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인 “마흔, 마음을 들여다보기 적당한 나이”
나를 알면 삶이 조금 더 나아집니다. 삶이 흔들릴 때,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고 느낄 때,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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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4학년, 아이의 사춘기에 대비하라』『10대 부모수업』 등을 출간한 최영인 작가가 이번에는 자녀가 아닌 ‘나’에 집중하는 인문에세이로 돌아왔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비로소 비전이 명료해진다. 밖을 보는 사람은 꿈을 꾸고, 안을 보는 사람은 깨어난다.’던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말처럼, 지적 탐구 대상으로서의 ‘마음’과 ‘마흔’에서 보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작가에게 물었다.



평소 에세이를 출간해 보고 싶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소감 한 마디 해 주세요.

책이 나올 때면 언제나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의 마음이 듭니다. 독자들에게 새 책을 선보이게 된다고 생각하면 흥분되고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사적인 부분에 그쳤던 글이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운 마음도 엄습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썼고 이제는 내 손을 떠났으니 독자들에게 온전히 맡겨야겠죠. 이전 책들이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글로 쓰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자 노력했습니다. 원래 저는 하기 싫은 건 잘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동할 때마다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에세이가 참 좋습니다. 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흔의 마음학』이라는 제목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사람과 세상을 읽는 프레임이 다양할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집니다. 타인을 보는 시선이 넓어지면 나를 돌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겨나구요. 마흔은 그런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에 적당한 때인 것 같습니다. 30대까지는 인생을 살기 위해 배우는 시간이고, 40대부터 그 지식들을 바탕으로 한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말도 있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생의 절반에 선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나’를 잘 아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나’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삶의 면면을 살피는 법과 삶의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마흔의 마음학』이라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마흔의 마음학』에는 어떤 ‘마음학’들이 실려 있을까요?

이 책이 말하는 ‘마음학’이란 ‘나, 그리고 타인의 마음에 다가가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삶의 속살과 그로 인한 마음의 미세한 진동을 한 편 한 편 글 속에 담아내며,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과의 깊이 있는 독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의 주변에는 수많은 관계가 산재해 있습니다.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가족부터 시작하여 친구, 직장 동료 등등. 하지만 이 관계들이 이유 없이 닥친 불행이나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변모될 때 우리는 종종 ‘나’를 잃을 위험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서 온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럴 때 나를 지키고, 내 마음을 지키고, 내 세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생의 두 번째 사춘기를 홀로 견디는 중인 모든 이들에게 작은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당신이 꼭 마흔이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쯤에 머물고 있다면, 『마흔의 마음학』과 함께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으로 어떻게 연결해 낼 것인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되길 바랍니다.

인생을 다 알 것 같던 때 뜬금없이 찾아온 불행들을 견디며 시작된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흔들리는 인생을 지탱해 준 글쓰기에서 어떤 걸 발견한 걸까요? 결국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자녀를 키워 봤다면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했을 때 크고 작은 고민 없이 지나온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큰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무척이나 막막하더라구요. 첫째 아이다 보니 경험도 없었고 아이 성향이 내성적이라 표현도 많지 않았거든요. 소통은 하고 싶은데 말로 하다 보니 가까워지기는커녕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민 끝에 글을 매개체로 하여 아이 마음에 다가가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만 썼는데, 어느 순간 아이에게 쓰는 글이 제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글 쓰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더라구요. 아이 마음뿐만 아니라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던 거죠. 그래서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고 아이와의 관계도 개선이 되었음은 물론 저 자신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나를 알면 삶이 조금 더 나아집니다. 삶이 흔들릴 때, 앞이 안 보이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고 느낄 때,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마흔을 특별하게 하는 것’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특별하지 않은 나이란 없겠지만 마흔은 조금 더 특별한 나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는 마냥 좋기만 했고, 서른이 되었을 때는 착잡했는데 아마도 어른으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에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 마흔이 되면 ‘불혹’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막상 마흔이 되어도 흔들리고 불안한 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여전히 마음이 아팠고 주변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는 불안정한 모습 그대로였죠.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온 삶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더 어렸거나 더 나이가 들었다면 쉽게 마음먹지 못했을 텐데 마흔이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의 마흔은 특별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님들에게도 마흔이 특별한 나이가 된다면 좋겠네요.

어떤 사람들에게 『마흔의 마음학』을 추천하고 싶나요?

나이를 먹을수록 해 놓은 건 없는데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삶이 허망하다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나와 비슷한 마음의 변화를 겪은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은 자신이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또한 사람의 마음입니다. 내 삶을 돌아보고 내 마음을 한번쯤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일상에서의 사유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건너가는 공감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친구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나이가 들어가면 살아온 대로 삶을 받아들이고 차분해져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 역시 후회하고 낙심하면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젋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인생에서 가정법만큼 허망한 것이 없음에도 우리는 자꾸만 ‘만약 ~였다면’ 하고 현실을 부정합니다. 오늘의 나를 긍정하고 내 삶을 차분히 받아들일 때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애쓴 나에게 고생했다고, 그만하면 잘했다고 다독여 주세요.



* 최영인

전문상담교사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십대들, 그들의 부모들과 고민을 나누며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인생을 다 알 것 같다 자만한 순간 뜬금없이 찾아온 불행들을 견디며 마흔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빼곡한 서재에서 읽고 쓸 때 행복하다. 언론사에 칼럼을 쓰고 가끔 여행도 떠난다. 글을 쓰고 나서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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