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보다 나은 도시를 꿈꾸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시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일하며 거주하는 삶을 삽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도시 공간 설계입니다.
글ㆍ사진 손민규(인문 PD)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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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월든』 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도시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일하며 거주하는 삶을 삽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도시 공간 설계입니다. 이를테면 얼마나 많은 녹지를 확보할 것이냐, 어떻게 쾌적한 주거 공간과 활기 넘치는 거리를 만들 것이냐, 와 같은 문제이죠.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도 공간에 관한 자신만의 통찰이 필요하겠죠. 도시 공간에 관한 책 4권을 소개합니다.

 


『짓기와 거주하기』 (리처드 세넷 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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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 연구 권위자 리처드 세넷이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묻습니다. 세계의 많은 도시가 일자리, 주거, 안전, 불평등 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층과 다문화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죠. 그렇다면 도시 자체가 문제일까요? 세넷은 두 가지 도시를 대비합니다. 열린 도시와 닫힌 도시가 그것이죠. 당연히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는 전자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검토하며 도시란 무엇이고 열린 도시를 위해서는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를 고찰했습니다.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민주주의라는 말을 두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 첫 번째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그가 두려워한 것이다. 다수가 소수를, 51퍼센트가 49퍼센트를 탄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개인주의다. 여기서의 개인주의는 사람들이 따로 떨어져서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이런 종류의 개인주의를 두려워했다. 그것이 “행동의 활기를 소리도 없이 해제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거의 같은 취향과 신념을 공유하는 사회, 삶이 단순화되고 사용자 친화적이 된 사회는 에너지를 잃어가는 사회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의 협동이 시들어가는 사회다. (387쪽)

 

 

『공간 혁명』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 저 | 다산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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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인 공간은 없습니다. 공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공간 디자인은 어때야 할까요?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평론가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이 동서고금 다양한 건축을 다루며 이 질문에 답했습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과 건강을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건물, 병원 건물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건축하고, 살아가는 환경은 우리는 물론 자녀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똑똑하게도, 멍청하게도 만들 수 있다. 우리를 평온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의욕 넘치게 혹은 심드렁하게도 만들 수 있다. 특히 영향력이 큰 요소는 건축 환경의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훌륭하고 적절하게 구성된 환경은 건강과 인지, 사회적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환경은 우리의 노동생산성이나 신용카드, 대출 상환 수표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더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건물과 조경, 도시 공간 디자인을 개인의 취향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41쪽)

 


『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저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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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너무 삭막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가슴을 열면 도시 속에서도 미적 체험이 가능합니다. 사진작가 윤광준이 미적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소개한 책입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곳은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일상적인 공간입니다. 지하철역, 호텔, 쇼핑몰, 미술관, 멈춘 공장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책을 들고 함께 탐색해보시죠.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정서적 반응이 달라진다. 크다, 넓다와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세월의 흔적, 칠해진 페인트의 색깔, 빛의 느낌, 요소요소에 심어진 풀과 나무, 공간을 채운 냄새까지 영향을 준다. 커피를 마셔도 이곳에서 마시면 더 멋져 보이고, 동일한 물건도 더 좋아 보인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하다. 감각은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서만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체험의 장소와 공간의 분위기가 곧 감각의 수용을 이끄는 요인이 된다. (308쪽)

 

 

『갈등 도시』 (김시덕 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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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화려하지만, 화려함 이면에 여러 갈등이 있습니다. 문헌학자 김시덕의 서울 답사기 2편 격인 이 책은 경기도까지 공간을 확장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변해가는지 직접 답사하며 기록하되, 도시의 발전사와 함께 배제와 갈등 양상에도 주목합니다. 현재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 양상이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문헌학이라는 연구 방법을 가지고 대서울을 바라보면,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말처럼 [세계는 거대한 도서관]으로 다가옵니다. 대서울에는 제가 읽고 해석할 대상이 무궁무진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간판, 머릿돌, 마을 비석, 공덕비, 추모비, 벽보, 플래카드, 전단지, 깃발 등에 특히 관심을 두고 대서울을 걷습니다.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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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