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의 암사자는 스크린 속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의 날라 목소리를 맡은 비욘세가 영화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이러한 ‘연대’는 화려하고도 다양한 참여진으로 구체화된다. 비욘세는 팝 최전선의 프로듀서들과 합을 맞추고 아프리카 대륙의 아티스트들을 초빙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요소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퍼렐 윌리엄스 특유의 변칙적인 리듬 위 카메룬 가수 사라티엘과 화음을 맞추는 「Water」, 메이저 레이저의 댄스홀과 가나 뮤지션 샤타 왈레의 콜라보 「Already」가 대표적이다. 전통 음악에 현대적 터치가 닿아 낯선 듯 친근한 음악을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그는 앞으로 차세대를 이끌어갈 뮤지션을 소개한다. 「My power」는 사하라 지대의 음악 특징인 폴리리듬(polyrhythm)으로 아프리카의 향취를 옮겨오는데, 랩과 보컬을 오가는 비욘세와 함께 주목받는 신예 티에라 왝(Tierra Whack)의 퍼포먼스, 21살 작곡가 니자(Nija)의 훅이 하이라이트를 만든다. 「Scar」는 굿 뮤직(Good Music)의 신예 070 셰이크(070 Shake)의 애절한 보이스 아래 악당 캐릭터 스카의 속 사정을 담아 우리가 알지 못한 에필로그를 만들어 냈다.
약자와 인권을 위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누구보다 극적으로 강조한다. 켄드릭 라마의 노련한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Nile」은 자신의 몸 안에 아프리카 나일 강이 흐르고 있음을 선언하고, 딸 블루 아이비 카터에게 바치는 「Brown skin girl」은 제목대로 피부색에 당당해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자의 곡은 흑인 여성들이 블랙 프라이드를 SNS에 게시하는 ‘브라운 스킨 걸 챌린지’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정공법을 통한 음악 속 보컬의 파워가 곧 비욘세를 상징한다.
디제이 칼리드가 프로듀싱한 「Mood 4 eva」는 힙합계 대부 제이지와 제 61회 그래미의 주역 도널드 글로버가 참여하였으나 훌륭한 자원을 잘 이용하지 못한 케이스다. 여기에서 비욘세의 하이톤 래핑은 유독 심심하고 후반에 배치된 도널드의 알앤비 보컬은 업비트와 섞이지 못한다. 분업 활동이라도 하는 듯, 명확히 구분된 파트가 친절하지 않아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앨범의 의미가 퇴색될 정도는 아니다.
비욘세는 스스로 이번 앨범을 「Love letter to Africa」, 즉 아프리카를 향한 연서(戀書)라고 지칭했다. 작은 우리가 모여 큰 세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Bigger」가 그렇듯, 오늘날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편지는 대중음악의 상징인 그의 숨결이 닿아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널리 퍼진다. 사회를 투영하는 메시지를 통해 옥좌에 오른 비욘세의 허스토리(herstory)는 계속될 것이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