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단 둘이다. 묻고 더블로 가는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모험 같아도 눈덩이처럼 커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소비자가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대했던 제휴를 몇 차례 거절당한 터라 상심이 컸던 나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두 건의 컬래버레이션 사례가 있다. 하나는 3월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편의점인 ‘이마트24’를 통해 판매했던 <문학동네시인선 특별판 세트>다. ‘사랑’‘고백’‘너와 나’ 세 가지 테마로 시를 엮어 선물하고 싶은 문고판 크기로 판매했다. 편의점에서 시집을 판다는 독특한 시도에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다른 하나는 6월 롯데제과에서 패키지로 구성한 웅진출판사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과자종합선물세트 2종이다.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다’, ‘하마터면 퇴사할 뻔 했다’를 테마로 과자와 책을 함께 담았다. 이는 일본 정부의 만행으로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전량 회수되어 빛을 보지는 못했다. 명과 암은 있었을지라도 눈덩이 같은 홍보 효과는 톡톡히 했을 참신한 컬래버레이션 시도가 2019년에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눈에 띄는 마케팅 사례였다. 2020년에는 내게도 이런 참신한 기회가 있기를 바라본다. (박태규 한빛비즈 마케터)
올해는 유튜브가 출판 마케팅에서 특히 중요한 채널이 되었다. 유튜브 플랫폼에 맞는 특색 있는 책 소개 콘텐츠들이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비TV에서 박상영 작가가 직접 소개한 『대도시의 사랑법』 홍보 영상이었다. 언박싱부터 브이로그까지, 작가님이 진짜 '제대로' 하시더라! 소설 속에 등장한 장소를 직접 둘러보며 이야기하는 것도, 쿡방도 흥미로웠다. 책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구성하려 노력했고, 적절한 책 영업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유튜브 콘텐츠가 출판마케터의 눈에도 인상적이었다. (안남영 문학동네 마케터)
책을 사면 한 장의 손편지가 따라온다. "307호 입주를 환영합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내가 산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의 친필 메시지 등이 담겨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브랜드, '자기만의 방'의 이야기다. (이하 '자방') '자방' 시리즈의 책들은 출간 분야와 순서에 따라 고유의 룸 넘버가 부여되고, 방들이 모여 '자방 마을'을 이룬다. 독서 행위는 '입주'에 비유되어 자연스레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또한 책의 맨 뒤에 에디터 민, 희 등의 이름으로 '편집자의 말'이 함께 실린다. '작가의 말'만 싣는 보통의 책들과는 다르게 책을 만드는 에디터의 말을 볼 수 있는 점이 새롭고 재밌다. 이 분들을 실제로 길에서 만나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겠지만 '자방'의 책을 한 권, 두 권 읽다 보면 마음으로는 이미 가까운 친구 같다. 이들이 만드는 다음 책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 번 나랑 결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친구가 어떤 일을 하든 응원하게 되기 마련이다. '자방'은 스스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동시에, 독자들을 위화감 없이 끌어들이고, 프렌드십을 만드는 데에 성공해냈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출간 종수가 늘어가며 '자방 마을'은 계속 확장되고, 이 안에서 노는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이 즐거이 놀 공간을 제공해주길 바라며, 함께하는 '자방 주민'들이 많아지기를 응원한다. (한수정 창비 마케터)
출판 마케터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업무 중 하나는 '사은품' 만들기. '이 책엔 이 굿즈지!' 할 수 있는 사은품은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사은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척 많다. 먼저 책과 관련이 있는 아이템을 찾고,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이 예뻐야 하고, 무엇보다 실용적이어야 한다. 또한 제작 단가가 적절한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사은품 제작의 요소는 ‘직관성’. 왜 이 사은품이 이 책의 굿즈가 되었는지를 독자들이 바로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재미가 함께한다면 더 좋고. 올해 9월에 나온 『만복이네 떡집』 예스 리커버 굿즈였던 ‘떡 쿠션’은 출판 마케터인 내 기준에서 정말 좋은 굿즈였다. 떡에 관련된 그림책인데 떡 쿠션을 준다?! 얼마나 직관적인가! (진짜 떡을 줄 순 없잖아요.) 게다가 귀엽고, 재밌고, 실용적이기까지! 마침 또 추석이야... 이건 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박신영 한겨레출판 마케터)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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