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의미를 정밀하게 생각하게 되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 , 행복을 만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복을 부르는 자기대화법』 을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 : 지난 시간에 새로운 단어가 탄생되지 않았습니까?
단호박 : ‘함께 고민하자’고 해서, 그냥 말하면 재미가 없기에 ‘함고’라고 했더니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톨콩(김하나) : ‘함고’라는 스탠스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조언을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해 보자’, ‘나도 아직 답이 없고 고민 중인데, 나한테 조금 도움이 됐던 건 이런 쪽인 것 같아’라는 느낌이잖아요. 그리고 어감도 귀엽고요. 그러면 두 번째 ‘함고’를 ‘함 go go’ 해볼까요?
단호박의 선택 -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저 | 마음산책
사랑 님의 고민이에요.
“잠수이별을 당했습니다. 저희는 3년 동안 연애를 한 아주 달달한 커플이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너무 많이 개인의 일에 힘들어하다 싸우고 다퉜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이 안 됐는데 오늘 우연히 그 남자 얘기를 들었는데 아주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너무나 과한 욕심인거 알지만 그 사람이 다시 정신 차리고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들고 온 책은 신형철 평론가의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이에요. 정확히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 아니었고, 제목 자체는 ‘평론’을 이야기한 거였어요. 평론이라는 게 두루뭉술해지거나 원 콘텐츠의 그림자를 빌려서 옷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형철 평론가의 지론은 ‘정확하게 그 작품을 봐야 한다, 각자의 시선이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계속 보고 오래 생각함으로써 그 작품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해야 좋은 평론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평론집은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었던 걸로 기억해요. 『정확한 사랑의 실험』 의 글들이 대부분 잠언이나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지기는 했는데, 그 경구들이 굉장히 엄밀한 논리 관계를 따라서 전개가 됐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는 구절이 상당히 회자가 많이 됐었어요. 이 문장만 들어보면 이해가 잘 안 되실 수도 있는데, 평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 보면 그 논리적인 결계에 갇혀서 마지막에 이 문장을 보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평론인데도 아름답고,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왔는지가 차곡차곡 접히는 느낌이에요.
사연 보내주신 사랑 님께는 첫 번째 장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책에서 사랑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정말 정밀하고, 정확하고, 유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읽는 순간 나의 사랑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돼요. 사랑 님이 자신의 사랑을 조금 더 엄밀하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사랑이 나한테 무슨 의미였는가’, ‘이 사람과 나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결합해서 어떤 감정을 일으켰는가’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저는 평론을 읽으면서도 도움이 됐었거든요.
톨콩(김하나)의 선택 -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저/권진욱 역 | 나무생각
종완 님께서 보내주신 질문입니다.
“‘행복하게 살자’가 인생 좌우명인데, 진정한 행복은 대체 무엇일까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고 싶어요.”
‘행복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저희가 지난 ‘함고’ 시간에 소개해드린 서은국 저자의 『행복의 기원』 을 읽으시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에 조금 더 각론을 붙이고 싶어요. 저는 세상이 추상어로 이루어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추상을 유추해서 마음속에 가질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한 발 한 발 걷는 걸음과 하루하루의 시간은 아주 구체적인 행동, 말, 관계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저는 추상어가 아닌 구체어를 써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어서, 로저 로젠블라트의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을 가지고 왔습니다. 로저 로젠블라트는 <타임지>의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사람이고요.
이 책이야말로 제 인생에 길이길이 남아있는 책이에요. 1번, 2번 법칙의 경우에는 제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너무 너무 크게 작용을 했어요. 1번 법칙의 제목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예요. “때가 너무 일러서, 혹은 늦어서 문제인가?”, “당신이 여기 있기 때문에, 혹은 저기 있기 때문에 문제인가?”, “당신이 똑똑하기 때문에 또는 반대로 미련하기 때문에 문제인가?”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이 모든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는 게 1번 법칙입니다. 2번 법칙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인데요. 제목은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예요. 마지막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장담하건대, 당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 바로 당신이 당신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은 당신한테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는 거죠. 주옥같은 법칙들이 나오는데요. “나쁜 일은 그냥 흘려가게 내버려 두라”라는 3번 법칙은 제가 너무 좋아해서 제 책에도 썼어요.
사람들마다 마음속에 남는 법칙은 다 다를 것 같아요. 그걸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 만약에 58가지 중에 두 가지가 남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완 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원칙을 세워두고 하루하루를 보낼 것인지를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삶에서 기억해야 될 무언가’를 정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고요. 그 무언가를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행복을 자주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냥의 선택 - 『행복을 부르는 자기대화법』
파멜라 버틀러 저 | 소울메이트
혜인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저는 취준생입니다. 졸업한지 1년 반이 지나고 있지만 일 경험도 없고 수십 번의 서류탈락에 제 자신이 한 없이 작게만 느껴집니다. 언제나 제 편이고 응원해줄 줄만 알았던 가족도 넌 왜 제자리냐며 답답해합니다. 자신감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사연을 읽고 계속 마음이 무거웠는데요. 가족들이 ‘넌 왜 제자리냐’며 답답해한다고 하시니까, 혜인 님이 정말 힘드실 것 같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가족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시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아요. 그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자신에게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전달하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감, 자존감을 높이는 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거든요. 주변에 자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 의견을 표현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세계를 바꿀 수는 없잖아요. 내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 어찌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고민 끝에 가지고 온 책은 파멜라 버틀러의 『행복을 부르는 자기대화법』 입니다. 2013년에 『더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아』 라는 제목으로 출간이 됐다가 2016년에 지금의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고요. 파멜라 버틀러는 30년 이상 환자들을 만나 온 임상심리학자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이야기해요. 나 자신이 가장 많은 말을 하고, 나는 그 말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성장하면서 주변에서 들은 사람들의 말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크다고 해요. 예를 들어서 ‘너는 이기적이야’라는 말을 듣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혹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면 안 돼’라는 강박을 갖게 된다는 거죠. 실수를 했을 때 비난을 받게 되면 ‘완벽해져야 돼’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식으로 ‘최고가 돼야 돼’, ‘사랑받는 사람이 돼야 돼’, ‘열심히 살아야 돼’ 하고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나 ‘넌 그걸 할 수 없을 거야’, ‘너는 나이가 너무 많아’ 등 방해하는 목소리가 내 안에 있다는 건데요.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80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