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독립서점 주인의 추천을 신뢰해요 – 최경진 편
다만, 한 번 구매하면 ‘내 자녀에게도 물려줄 만한 책인가?’ 고심하고 책을 선택합니다. 독립서점에 가면 ‘이달의 책’ 같은 코너를 살펴본 후에 고르기도 하고, 종종 서점 주인에게 제 취향을 얘기하고 직접 추천을 부탁하기도 해요. 
글ㆍ사진 엄지혜
201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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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올해로 제주 이주 4년차에 접어든 최경진 씨는 함덕해수욕장 부근에서 여행객에게 방을 제공하는 공유 숙박업을 하고 있다. 그가 언제나 바라는 건 다양한 국적의 개성 있는 사람들과 우정을 쌓는 일. 덕분에 13분기 연속 슈퍼호스트로 선정됐다. 최경진 씨의 취미는 산행과 사진. 작년에는 '제주 오름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현재 LG 모바일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제주와 네팔의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아무래도 제가 자연과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책도 이쪽 분야로 많이 읽어요. 최근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설악아씨'로 유명한 문승영의 『함께, 히말라야』 , 포유류 전문가 최현명의 『늑대가 온다』 , 김용규의 『마샬라! 파키스탄 25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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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히말라야』 는 지금 마지막 챕터를 읽고 있습니다. 그녀는 GHT(Great Himalayas Trail) 하이루트 구간을 최초로 횡단한 한국인인데요. 신혼여행으로 남편과 함께 이곳을 몇 달간 걸었고, 이때 동행한 가이드와 포터들에 대한 스토리가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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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온다』 는 모든 동물 중에서 늑대를 제일 사랑한 범상치 않은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야생 늑대를 직접 보기 위해서 15년 넘게 몽골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누볐습니다. 일기를 훔쳐보듯이 그의 행적을 쫓아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늑대와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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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라! 파키스탄 25달』 은 25개월간 파키스탄에서 일하면서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겪은 내면의 변화, 우리가 오해하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파키스탄을 여행하면서 숨겨진 비경을 소개하는데 그 덕분에 언젠가는 저도 그곳으로 떠날 날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세 권의 책들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제주에는 다양한 독립서점이 있습니다. 독립서점별로 갖추고 있는 책을 가만히 살펴보면 각각의 컨셉이 있어요. 그럼 서점 사장님이나 직원에게 물어보지요. "이 공간의 컨셉이 궁금해요." 혹은 "손님이 알아봐 줬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한림읍에 위치한 '책방 소리소문'에 갔을 때 정도선 사장님이 최현명의 『늑대가 온다』 를 추천해주셨는데, 그날 늦은 밤까지 얼마나 재미있게 이 책을 읽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히말라야를 좋아해서 네팔만 벌써 여덟 번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면서 히말라야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최근 GHT를 횡단한 문승영 씨에 대한 기사를 보고 무척 흥미를 느꼈습니다. 마침 그녀가 『함께, 히말라야』를 낸 소식을 들었고, 바로 책을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저도 함께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장의 생생한 장면이 느껴졌고 저 또한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전의식이 생겼습니다. 다른 히말라야 도서와 달리 무거운 짐을 들고 고산을 오가며 가이드와 포터로 힘들게 밥벌이를 하는 네팔 현지인을 배려하는 저자의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샬라! 파키스탄 25달』 해외 트레킹 바이블』 의 저자이자 여행작가협회 회장이기도 한 진우석 작가의 추천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파키스탄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게 되어 새로웠고, 여행을 좋아하는 제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한 번 구매하면 ‘내 자녀에게도 물려줄 만한 책인가?’ 고심하고 책을 선택합니다. (비록 아직 미혼이라 책을 물려줄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요) 독립서점에 가면 ‘이달의 책’ 같은 코너를 살펴본 후에 고르기도 하고, 종종 서점 주인에게 제 취향을 얘기하고 직접 추천을 부탁하기도 해요. 

 

온라인서점에서 구매할 때는 충동구매를 자제하려고 해요. 주로 예스24 웹진 <채널예스>에 소개된 책을 살펴보고, '미리보기'를 통해 머리말과 앞부분을 조금 읽어본 후에 마음에 들면 카트에 넣습니다. 하지만 바로 구매는 잘 안 합니다. 약 일주일 후에 카트에 저장된 책 목록을 보고 다시 한번 그 책에 대해 살펴봐요. 독자들의 리뷰도 참고합니다. '이 책은 꼭 봐야겠다'는 확신이 서면 그제야 결제를 하고요. 조금이라도 망설이게 되면, 과감하게 '나중에 주문' 버튼을 누릅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책을 선호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 평형』 , 게르하르트 슈타군의 『유혹하는 우주』 , 우에무라 나오미의 『청춘을 산에 걸고』 , 박주용의 『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는 제 삶의 축을 크게 뒤흔든 아름다운 도서 목록입니다. 특히 과학 분야는 현재까지 ‘진실’로 여겨지던 것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분야잖아요. 꾸준한 연구와 참신한 발상으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책이 참 좋습니다. 20년간 시베리아 호랑이와 백두산 호랑이를 취재한 박수용 PD의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처럼 한 분야에 일생을 바쳐 그 삶을 녹여낸 책도 좋아합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책은 항상 기다립니다. 그는 낭만으로 가득한 여타 여행 에세이와 다르게 여행지의 온갖 에피소드를 뒤틀어서 보여줍니다. 대표작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 산책』 같은 책을 읽다 보면 ‘이 나라(또는 지역)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끊임없이 쏟아냅니다. 깔깔 웃으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죠. 매년 대학교수들이 신입생에게 추천하는 도서 1위이자 과학 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의 동일한 저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죠. 그의 신작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 저/이덕환 역 | 까치(까치글방)
생명이라는 것이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생명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소망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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