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북클러버] 한승혜 “아베 고보의 『모래의 여자』를 읽다”
한승혜 작가는 책을 선정한 이유로, 분량이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을 들었다.
글ㆍ사진 김상훈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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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예스24 독서 모임 ‘작가의 북클러버’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는 한승혜, 김지은, 하고운 작가와 함께한다. 지난 5월 25일, 한승혜 작가의 두 번째 북클러버가 ZOOM을 통해 진행되었다. 두 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아베 고보의 『모래의 여자』다. 

한승혜 작가는 책을 선정한 이유로, 분량이 짧아 금방 읽을 수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점을 들었다. 『모래의 여자』는 한 남자가 곤충을 찾아서 탐험을 떠났다가 모래 마을에 갇혀서 계속 모래를 푸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의 씬처럼 장면들이 하나의 번호로 매겨져 있어서 연극, 영화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상징이 많고, 그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이 대부분 유사했던 첫 모임과 달리 이번에는 사전 답변도 제각각이었다.  

한승혜 작가가 먼저 본인에게 인상적인 문장을 꼽았다. “과연 노동에는 목적지 없이도 여전히 도망쳐 가는 시간을 견디게 하는 인간의 기댈 언덕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한승혜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모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했다. “인간은 노동에서 삶의 동력을 찾는다”는 것. 또한 그 연장선에서 모래는 시간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흐르는 시간처럼 인물들이 반복해서 무언가를 하게끔 만드는 것이 모래”이기 때문이다.

“저는 이 소설이 삶을 왜, 어떤 이유로 사는지, 노동은 무엇이고 시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참여자들도 소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쏟아냈다. 일본 거주 경험이 있는 한 참여자는 “모래는 인간의 혹독한 생존 조건을 의미하는 것 같고, 체념한 채 집단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사는 인물들의 모습은 일본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는 “모래는 우리를 속박하는 일상의 굴레이며,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한 참여자는 “인물들이 모래를 계속 퍼내는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한승혜 작가는 “모래를 퍼내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마을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소설의 설정”이라 답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지 않아 싶어요. 행복이나 만족을 느끼는 순간은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노동과 우울하고 슬픈 일들을 반복하면서 살아가죠.”

그러면서 주위에 아이돌 덕질 등으로 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무엇이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우울한 설정으로 인해 답답하고 힘든 독서 경험이었다”고 밝힌 참여자도 있었지만, 모임에 처음 참여한 참여자는 “그럼에도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6월, 마지막 모임에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함께 읽는다.



모래의 여자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저 | 김난주 역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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