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의 선글라스 : 세상이 미처 보지 못했던 곳의 진심
<캠핑클럽>은 옥주현과 핑클의 오랜 팬들만 알고 있었던 그의 노력을 세상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글ㆍ사진 이승한(TV 칼럼니스트)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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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의 한 장면

 


울진의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대화를 나누던 옥주현이 선글라스 너머로 눈물을 보이자, 이효리는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왜 그래, 갑자기? 씩씩하더니. 네가 제일 바랐잖아, 핑클이 한꺼번에 모이기를. 노력도 제일 많이 하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알 만한 이야기지만, 핑클이라는 팀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의 많은 부분은 옥주현의 공이다. 그 시절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던 이효리와 이진, 성유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던 것도 옥주현이었고, 일정 때문에 하와이에서 열린 이진의 결혼식에 참여할 수 없었던 나머지 두 멤버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 준 것도 옥주현이었다. <캠핑클럽>에서 다른 멤버들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동안, 아침마다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저녁이면 저녁상을 차리며 방송으로는 크게 티가 안 나는 살림살이에 매진한 것 역시, 옥주현이었다. 그렇게 티 안 나는 곳에서 마음을 쓰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재회의 다섯 번째 날, 마침내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마음이 어찌 아니 울컥했으랴.
 
스포트라이트에서 늘 반 뼘쯤 물러나 있지만, 그 반 뼘 뒤에서는 단 한 순간도 게을러 본 적이 없었던 사람. 옥주현이 그랬다. 세상이 그에게는 유난히 가혹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핑클 시절 팀의 메인보컬을 담당하며 안무동작 하나 하나와 세세한 제스처에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였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의 헌신을 알면서도 외모를 이유로 그를 놀리거나, 윙크와 제스처가 너무 과하다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핑클빵을 샀는데 옥주현 스티커가 나오면 꽝”이라는 식의 무례한 농담이 시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유통됐다.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을 때에는 성악을 공부했던 그에게 뜬금없이 ‘성량이 부족하다’고 혹평하는 이들이 있었고, 핑클 시절에도 가창력으로는 한 번도 큰 지적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그가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에는 온 인터넷이 한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보자.” 하는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그러니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내는 수밖에.
 
<캠핑클럽>은 옥주현과 핑클의 오랜 팬들만 알고 있었던 그의 노력을 세상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코골이 때문에 멤버들이 잠을 설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옥주현은 멤버들이 모두 잠들 때까지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전원 취침한 걸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레 잠자리에 들었다. 지나가는 투로 “여기에 피자치즈를 좀 올리면 맛있을 텐데.” 라는 이효리의 말에, 옥주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자치즈를 꺼내 가리비 위에 올려줬다. 멤버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티 안 내고 챙겨온 사람의 익숙한 동선이 화면 위에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옥주현의 노력이, 이제서야 선글라스 너머로 조금씩 세상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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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핑클 #옥주현 #스포트라이트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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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9079

2019.08.22

옛날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였을까요. 현재가 더 외모지상주의일까요. 아니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제 내면도 좀 보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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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umi

2019.08.20

옥주현 이쁜데 왜 사람들이 놀렸죠? 노래도 잘하고 좋더만. 이제라도 그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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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