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 지독한 연애 서사

나는 왜 환승연애로 밤을 새웠나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돌아온 주말 내내 나는 환승연애를 보는 데 내 시간을 바쳤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 마지막 직전회차를 보느라 기어이 밤을 새웠다. (2021.10.08)


길티 플레저를 은밀히 공유하는 순간이 있다. 신뢰할 만한 친구 입에서 <환승연애>라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은 것은 2주 전쯤. 헤어진 헤테로 커플 네 쌍이 나와서 새로운 연을 만들든 지나간 연을 붙잡든 썸을 타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솔직히 친구에게 실망했다. 아니 대체 왜 그런 걸 봐? 그리고 분노를 터뜨렸다. 아직도 그런 연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 지독한 연애 중심주의 사회! 그것도 헤테로 연애 중심주의 사회!

돌아온 주말 내내 나는 환승연애를 보는 데 내 시간을 바쳤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 마지막 직전회차를 보느라 기어이 밤을 새웠다. 그 대가로 한 주 동안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1차 백신을 맞은 후유증이 뒤늦게 찾아오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금요일 6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가 막 업로드된 마지막 회를 보았다. 내 안에 내재화된 이 지독한 헤테로 연애 서사를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주휘야! 호민아!! 아이고 이 어리석은 놈들... 혼잣말을 하고 성을 내면서 남의 연애를 지켜보았다. 이별의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리고, 새로운 만남에 함께 설렘을 느꼈다. 연애 감정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해석하고 촌평을 했다. 유튜브와 SNS를 찾아보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특정 출연자를 지지하는 사람, A와 B의 커플링을 응원하는 사람, 안쓰러움과 실망감 혹은 배신감을 표출하는 사람 등 이른바 ‘과몰입’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 곁엔 이미 너무 많은 연애들이 있다. 영화, 드라마, 만화, 음악 등 내가 접해 온 콘텐츠 속에는 수많은 로맨스들이 있고, 그것들로부터 모든 걸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 강박을 학습시키고 이성애만을 부각시키는 콘텐츠들을 탓하는 것도 입 아플 지경이다. 하지만 환승연애처럼 새롭게 유행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한 차원 더 복잡해졌지 않나 싶다. 출연자들은 배우가 아니며, 작가와 연출의 역할은 존재하지만 어쨌든 그들을 움직이는 주요 동기는 실제 자신들의 관계와 역사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과잉 몰입하여 쾌감도 불쾌감도 더욱 격렬하게 느낀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제 와서 분석적인 척 해보지만 나도 그저 평범한 과몰입러 중 하나일 뿐이었다. 밀었던 ‘타코코’커플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한편, 보현이는 호민이를 떠나길 참 잘했다 싶다. 그래서 시즌2는 언제 하지요?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상훈

나답게 읽고 쓰고 말하기 위하여.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