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안 시키는 워커홀릭 상사, 신입은 사생활도 없나요?
혹시 나의 상사도 강박증 상사일까? ‘체크리스트’로 확인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하자.
글ㆍ사진 문강분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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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상황


이경민 씨는 ‘서류 전형→ OJT와 매장 실습 → 면접 → 신체검사’까지 모두 마치고 결국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에 최종 합격했다. 여러 번의 매장 아르바이트 경험에 만능 운동선수로 건장하고 성실하기까지 한경민 씨는 장밋빛 꿈을 가득 안고 가장 매출이 높은 중심가 매장에 정직원 매니저로 첫 출근을 했다.

 

정시 출근 10분 전 출근한 경민 씨에게 점장 N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에잇, 요즘 것들 태도하고는… 쯧쯧” 하고 중얼거리며 딱히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경민 씨를 노려보았다. 그것이 점장 N과의 첫 대면이었다. N은 부자재 위생 관리 업무, 본사 업무 보고. 아르바이트 등 인력 관리 업무까지 매장 업무를 익히는 오리엔테이션 기간 내내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민 씨가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타박했다.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간이 걸리거나, 잘 이해되지 않아 질문하면 “대학 나온 미련 곰탱이”라고 대놓고 빈정거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경민 씨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며 1년을 버텼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인건비를 회사 운영비의 8%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본사의 지침 때문인지 아르바이트생이 퇴사해도 적극적으로 충원하지 않아 경민 씨가 홀 서빙, 카운터, 심지어 주방 업무까지 지원해야 했다. 점장 외 유일한 정직원인 경민 씨에게 주어지는 대체 업무는 점점 늘어났다. 왕복 3시간이 걸려 출퇴근을 하고 하루 15시간씩 ‘야근→ 휴일 근무 → 야근’으로 근무한 지 거의 1년. 경민 씨는 이제 온몸이 무기력하다. 오늘 카톡 메시지에 10년 넘게 사귀었던 여자친구로부터 온 청첩장이 떴다. 경민 씨는 고개를 툭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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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분석


① 과중한 업무 부여 : 하루 15시간씩 ‘야근 → 휴일 근무 → 야근’ 지난 1년을 근무


N은 매장의 책임자로서 신입 배치된 경민 씨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지원해야 하지만, 숙련자인 본인의 업무 속도를 강요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의 대체 업무까지 떠맡겨 결국 지속적인 장시간 근로로 경민 씨를 지치게 하고 있다. 장시간 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의 대표적 유형인 ‘과중한 근로’에 해당하며, 법적으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규정하며, 휴일을 포함해 주 12시간의 시간 외 근로를 넘는 장시간 근로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사례와 같이 하루 15시간 근무, 야근, 휴일근로의 반복은 모두 근로시간 제한을 위반하는 과중한 업무에 해당한다.

 

② 상사의 무례한 언동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간이 걸리거나 잘 이해되지 않아 질문하면 “대학 나온 미련 곰탱이”라고 대놓고 빈정거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점장 N은 신입 사원 경민 씨의 고충을 듣거나 상사로서 적절한 코치를 하지 않고 조롱과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곰탱이’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조롱하는 무례한 표현으로서 상사에 의해 지속해서 가해지는 경우 상대방은 커다란 상처를 받는다.

 

 

*강박증 상사 체크리스트


→ 강박적 리더 체크 리스트


1 . 완벽주의, 불요불굴의 워커홀릭이다.


2. 업무의 핵심 목표보다도 세부 지침이나 일정을 중시한다.


3.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우유부단하여 질질 끌거나 회피한다.


4. 감정 표현을 절제한다.


5. 물건이 아무리 해지고 무가치해져도 잘 버리지 못한다.


6. 타인의 방식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


7. 자신의 완벽한 능력을 타인에게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 강박증 상사의 괴롭힘 행위 특징


1. 자신의 아이디어, 업무방식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심하게 질책한다.


2.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방식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다.


3. 한번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결코 그 평가를 바꾸지 않는다.


4. 주말,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이를 직업윤리라고 여긴다.


5. 부하들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면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고 장시간 근로를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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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멘토링

 

경민 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점장 N의 눈에 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더 수렁에 빠질 뿐이다. 먼저 상사의 습성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점장 N은 ‘근면’이 신조이므로 그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다른 매장으로의 전환 등 회사에서 도움을 받을 만한 방법을 백방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여의치 않다면 이제 1년이 넘는 경력을 갖추었으니 차분하게 준비해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준비하자.

 

경민 씨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경민 씨는 일단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쉬면서 심신을 회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 없이는 가족도 세상도 없다. 절대로 ‘참고 기다리면’ 안 된다. 우선 사내.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지점의 사정은 어떤지 확인해 보고 다른 매장으로의 전환도 적극 고려해 보자.

 

회사 인사부나 기업문화팀 등 직원 고충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지원이 가능한지, 위법한 사항에 대해는 법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아야 한다. 또 법적 권리 확보를 위해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1년 동안 일했으니 첫해 11일이 연차 휴가로 쌓여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그간 근무 시간 기록과 스스로 고통스러웠던 사건들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필요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조롱이나 폭언 등을 녹취하거나 근무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육하원칙에 따라 메모해 두고 관련 증거를 꼼꼼히 수집하는 게 유리하다.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문강분 저 | 가디언
근로자뿐 아니라, 인사 관리자, 경영진, 정책 입안자 등 기업과 지방 정부에서도 필독해야 할 안내서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980년대 북유럽에서 처음 제정된 이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법제화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선도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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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강분

현 행복한 일 연구소ㆍ노무법인 대표. 1993년 공인노무사가 되면서 노동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야말로 직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고 갈등을 해소해 줄 핵심적인 분야라는 것을 깨닫고,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될 때까지 관련 연구와 강의를 꾸준히 진행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제화는 불신과 분열로 점철된 일터를 행복한 일터로 이끌 전환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설명하고 온갖 고충으로 힘든 현장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이 책이 존중 일터, 행복한 일터로 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