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복지를 자랑하는 곳,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곳, 유구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곳,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을 매혹시킨 곳.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이 추상적이고 압축적인 단어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진다. ‘그래서 북유럽에 뭐가 있다는 거지?’
북유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북유럽 인문 산책』 의 저자는 현지인들도 깜짝 놀랄 만큼 열정적으로 북유럽 곳곳을 누빈다. 그 과정에서 직접 현장에 발을 딛지 않고서는 던질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깊이 파헤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답변들을 얻는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뒤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미처 완벽하게 채우지 못한 지식의 공백에 인문학을 더한다. 그렇게 역사와 신화, 예술과 문화, 자연과 지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인문학적 지식을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 이후 약 2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으셨습니다. 집필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부터 책이 완성되었을 때의 소감까지 첫 책과는 사뭇 달랐을 듯합니다.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제가 두 번째 책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주변 분들은 모두 전작과 비슷한 육아서일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사실 책을 구상한 것은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스웨덴 육아』 보다 이번 『북유럽 인문 산책』 이 더 먼저였답니다. 어쩌면 이 책이 제 첫 번째 책이 될 수도 있었던 거죠. 『북유럽 인문 산책』 은 정말 신나게 썼어요. 여행의 기억을 가다듬고 궁금했던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요. 원고 집필을 마쳤을 때가 스웨덴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이었어서 그런지 이번 책은 북유럽에서의 저의 삶은 모두 담은 느낌입니다.
‘북유럽을 여행하며 발견한 인문 이야기’라는 콘셉트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역사, 신화, 예술, 문화, 지리 등을 모두 아우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이런 콘셉트로 글을 쓰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스웨덴에 살았기 때문에 북유럽 여행을 나서기가 쉬운 편이었어요. 혹시 놓친 것이 있다면 다시 찾아가볼 기회도 있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북유럽에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해요. 북유럽은 여유롭게 여행하기 좋은 곳이지만 휴양지는 아니잖아요. 준비할 것도 둘러봐야 할 곳도 많은 여행이 될 텐데, 북유럽을 방문했을 때 이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전하고 싶었어요.
처음 원고를 쓰기 전에 북유럽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연도로 구분하고 시간 순서에 따라 꼭 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여행지를 선정했어요. 그런 다음 그 여행지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 대표할 수 있는 부분을 카테고리로 나눴고요. 그 과정에서 역사, 신화, 예술, 문화, 지리가 모두 다루게 됐어요. 책은 시간적 순서를 기본 흐름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행할 때의 동선도 고려했기 때문에 책에 나오는 순서대로 여행하셔도 됩니다.
바쁘게 숙제하듯이 여행하는 것보다 산책하듯 거닌다는 것이 여유로운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다녀오신 곳들 중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에 가장 좋았던 ‘산책지’를 꼽는다면 어느 곳을 고르시겠어요? 꼭 한 곳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인문’과 ‘산책’ 두 단어에 딱 어울리는 곳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 공원(Vigelandsparken)’이에요. 비겔란이 누군지 몰라도, 예술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그곳을 감상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비겔란의 조각들은 무척 직관적이거든요. 특히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죠.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기대고, 올라탈 수 있는 조각들입니다. 일상에 녹아든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규모가 꽤 커서 산책하기에도 더없이 좋답니다.
북유럽을 열심히 누비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셨을 텐데요, ‘이런 부분은 꼭 배워야겠다’라거나 ‘이런 부분은 한국이 좀 더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으셨나요?
북유럽의 도서관을 가보면 항상 제일 편안하고 좋은 곳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요. 전망이 가장 멋진 곳도 아이들을 위해 내주죠. 박물관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을 배려하는 것이 보기 좋았지만 그보다는 그런 공간들이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아이-청소년-성인을 위한 공간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은 한국이 더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훌륭한 어린이 도서관도 많고요. 하지만 서로의 편의와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데 좀 치우친 느낌이 들어요. 너무 선을 그어 구분한 것 같다고 할까요? 북유럽에 가면 어른과 아이가 하나의 사회 안에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답니다.
이번 북유럽 여행은 남편, 두 딸과 함께한 가족여행이었습니다. 만약 북유럽 5개국 중 딱 한 곳을 골라 홀로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세요.
책을 쓰면서 더 알아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 코펜하겐에 혼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이때 제일 먼저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이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이에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현존하는 미술관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작품, 전시, 자연, 건물, 활동, 휴식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완벽한 미술관이에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곳이죠.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을 정도로요. 가족과 함께 가도 좋지만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롯이 혼자 만끽하고 싶은 미술관이에요.
프롤로그에서 북유럽을 ‘춥지만 차갑지 않은 곳, 차분하지만 어둡지 않은 곳’이라고 표현하신 부분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북유럽 겨울은 춥고 길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겨울이 싫지 않았어요. 오히려 폭설이 내려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더 많아요. 또 북유럽은 제게 ‘비움의 매력’을 알려주었어요. 어떤 여행지는 심심하다 못해 허전하기까지 했는데도 그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죠. 오히려 그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답니다.
그런 환경을 닮았는지 북유럽 사람들은 참 차분해요.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어요. 그런데 또 대화하는 것은 엄청 좋아하죠. ‘춥지만 차갑지 않은 곳, 차분하지만 어둡지 않은 곳’은 추운 겨울, 촛불에 의지한 채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북유럽의 사람들을 그린 표현입니다. 북유럽은 강렬한 자극은 없어도 은근히 계속 생각나는 곳이에요. 촛불처럼 은은한 곳이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유럽’ 하면 역시 디자인, 신화, 복지 등의 키워드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이외에 북유럽을 대표할 새로운 키워드를 제안해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북유럽은 너그러운 숲 같은 곳이라서 ‘포용’이 생각납니다. 평등, 신뢰, 다양성, 배려 등 모든 좋은 단어를 다 포함할 수 있는 키워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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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인문 산책홍민정 저 | 미래의창
오래된 도시 전경이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알아야 할 북유럽의 진짜 모습과 그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담아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