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혼자인 사람에게 가장 맞는 책”
시간에 딸려 가지 않고 내가 주도해야 좋은데, 그러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시간 안에 줄 세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글ㆍ사진 엄지혜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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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관형

 

 

시인 이병률이 오랜만에 산문집을 엮었다.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의 여행 3부작( 『끌림』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후 5년 만이다. 시인, 여행작가, 출판인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책을 만들어온 시간들 속에서 ‘혼자’ 마주했던 풍경을 그러모았다. “왜 쓰냐고 물으시면 혼자니까 쓴다고 대답하리라”며, “우리에겐 필요한 순간에 길을 바꿀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이병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시인의 말에 결국은 ‘혼자’인 우리도 ‘혼자’라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닐까, 짐짓 추측해본다. 이병률은  『혼자가 혼자에게』  는 “혼자인 사람에게 가장 맞는 책”이라고 말했다. 명사이면서 부사인 ‘혼자’. 이 단어가 품고 있는 여러 함의를 생각하게 되는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  를 두고 이병률 시인과 서면으로 만났다.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목숨처럼 써야 한다. 그러면서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어서기도 하는 반복만이 당신을 그럴듯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혼자가 혼자에게』 ,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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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나은, 괜찮은 형태의 나 자신

 

요즘도 여행을 많이 다니시나요? 올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은 계속되고 있어요. 이젠 좀 덜 다니지 않을까 싶지만 여전한 건 그래도 계속하고 싶다는 고집 같은 게 있어요. 다른 공기가 주는 자극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차곡차곡 채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그게 뭔지는 구체적으로 정확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살고 있으니 이젠 그걸 즐긴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올해 절반은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  를 준비하느라 썼네요.

 

‘여행 3부작 이후 5년 만에 신작 산문집을 내셨어요. 이번 테마는 ‘여행’ 대신 ‘혼자’인데요. 지난 5년은 작가님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이렇다 할 뭔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10년 전에도 또 5년 전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글 쓰고 일하고 사람 만나는 일. 그러다 혼자 여행하는 일 등등이 저를 지금까지 데리고 왔겠지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예전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참 좋습니다. 
 
『혼자가 혼자에게』  라는 제목과 빈 의자가 그려진 표지가 인상 깊었어요. 여기서 대상이 되는 ‘혼자’는 혼자인 나 자신인가요, 아니면 타인을 말하는 것인가요?
 
전적으로 자기 자신이에요. 우선은 내가 나에게 중얼거리는 무엇, 내가 나를 가꾸려는 무엇,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것 같은 무엇의 의미가 제목에 포함돼 있어요. 좀더 들어가보면 제목 앞에 있는 혼자는 나 자신이고 두번째 나오는 혼자는 조금 나은, 괜찮은 형태의 나 자신이기도 해요. 당장 자기 자신한테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혼자를 대면하게 된다면 조금 나아지고 괜찮아진 형태의 자신을 만나지 않을까 싶은 ‘성숙한 혼자’의 의미가 들어 있어요. 둘 다 혼자로서의 자기 자신은 맞지만, 상태로 볼 때는 조금은 다른, 달라진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도 표지가 파란색이었죠? 이번 산문집의 표지도 비슷합니다. 저자로서 달 출판사 대표로서, 이번 산문집의 디자인은 어디에 초점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청색 계열을 좋아하나 봅니다. 셔츠가 거의 청색 계열이라서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있어서 그때 알았어요. 아, 나는 청색 계열의 셔츠만 사는구나, 하고요. 이번 책 『혼자가 혼자에게』는 최정윤 북디자이너 작품이에요. 옆에서 저를 많이 읽고 이해하려는 성의 같은 것들이 표지나 본문 모두에 드러나 있는데, 작업하면서 몇 가지 이상의 많은 디자인 제안들을 해주었어요. 제가 한 일이라곤 방향을 선명하게 잡아나가는 역할을 하는 정도였지요. 혼자라는 타이틀과 어울리는 사물로는 뭐가 좋을까 하다가 의자가 떠올랐고 의자의 이미지를 배치해보자고 했어요. 의자 위에 제 옷이나 제가 가끔 쓰는 앞치마 같은 게 쓸쓸하게 걸쳐 있어도 좋겠다고 했고요. 금방 손볼 데가 없는 표지가 탄생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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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병률


 

앞치마 이야기를 하셨는데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허기를 달래주는 계란말이, 모여 앉아 빚는 만두, 함께 나눠 먹는 도시락 등 온기가 느껴지는데요. 작가님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인가요?
 
잘 먹는 사람 앞에서는 제가 축복받는다는 기분이 들어요. 왠지 저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넘겨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더라고요. 허기를 가끔은 즐기기도 하지만 허기를 평균적인 기준치보다 못 참는 사람이어서이기도 할 거예요. 여행 가면 혼자 즐기면서 먹을 일이 덜 해서이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랑 식사 시간을 즐기는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고 그에 대해 민감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로지 음식을 매개로 하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그리워하는 내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런 결핍의 요소들이 저에게 직접 요리를 하게도 하지요. 일단 몇 미터 거리에 앉아 있는 다른 사람이 배고플 것 같으면 제 기분이 안 좋아져요. 
 
“우리가 한때 같이 지낸 사람들과의 좋았던 시절은 그저 여행뽕이거나 사람뽕에 취한 상태에 불과한 건 아니었나”(206쪽)하고 쓰셨어요. 여행과 사람을 사랑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을 알기에 조금 의외인데요. (웃음) 여행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조금은 달라진 건가요?
 
모든 것은 시간을 지나면서 희미해지고 옅어지기 마련인 것처럼 웬만한 것들은 지나고 보면 내가 좀 과하게 매달렸던 대상과 시간이 되어버리지 않나요? 모든 경험들은 거의 그렇게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제가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리고 막강한 여행중에 있다면 그걸 뽕 상태라고 인지하지 않고 당장은 무조건 빠져들 것 같아요. 그 둘의 시간은, 분명 우리를 견인해주는 힘이 있고 저는 당장 그 힘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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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관형

 

 

조용해지고 싶은 욕망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시인님은 사람을 좋아하시죠. 나이가 들면,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이 바뀌는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가요? 예전엔 이런 사람이 좋았지만, 요즘엔 이런 사람과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같은 경우가 있을까요?
 
사람을 좋아하는 건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생활 앞에서 엄살이 심한 사람은 안 친하고 싶어요. 생활을 어떤 경우든 맛있게 발라먹는 사람이 좋지요.
 
시인님을 말할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죠. “사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인기척”(239쪽)이라는 구절이 좋다고 하는 독자분들이 많았어요. 시인님은 인기척을 잘 내는 사람인가요?
 
잘 내는 편, 아닌가요? (웃음) 많이 냈으니 이제는 좀 저를 거두고 참으려고도 해요.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조용해지고 싶은 욕망이 고개를 들고 있으니까. 고요하다는 말은, 쉽지 않은 말이지만 고요한 일상이나 시간은 분명히 나한테 잘 해주는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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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병률


 
‘시간이 잘 해준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을 함부로 쓰지 않게 되는 것, 그러면서 시간이 단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입체적으로 보이면서 그 시간 안에 내가 할일들을 채워나가게 되는 것, 그런 거요.

 

말씀대로, 16쪽에 나오는 이야기(“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이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시도 산문도 혼자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것이잖아요. 시인님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시간에 딸려 가지 않고 내가 주도해야 좋은데, 그러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시간 안에 줄 세워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걸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걸로 시간을 쓸 때 우린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잖아요. 그럴 수 있을 때 그 시간이 아깝지 않고 어떤 의미를 갖게 되잖아요. 시간을 흘러가지 않아요. 시간은 사용되지요. 영화를 볼 때 단지 시간을 때우려고 보는 것과 뭔가 강렬함을 느끼려고 보는 것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여행을 갈 때가 되었으니 가보자 해서 가는 것과 갈급한 상태에서 뭔가를 채우고 싶다는 상태에서 떠나는 것, 그 둘의 차이로 굵직하게나마 설명할 수 있을 듯하네요.
 
책에서 ‘자신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7가지를 말하셨어요.(273쪽) 실제로 필요한 건 “오만 가지도 넘는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필요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가을을 즐기는 것이요. 가을은 ‘자유’라는 말이랑 가장 많이 닮은 계절이잖아요. 많이 걷고 많이 생각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뭔가를 혹은 누군가를 마구 그리워하면서 지내는 거죠. 가끔은 혼자 잎들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서 중얼거리는, 지나가는 ‘혼자’도 구경하면서요. 
 
요즘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후배들을 특별히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아서요. 책에도 후배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고요.
 
후배들만 좋아해요, 저는. (웃음) 그만큼 그들의 시간을 살았을 때 저는 분명 부족했거든요. 채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킬 수 있는 정도의 만남이죠. 주로 하는 말들은 “이십대에는 빚을 많이 지고 나중에 갚아라. 그 빚은 마흔 전에는 다 갚게 된다” 같은 것들입니다. 
 
지금 출판계를 보면, 여행산문집이 예전만큼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유행이 지난 걸까요? 타인의 여행기를 많이 보지 않는 시대가 된 걸까요?

 

이미 독자들이 지친 듯합니다. 남의 여행 이야기를 읽는 시대가 아니라 직접 여행을 하는 시대로 접어든 지 꽤 되었으니까요. 남의 여행 이야기에서 뭔가를 얻기보다 직접 그 바람을 그 냄새를 느끼고 싶은 거지요. 그런 여행쯤은 이제 나도 할 수 있어, 하는 일종의 선언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가끔 예전에 쓴 책을 보시나요? 아, 이 문장은 안 썼어야 해!라고 후회하는 것도 혹시 있나요?
 
저는 안 봅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 펴낸 책을 읽기보다는 그 시간이 있다면 앞으로 쓸 뭔가를 생각하느라 쓰겠지요. 물론 이렇게 저렇게 부분적으로 제가 쓴 글을 대하게 될 때가 있는데 역시나 후회스러운, 뭐 저런 글을 썼나 싶은 일이 있지요. 왜 없겠습니까? 누굴 그토록 사랑해도 사랑이 끝나고 난 후에 찜찜함은 고스란히 남는 법인데요. (웃음)
 
요즘도 당연히 시를 쓰고 계시겠죠? 후속 시집은 언제쯤 나올 것 같나요?
 
침대 밑에 빈 깡통 하나를 두고 동전을 모으듯 시를 모으고 있으니까 새 시집 출간은 1년 뒤로 잡고 있습니다. 지금 40여 편의 시가 있으니 이제 좀 들여다보고 해야지요. 시집 준비도 준비겠지만 우선은 ‘시가 어렵다는 시대에 과연 내가 쓰는 시는?’이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하는 시기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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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이병률


 
요즘 볼거리가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꾸준히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병률 산문집’이니까 묻거나 따지지 않고 사보는 독자들도 있고요. 독자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아, 그건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웃음) 굳이 어떤 말을 해야 한다면 제 책 그만 읽으시고 만나서 이야기 좀 합시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러다 만나게 되는 우연이나 인연 같은 것들, 또 의미들이 있다면 그게 행운이겠죠. 
 
그래서 요즘 독자 만나는 일에 성의를 다하시는군요. 여러 작은 책방 방문은 물론이고, 같이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SNS에 올린 것들을 포함해서요.
 
음, 그러네요. 맞아요. 독자분들하고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려고요. 
 
여행까지요? 독자분들의 면면이 궁금하기도 하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나요?
 
네, 정말 그래요. 읽으시는 분들은 과연 어떤 분들인지 단순한 궁금증은 물론이고요. 책이라는 매개 말고 과연 ‘나’라는 이상한 사람하곤 어느 정도로 친해질 수 있는 분들인지… 저는 그런 것도 궁금해요.
 
만약  『혼자가 혼자에게』  가 수중에 딱 1권이 있어요. 어떤 분에게 선물하고 싶나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취업에 실패한 20대한테도, 또 짝사랑을 포기한 30대 남자에게도 어울릴 책이란 생각이에요.

 

그래도 혼자인 사람에게 제일 맞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더 철저한 혼자의 맛을 보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평화로워질 테니까요. 물론 지금 혼자인 사람이 더 혼자로 짙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그건 어떤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그렇게 그대로 혼자일 거란 생각에서예요. 혼자의 ‘급수’도 여럿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인생은 그걸 하나만 넘느냐 아니면 영영 그 하나의 선도 넘지 못하느냐로 나뉠 듯해요. 그렇게나 ‘우린 누구나 혼자’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잘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혼자가 혼자에게이병률 저 | 달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대신, 새로운 곳을 향한 사색을 시작한다. 작가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이자, 그리고 깊이 아는 대상인 바로 ’혼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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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작가 #혼자가 혼자에게 #혼자 #좋아하는 것들 #eBook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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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주연

2019.10.31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보는 독자 여기 있어요~!! ^^ 저도 작가님 만나 보고 싶습니다. ㅎㅎ
너무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할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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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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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