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맛집처럼 포장한 그저그런 식당도 존재한다. 함정에 빠지지 않고 괜찮은 식당 찾아내는 방법을 음식 맛 잘 아는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음식 말고 인테리어만 언급되는 곳은 피하세요”
문인영(푸드 스타일리스트)
<올리브> 매거진 등의 요리 잡지 화보, 마켓컬리,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의 광고 촬영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요리 전문가.
“꼭 맛집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의 괜찮은 음식을 내는 곳은 공통점이 있어요. 오래되고 집기가 낡았다 할지라도 내부가 깨끗하고 잘 관리된 곳은 맛있는 음식을 내올 확률이 높습니다. 주인의 욕심과 고집 때문에 재료 관리와 요리를 깐깐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낯선 동네에서 식사할 곳을 찾을 때는 가게 앞에 잘 가꾼 화분이 여럿 놓여 있는 집이면 안심하고 들어갑니다.(웃음) 또 가로수길, 북촌, 이태원 같이 유행이 금세 바뀌는 동네에서 3년 이상 버틴 집이라면 음식이 맛있는 경우가 있죠.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오래된 노포인데 주말에 장사를 안하는 곳이 맛집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입맛이 비슷한 주변 지인의 추천을 받곤 합니다. 또 맛집 포스팅을 잘 하는 인스타그래머 중 입맛이 비슷한 사람을 팔로우하고 그의 리스트를 참고하기도 하지요. 인터넷 블로그를 검색할 때는 ‘꼭’ ‘정말’ ‘반드시’ 같은 강조어를 넣어 검색하면 숱한 광고성 글을 어느 정도 거를 수 있어요. 블로그에서 ‘맛이 특이하다’ ‘처음 느끼는 맛이었다’ 같은 표현이 있으면 주의해야 하는데, 맛이 없는데 돌려서 말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또 협찬을 받아 포스팅을 하는 경우에는 보통 요리를 담는 플레이팅 솜씨, 매장 인테리어, 종업원의 서비스 같은 요리 외적인 것을 장황하게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리뷰가 많은 집도 건너 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할 때는 테이블에 낸 요리 사진을 보면서 맛집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데, 꼭 요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략 알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스테이크는 두께, 색깔, 구워진 모습만 봐도 그렇고, 파스타 면이 퍼져있거나 샐러드 채소가 축 쳐져 있다면 맛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인스타그램에도 광고성 포스팅이 올라오곤 하는데요, 어떤 가게 특정 메뉴의 비슷한 사진이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너무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업로드되면 그런 곳도 피해가곤 합니다.”
“ ‘맛집’ 키워드로 검색하지 마세요”
이주영(여행작가)
하루에 6끼를 먹을 때도 있다는 @년 차 여행작가. 1만부 넘게 팔린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 의 개정판을 내고 현재 대만 여행서를 준비하고 있다.
“일하다 보면 낯선 동네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식사를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손님들이 있는 가게는 맛있는 음식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곳 위주로 두세군데 점 찍은 다음, 동네를 한바퀴 돌고 옵니다. 그래도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재료를 준비하기 위한 브레이크 타임까지 있는 곳이라면 맛집이지요. 비슷한 이유로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서 카페를 찾을 때는, 근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미팅을 하러 나온 회사원들이 많은 곳을 골라 들어갑니다. 직장인들이 일부러 회사 밖으로 나올 정도면 커피나 디저트의 수준이 괜찮다는 얘기거든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할 때에는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배제합니다. 광고성 글을 거르기 위해서지요. ‘신사동 맛집’ 대신 ‘신사동’을 검색하고, 다양하게 올라오는 관광지, 옷가게, 소품샵 등의 포스팅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식당을 추려 냅니다. 그중 서너가지로 좁힌 다음 현장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 식당의 분위기를 살피지요. 블로그에는 포스팅이 많은데 실제로는 손님이 없는 집도 은근히 많습니다.(웃음)
인스타그램도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 해시태그로 검색한 후 가장 위에 뜨는 ‘인기 게시물’ 부분은 건너 뜁니다. 단순히 ‘좋아요’를 많이 받은 것을 모아 놓은 것일 뿐, 맛집을 구별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그 아래에 보여주는 ‘최근 게시물’을 클릭해서 사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쓴 글까지 꼼꼼히 읽어보면서 괜찮은 곳인지 가늠합니다. 예를 들어서, 인스타그램의 경우에는 맛집이 아닌 뷰티, 스타, 일상 등 다른 주제를 포스팅하던 사람이 ‘나 이런 것 원래 안올리는데…’ 같은 표현을 하면서 갑자기 맛집 포스팅을 툭 올리면 괜찮은 식당인 경우가 있거든요.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여서 나름 지켜 오던 일관성을 깨고 올린 것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에는 상업적인 인스타그램이 많기 때문에, 몇만명의 팔로우를 자랑하는 스타급 인스타그램보다는 오히려 1,000~2,000명 정도의 팔로우를 유지하는 일반 인스타그램의 후기를 염두에 두고 봅니다. 이런 곳에 꾸준히 올라온다면 평균은 하는 맛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뉴가 너무 다양한 곳은 피하세요”
김도훈(홍보대행사 대표)
레스토랑 홍보대행사 FIM C&C 대표이며 맛집 탐방을 좋아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바앤다이닝> 매거진에서 일했고 현대카드 고메위크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제가 식당을 선택하는 가장 첫번째 기준은 메뉴가 너무 많은 곳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아시안 푸드를 다양하게 내놓는 식당 보다는 베트남 요리 전문점, 태국 레스토랑 이런 식으로 특화된 곳을 찾으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을 때에도 김치찌개 전문점, 된장찌개 식당 같이 단일 메뉴에 특화된 곳에 갑니다.
여행지에서는 그 지역 특산물로 요리를 하는 식당을 찾으면 괜찮은 한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횡성은 한우로 유명하지만, 이곳의 또 다른 특산물은 더덕이란 것을 알면 더덕 요리 식당도 가게 되죠. 특히 지방 맛집은 키워드를 공부한 다음 그것으로 찾으면 실패할 일이 적습니다. 부산은 밀면, 돼지국밥, 차이나타운 등의 키워드가 있는데 이걸 알면 뜬금없는 메뉴에 도전할 일이 없겠죠. 제주도의 경우도 과거 제주도에선 회를 먹지 않고 대신 국과 조림이 발달했으며 물회는 배 위에서 금방 만들어 먹던 메뉴라는 걸 알고 간다면 어떤 식당에 가야 할지 윤곽이 잡힙니다.
또 하나,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내는 곳을 찾으면 틀림없습니다. 제철 식재료가 나올 때쯤 이걸 이용한 쉐프의 특선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있는데, 사실 요리하는 입장에서는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럼에도 제철 식재료 메뉴를 낸다면 더 맛있는 것을 손님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는 식당이라는 얘기지요. 일례로 한정식집 메뉴는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중에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반찬을 내는 곳이 있다면 괜찮은 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블로그에서 맛집을 검색할 때는 맛집을 전문적으로 포스팅하는 블로거의 후기를 참고하는 편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는 ‘종로3가 맛집’보다는 ‘종로3가 불고기’ ‘종로3가 냉면’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메뉴를 함께 넣어 검색하는데요, 일단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함께 넣으면 광고성 글이 더 많이 검색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해서 찾은 식당들의 면면을 구체적으로 살핍니다. 저는 방송 출연을 홍보하는 가게보다는 미쉐린가이드나 블루리본 같은 전문 가이드북에 실린 곳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두서너 가게로 범위를 좁힌 다음 맛집을 주로 포스팅하는 블로거의 후기를 찾아보지요. 음식 사진을 봤을 때 오일 파스타에 오일이 흥건하다거나, 고기집의 반찬 세팅이 성의없을 경우엔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맛집을 검색하면서 저절로 얻은 노하우가 있는데요, 정말 괜찮은 식당은 대개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 두 채널에 모두 풍부한 후기가 올라옵니다. 둘 중 하나에서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 좀 의심을 해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만 흥하고 블로그에 리뷰가 거의 없는 식당은 사진 찍었을 때 음식이 예쁘게 나오는 곳이고 음식의 맛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네이버 블로그에는 포스팅이 매우 많은데 인스타그램에서 언급이 없다면 블로그 광고를 이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