이 있어도 일 때문에 바쁜 경우가 많아서 사소한 잡무를 맡아주는 심부름센터가 꽤 수요가 있다고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고, 의뢰가 있다면 다른 사람의 집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입주 도우미는 있어도 ‘심부름센터’라는 직업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현지 출판사 직원분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실은 도둑일지도 모르는데, 집 안에서 작업하게 하는 건 위험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구나, 국가나 문화에 따라서 여러 차이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본도 길 이곳저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는 등 방범 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심부름센터는 아직 활약 중이어서, 그 점에서는 목가적이라 해야 할까, 다들 아무렇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물론 ‘심부름센터가 실은 도둑이었다’는 뉴스는 일본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다만, 소설에 쓴 내용 대부분은 이런 의뢰가 있다면 재미있겠다고 제가 마음대로 상상해 지어낸 것입니다.
인구 30만의 베드타운,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역 앞의 풍경, 유행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 등 마호로 시에 대한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거리의 정경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도쿄의 마치다 시를 무대로 집필하셨다고 하는데, 이 장소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경이 떠올랐다고 말씀해주셔서 기쁘네요. 저는 도쿄의 마치다 시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교외의 베드타운은 어디든 똑같고 개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각각의 동네는 각각의 역사와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치다 시는 아주 파워풀한 동네로, 여러 직업과 입장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다소 의심스러운 번화가도 있는가 하면, 건전해 보이는 가족들이 노는 공원도 있습니다.
결코 똑같지도, 균일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치다 시를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 속의 ‘마호로 시’는 가상의 지명이지만, 실제 마치다 시의 분위기나 지리를 비교적 그대로 묘사했습니다. 소설을 통해, 마치다 시를 몰랐던 분에게도 마치다 시가 가진 매력(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각자가 자신의 뜻대로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생겨나는 매력)이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마치다 시를 배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작가님의 전작 『배를 엮다』, 『사랑 없는 세계』 등을 보면 등장인물이 모두 개성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호로 역 시리즈에서도 다다와 교텐 콤비 외에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았는데요. 혹시 등장인물 중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혹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인물이 있었나요?
음, 누가 있을까요. 등장인물 모두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기보다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면 또 등장인물 모두가 그렇네요(웃음). ‘마호로 역’ 시리즈에서 굳이 고르자면, 교텐과 호시를 좋아합니다. 교텐은 내버려 두면 느닷없이 엉뚱한 일을 벌이고, 호시는 멋있다고 생각했더니 어머니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 “너, 그런 사람이었어?”라는 의외성을 발견하게 되어 쓰고 있으면 즐겁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입니다. 특히 교텐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해결책은 어떻게 생각하신 건지 감탄이 나왔는데요. 소설의 유쾌한 대사와 상황은 어떻게 구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스토리의 큰 틀은 미리 정해두지만, 각 장면의 세세한 전개나 대사는 쓰고 있을 때의 텐션에서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래서 구상이라 할 만한 것은 없고, ‘교텐이라면 이런 말을 하고 이렇게 행동하겠지?’라고 교텐의 유령에게 빙의된 것 같은 감각으로 소설을 씁니다.
……혹시 내 안에 교텐 같은 측면(혹은 민폐가 되는 언동)이 숨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몸이 떨렸네요. 제 자신은 극히 상식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웃음).
『마호로 역 광시곡』은 시리즈 가운데 분량이 가장 많고, HHFA라는 수상쩍은 단체와 버스 납치극 등 스케일이 큰 사건이 등장합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심부름센터가 휘말리는 사건의 스케일이 커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호로 시의 모델이 된 도쿄의 마치다 시는 평일에도 휴일에도, 낮에도 밤에도 역 앞의 거리와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벤치에 멍하니 앉아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심으로 가면 더 크고 유명한 거리가 많지만(시부야나 신주쿠 같은), 그런 거리보다도 마치다 시의 역 앞에 인파가 더 많습니다. 게다가 그 흐름을 읽기도 어렵고, 다들 무슨 목적으로 역 앞에 온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쇼핑이 목적일까 싶어도,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광장에서 대화하거나 그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정말 수수께끼입니다. 아마도 마치다 시에는 달리 번화가가 없어서, “심심한데 일단 역 앞에 가서 시간을 때울까? 누구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같은 마음으로 역 앞에 모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여하튼 일 년 내내 축제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축제 분위기를 소설에서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호로 역 광시곡』은 시리즈의 최종장이고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등장인물 모두를 역 앞에 집합시켜(실제 마치다 시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역 앞에 사람들이 모입니다) 떠들썩하고 정체 모를 축제처럼 그리고 싶었습니다. 역시 마지막은 펑 하고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휩쓸려온 다다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난 후, 다다와 교텐이 각자의 상처와 마주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떤 상처든 언젠가는 회복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독자들이 마호로 역 시리즈를 통해 어떤 것을 얻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감사합니다. 책을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답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상처 받아도 다시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날은 반드시 온다’는 마음을 담아 소설을 썼습니다. 살다 보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일도 있고, 생각지 못하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면 이미 늦었을 때도 있습니다. 깊이 상처받아 계속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래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성실히 마주하다 보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조금씩 상처가 치유되고, 기쁨이나 행복, 누군가를 신뢰하는 감정을 되찾아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담고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소설을 썼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안심하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는, 한 번의 실패나 좌절로 사회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재미있었다고, 내일도 슬슬 살아볼까 생각해주신다면 그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것 같습니다.
*미우라 시온 "요시모토 바나나 이래 가장 참신한 작가",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로 평가받으며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고, 흡인력 강한 스토리텔링 솜씨를 보여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연극영상학과를 졸업하였다. 편집자 지망생으로 취업활동을 하던 중, 입사시험 작문에서 그의 재능을 발견한 하야카와쇼보(早川書房) 편집자에게 작가의 길을 제안받은 것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배를 짜다』가 2012년 서점대상 1위에 뽑혔으며,『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을 영화화했던 제작사가 『배를 짜다』도 영화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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