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습니다. 배고파서 먹고, 심심해서 먹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먹고, 외로워서 먹고, 화가 나서 먹습니다. 그렇게 잔뜩 먹고 나면 죄책감을 느껴요. 참지 못하고 또 먹어버렸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질책하며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얼마 못 갑니다. 오히려 참다 참다 폭식을 하고, 또 다이어트를 합니다. 2018년 대한민국 만 20~59세 성인 남녀 1,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61.9%가 다이어트 경험이 있거나 현재 다이어트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틸리언프로 온라인샘플조사).
『또, 먹어버렸습니다』는 폭식과 다이어트의 무한반복 굴레를 빠져나오게 도와주는 심리치유 에세이다. 김윤아 저자는 6년간 식이장애를 겪었던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로, 음식에 얽힌 다양한 심리를 분석해 문제적 식사의 진짜 원인을 짚어낸다.
책에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거나 들어본 공감백배 사연이 가득하다. 아침, 점심은 대충 먹고 퇴근하면 폭식하는 직장인 수미 씨, “여자는 평생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며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엄마 때문에 괴로운 소현 씨, 남모르게 ‘먹토’를 하며 괴로워하는 수영 씨, 잘난 언니와 비교당하기 싫어서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예선 씨 등등……. 실제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기에 더욱 공감되는 이야기들이다.
제목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독자를 떠올리며 집필하셨나요?
출간 전에 책 내용에 대해 얘기할 때나, 제목을 언급했을 때 “그거 난데?!” “민간인 사찰수준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책에는 제가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들의 사례가 주로 담겨있을 거라고 예상하시겠지만, 오히려 제 친구, 동료, 가족 등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재가공한 경우가 많답니다. 실제로 주위만 둘러봐도 음식을 먹기 전에 고민하거나, 먹고 나서 살이 찔까 봐 후회하는 말들을 숨 쉬듯이 자주 들을 수 있죠. 또, 제 얘기가 많이 담겨있어 여성의 관점에서 쓰긴 했지만, 책을 읽는 남성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저희 아빠나 오빠만 보더라도 매일 먹고 나면 “아. 너무 많이 먹었네.”라고 꼭 한마디씩 하니까요.
책 구성을 ‘나를 자꾸 먹게 만드는 것들’과 ‘나를 자꾸 못 먹게 만드는 것들’로 나눈 이유가 궁금합니다. 먹고 후회하는 감정은 모두 ‘나를 자꾸 먹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생기는 거 아닌가요?
『또, 먹어버렸습니다』라는 말 속에는 자책과 후회가 담겨있습니다. 왜 우리는 잘 먹고 난 후에 좌절할까요? 건강상에 문제가 있어 체중을 관리하려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살이 찌면 괜스레 잘못 살고 있는 것만 같고, 남들이 못나게 볼까 봐 불안해서 음식을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 이상’으로 먹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본문에 더 자세히 나와 있지만, ‘나를 자꾸 못 먹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자꾸 먹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결국 악순환이 되는 것이죠. 책에서는 왜 나를 먹지 못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강박, 불안, 인정욕구 등으로 설명하고 있답니다.
식이장애를 겪었던 저자의 경험이 담겨서 그런지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식이장애는 완전히 극복하신 건가요?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요?
저는 식이장애의 극복을 단순히 ‘체중의 증가나 감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신의 체중과 지금 내 앞에 놓인 음식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죠. 저는 종종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짭짤한 과자나 자극적인 라면 국물을 쓸어 먹기도 한답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럴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금 내 행동이 일상생활과 나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기’입니다. 감정적으로 먹더라도 다음날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먹어주고, 속이 너무 상하지 않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죠.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더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에게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지금은 체중과 관계없이 나와 온전히 관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에 체중을 제 인생에 큰 비중으로 두지 않아요.
먹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쉽게 해소하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친구나 가족에게 하소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감정을 먹는 걸로 푸면 안 될까요?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때때로 사람들에게 감정을 먹는 것으로 풀 수 있다고 말합니다. 너무 과하게 먹거나, 그 행동이 매우 잦지 않다면 말이죠. 때때로 너무 늦은 밤이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도 힘들고,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날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든 순간을 음식으로 풀려는 것은 몸에 안 좋을 뿐 아니라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여러분을 고립시킨답니다. 저는 여러분이 감정적으로 먹더라도 혼자 먹지는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저는 내담자들에게 폭식하더라도 저에게 반드시 얘기해달라고 하죠. 먹더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있는 채로 먹는 것과 혼자 얼마큼 먹는지 자각할 새도 없이 ‘내가 치킨을 먹는 것인지 치킨이 나를 먹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져 먹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답니다!
요즘 ‘프로아나’, ‘개말라’라는 용어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닙니다. 앙상할 정도로 마른 몸을 동경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요. 왜 이런 경향이 생기는 걸까요?
요즘 10, 20대들은 매 순간 SNS를 접하고 있어요. SNS 창을 열자마자 랜선을 통해 사람들은 이야기하죠. “연예인 00이 몇 kg더라.” “이런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5kg를 감량했어요.” 또, 실시간으로 가장 많은 호응을 받는 이미지 역시 마르고 날씬한 몸이 부각된 누군가의 모습들이더군요. 현실에 있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기보다 계속해서 미디어를 통해 무수히 많은 ‘가공된 이미지’들을 접하다 보면 기준이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아직 현실적인 안목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기부터 이런 터무니없는 혹은 꾸며진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자극을 받으며 경쟁하는 문화를 형성하다 보니 이런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이어트에 집착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만 같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혼란한 독자가 많을 듯합니다. 다이어트는 무조건 피해야 할까요?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그 기준이 타인의 인정이나 시선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생활방식에 더 초점을 두면 좋을 거 같아요. 흔히들 하는 다이어트가 항상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그 목적이 체중 감량에만 있기 때문이에요. 책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다이어트(diet)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련의 생활방식’을 뜻하죠. 우리의 몸은 방법은 무엇이 됐든 간에 중량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다이어트 방식에는 저항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답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지속 가능하고 우리 몸에도 맞는 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끝으로, 오늘도 먹고 후회하는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우리의 삶에서 먹는 것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에요. 먹는 것으로 고통받기 시작하면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저는 여러분이 후회하거나 자책에 빠져 몸서리치기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는지 혹은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지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외로워서, 화가 나서,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해서 폭식할 수도 있고 인정받고 싶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고, 미움받기 싫어서 먹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마음의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지는 말자고요. 부디 먹는 것으로 고통받지 말고 우리 다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먹읍시다!
*김윤아 식이장애를 겪었던 식이장애 전문상담사이다. 상처받은 마음이 폭식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이어져 6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공부했다. 가톨릭대학교 일반대학원 심리학과를 졸업했고, 한국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석사논문 「지각된 부모의 양육행동과 폭식행동의 관계에서 정서인식 명확성의 매개효과」를 발표했다. 현재 누다심 상담심리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강박적으로 먹거나 먹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감정과 식사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만들도록 돕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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