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가랑비에 스며들듯이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글ㆍ사진 손미혜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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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스며들듯이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너랑 내가 어떻게 친해졌을까 도무지 모르겠다며 농담을 주고받듯, 사람 사이는 대체로 어느 순간 내 삶의 일부로 조금씩 조금씩 스며든다. 어떤 날엔 어쩐지 너와 가까워지고 싶어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함께 학교에 남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엔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는 너의 타임라인을 한참 바라보다 용기를 내 멘션을 보낸다. 어떨 땐 지나가는 길에 생각나서 연락했다며 불현듯 안부를 묻는 네가 있고, 어떨 땐 속앓이로 좀처럼 제대로 된 끼니를 못 챙겨 먹던 내게 죽을 건네던 네가 있다. 어쩌면 이런 한걸음 한순간들이 모여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손을 맞잡게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너를 좋아하게 된 건, 지금은 멀리 있는 너와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이유나 계기를 구체적으로 꼽아 보기엔 관계는 너무도 기적과 같아서 실은 도무지 알 수 없겠다는 기분에 휩싸인다. 너와 나는 어디서 어떻게 만나 지금의 우리에 이르렀을까. 너의 말처럼 돌이켜 생각하면 명확히 말하기 어려워 도무지 모르겠는 일들 투성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면, 우리가 함께여서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점이겠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멀리 있는 너와 나는 만난 지가 참 오래도 됐다.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 싶은 순간 상황은 언제나 급작스럽게 바뀌고, 삐그덕 대며 휘청이는 일상은 때론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겨를조차 없을 만큼 우리 사이를 파고든다. 비일상은 일상이 되고, 소리 내지 못한 그리움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말아. 그렇게 가닿지 못한 마음이 어딘가 자꾸 퍼져나가는 걸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종종 너와 닮은 사람을 마주치고, 너는 가끔 소리 없이 꿈에서도 찾아온다. 어느 날 꿈에서 너는 나처럼 정신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어느 날의 너는 원하던 바를 이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보고 싶다. 무탈히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 곁에 나는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 함께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전하지 못한 말들을 속으로 되뇌며, 그저 너를 생각한다.

오늘을 사는 건 지겹고, 내일을 살아가는 건 여전히 두렵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와 나를 살아가게 할 것임을 알지만, 또한 그것이 네 슬픔과 내 아픔을 없애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별일은 언제나 있고, 절망스럽고 분노하는 일들은 여전히 끊이질 않아. 견디어 내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지. 그래도 행복한 순간들은 늘 곁에 있고, 이 고통을 살아서 끝낼 수 있으리란 믿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네가 짓는 찰나의 웃음과 네가 보내는 다정한 지지가 내게 어떤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힘든 나날들은 언젠가 지나가고, 함께 만나 웃을 수 있는 시기가 곧 오겠지. 

너도, 너도, 너도, 그리고 나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잘 지내자. 그리고 곧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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