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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함수 같은 삶은 아니기를

글쓰기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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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시간을 펌프질 하듯 보내다, 문득 캘린더의 원고 마감이란 글자를 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던 찰나, 글을 쓸 주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1.10.22)

언스플래쉬

글쓰기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한 건, 어느덧 원고 마감이 이번 주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였다.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시간에 쫓겨 꾸역꾸역 글을 짜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어지간해서는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써놓곤 했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은 사적인 큰 행사들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정신없이 시간을 펌프질 하듯 보내다, 문득 캘린더의 원고 마감이란 글자를 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던 찰나, 글을 쓸 주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굉장한 위기감 속에 두어 시간이 지났다. 왜 쓸 주제가 없지? 라고 되새기다 보니, 한 달간 내게 닥친 일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만 골몰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인풋을 아웃풋으로만 뱉어내는 엑셀 함수처럼, 공과 사를 막론하고 내가 처리해야 했던 일들을 인지하고 해결하며, 'to do list'를 지워나가는 일에만 시간을 썼던 것이다. 가히 엑셀 함수와 같은 삶이었다.

'사유'하는 것은 떨어지는 낙엽을 주제로 열 가지 글을 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사유가 없는 일상에서는 어떠한 글도 쓸 수 없다. 글을 쓸 일이 있어야 우리는 더 사유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나온 결과들을 글로 쓸 때 비로소 정리된 견해가 된다. 나의 견해가 있으면 세상을 해석하는 기준이 있다는 것이고, 기준이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일기를 쓰라고 잔소리하던 부모님은, 일기를 통해 아이가 삶을 객관화 해가는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면서 아이는, 오늘 동생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지 않고 다 먹어버렸던 일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까. 설령 그게 어른의 검사를 받아야 해서 강제로 쓰게 된 일기라도 말이다.

일상의 숙제들에 치여 사는 우리는 글쓰기는커녕 잠시의 사유할 시간도 버거울 때가 많다. 하지만 내 삶을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견해를 만들어가는 일은, 유튜브만큼 또는 그보다 더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본인의 삶을 객관화해서 보는 힘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하게 하고, 잘못 들어섰던 길마저도 삶의 단단한 지층으로 만들어 준다.

아마 글쓰기의 좋은 점은 이 객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데 있지 않을까. 잘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음미할 계기가 되면 충분하다. 버거운 일상에도 기꺼이 백지 앞에 앉은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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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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