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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특집] ‘밥블레스유’, 먹어서 안풀리는 건 없어

<월간 채널예스>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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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프로의 성격이기도 한데 ‘저 상황에 저걸 먹고 싶어’ 같은 일상에 녹아든 프로그램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2019.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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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장도연, 이 언니들의 수다에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맛있는 걸 먹고, 고민을 나누고, 웃음보는 늘 터지고 가끔 울게도 되는 현장의 뒷담화! 프로그램을 견인하는 황인영 PD와 정다운 작가를 만나 즐겁게 들어봤다.


<밥블레스유>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 예능인이 한 자리에 모인 프로그램이에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황인영 : 알려져 있다시피 출연자분들이 워낙 친하세요. 친한 분들이 가끔 만나서 먹고 얘기하는 모임이 있었죠. 그런 얘기들을 팟캐스트 <비밀보장>에서 하곤 했는데 거기 애청자분들이 그걸로 방송을 하면 좋겠다, 언니들이 모인 모습 보고 싶다라는 반응들을 주셨어요. 그런 바람들이 있어서 송은이 씨가 친한 PD인 저한테 연락을 하신 거죠. 마침 그때 제가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도 그쪽 방향이라 같이 하게 됐어요. 

 

정다운 : ‘비보 TV’의 먹는 이야기가 워낙 화제가 됐어요. 김숙씨랑 이영자 씨가 지방을 가다가 휴게소마다 들러서 먹었던 이야기, 최화정 씨 덕분(?)에 김숙씨가 그야말로 배터질만큼 먹었던 이야기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였죠. 휴게소 먹방에서 캐치한 것이 <전지적 참견 시점> 이라면 저희는 네 분의 현실 우정 ‘케미’를 부각시킨 방송이에요.

 

먹으면서 사연을 읽고 처방하는 ‘힐링 코드’가 인상적이에요.


황인영 : <비밀보장>이 사연을 받아서 상담을 해주는 방송이잖아요. 그 콘셉트를 유지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램 관련해서 처음에 회의하던 날, 이영 자씨가 “먹어서 안 풀리는 건 없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에요. 사실 고민을 헤쳐나가는 힘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그 힘을 어디서 받는가의 문제인데 이건 꼭 어디로 떠나야 하고 그런 게 아니라 ‘집에 가서 라면 하나 끓여 먹어도 힘이 생겨’처럼 어렵지 않게 일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코드만 통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출연자들의 수다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작가의 대본이 들어가나요? 


정다운 : 수다 그 자체예요. 작가가 개입할 수가 없어요. 작가는 많은 사연 중에 어떤 것이 언니들의 푸드 테라피와 잘 맞아떨어질까를 생각하며 추리는 것이고, 이 분들이 잘 놀 수 있는 판을 어디서 어떻게 짤까를 주로 고민해요.

 

맛집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황인영 : 방송에서도 녹아나지만 먹으면서 먹는 얘기한다고 그러잖아요? 실제도 네 분들은 어떤 걸 먹으면서 ‘다음엔 이걸 먹자’ 그런 얘길 많이 하는데, “압구정동의 그 샤브샤브집 거기 한 번 가자” 이런 얘기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종목을 말하기도 해요. “우리 복어를 한번 먹어야 돼”라던가 “요즘 어린애들은 그런 신기한데 간다 던데 우리도 한 번 가서 먹어볼까?” 그런 얘기들을 잘 모아뒀다가 저희가 줄을 세우고 프로그램의 형태가 되게 완급 조절을 해요.

 

출연자의 수다로 장소까지 정해지는 셈이네요.


황인영 : 저는 이 프로그램이 맛집을 소개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는 일반적인 의미의 맛집 프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은 사소하고 애매하고 찌질하기도한 사연을 들어주고 나누면서 “그냥 이거 먹고 풀어”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배경이 먹는 장소고 먹으면서 얘길 하고 먹으면 풀린다는 얘길 하는 거죠.
 
정다운 : 방송이긴 하지만 실제와 경계가 애매하기도 해요. 어느 회차는 최화정 씨의 주방이 맛집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비밀보장>의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든요. 요리의 재료나 요리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어느 식당이 주인공이 되진 않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황인영 : 여러 프로그램을 해봤지만 이 프로만큼 시청자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던 것 같아요. 어떤 사연에 대해 ‘나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위로 받았다, 그 사연에는 나도 열 받았다’ 같은 공감들을 많이 해주거든요.

 

정다운 : 가장 많은 피드백은 ‘나도 저기 끼고 싶다’예요. 그 수다 속으로, 먹는 장소에 같이 껴 있고 싶다는 거죠. 그런 감정이입을 깊숙하게 하는 프로인 것 같아요.

 

각 출연자들의 매력은 뭘까요?


황인영 : 최화정 씨는 맏 언니지만 어른의 말이 아닌 젊은 친구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톤의 이야기를 잘 하세요. 기본적인 연륜이 있어 지혜로움도 있으시고요. 저는 프로그램에 향기를 더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김숙 씨는 너무 웃기고요. <신서유기>식 표현을 빌리면 ‘도른자’ 같아요. 하하. 이영자 씨는 상처받았을 때, 작아졌을 때 “나는 이렇게 극복했어”라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 걸 꺼내 놓을 수 있는 넉넉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솔직함이 그 분의 힘인 것 같은데, 그게 원동력이 돼서 대상을 받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은이 언니야 머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시고요. 도연 씨는 잘 못 먹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제가 볼 땐 화정씨 다음으로 잘 먹어요. 언니들은 토크에 열중하고 있는데, 먹으면서 리액션할 때도 있거든요.

 

정다운 : 많은 방송에서 캐릭터를 딱 정해놓고 시작하잖아요. 저흰 그런 범주를 두지 않아서 자유롭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배고파서 짜증도 내고 배 부르면 부른대로 피곤한 모습도 보이고, 그분들 스스로도 “이게 녹화야? 모임이야?” 이래요. 카메라가 있을 뿐이지 평상시랑 다를 게 없거든요.

 

장도연씨의 합류는 출연자분들이 원하셨다고요.


황인영 : 맞아요. 우리 프로가 고인물이 되지 않게 나이차 있는 막내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좀더 신선한 관점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어요.

 

정다운 : 그렇다고 뜬금없는 동생을 들인 건 아니고요. 장도연 씨는 이미 김숙 씨나 송은이 씨와 굉장히 친한 사이에요. 그보다 좋은 멤버는 없을 정도로 호흡도 좋고요.

 

출연자 분들이 좋아했던 맛집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황인영 : 이영자 씨가 제일 좋아했던 건 장도연 씨가 소개한 을지로였던 것 같아요. 평소에 안 가봤던 곳이기도 하고 신기한 곳들이 많았거든요. 간판도 없는 스피크이지 바도 있었고, 정말 오래된 노포도 있고, 요즘 뉴트로 유행에 맞춰서 커피숍도 옛날스러운데 요즘스러운 이른바 ‘인스타 갬성’을 자극하는 곳도 있었고요. 어린 동생이 와서 소개해 준 곳이라 너무 재미있어 했고 이후로도 “을지로 같은 그런 거” 이런 말도 했어요.

 

정다운 : 김숙 씨는 기본적으로 아이 입맛인데, 짭짤하면 다 좋아해요. 하하 게장, 쌈장, 연어장 이런 장류도 참 좋아해요. 화정 언니는 가장 잘 먹고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데 고급 진 것도 좋아해요. 송은이 씨는 위가 좀 작고요. 하하.

 

황인영 : 근데 또 이영자 씨랑 최화정 씨 단골이었던 닭목살집에 갔을 땐 정말 잘 먹더라고요. 그날은 진짜 제가 본 중에 제일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춤도 추고요. 

 

정다운 : 정말 요샌 춤으로 감정을 승화하시는 듯해요. 하하. 그리고 장도연 씨가 가장 아쉬워 하는 건 “왜 이분들은 이 맛있는걸 술과 먹지 않나?” ”왜 사이다랑 드시나?”예요. 

 

맥주는 가끔 드시지 않나요?


황인영 : 맥주 한 잔 정도는 드시는데, 웬일로 “우리 맥주 시키자” 그래 놓고, 나중에 보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정다운 : 정해인씨 왔을 때만 무슨 매직처럼 다같이 드셨죠. 
 
황인영 : 맞아요. 이건 후일담인데 그때 이영자 씨가 정해인 씨한테 ‘대동먹지도’를 선물하셨잖아요. 근데 나중에 고기를 좋아한다니까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 된 걸 새로 만들어서 다시 줬어요. 


정다운 : 근데 주고 나서 바로 후회하셨죠.

 

왜요?


황인영 : 글자를 잘못 썼나 봐요. “맞춤법이 틀렸는디 나를 뭐라고 생각하겄어. 아웅 어뜩하냐”그러시면서 하하.

 

만둣국도 나왔는데 또 다른 겨울 음식으로 소개되는 게 있나요?


정다운 : 정해지진 않았지만 특정 음식이 아닌 상황 자체가 주어질 것 같아요. “눈이 엄청 많이 왔는데, 뭘 먹을까?” 이런 식이요. 장소나 상황이 정해지면 음식은 자연스럽게 나올 거고요.

 

먹는 것을 소재로한 예능의 흐름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황인영 : 글쎄요. 저는 TV에 나오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관계 설정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남이 먹는 걸 보는게 어색하거나 신비한 것도 아니고. 경계가 허물어졌죠. 또 먹는 건 누구나 하는 일상적이고 흔한 행위라서 그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관찰의 시대가 언제 끝날까 하지만 점차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잖아요.

 

정다운 : 우리 프로의 성격이기도 한데 ‘저 상황에 저걸 먹고 싶어’ 같은 일상에 녹아든 프로그램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셰프들의 요리는 먼 나라 음식 같고 맛이 상상이 안되잖아요. 재래시장에서 먹는 떡볶이에 김말이는 그냥 즉각적으로 상상이 되고 반응할 수 있지만요. 그런 친밀한 방송들이 인기를 끌 것 같아요.

 

황인영 : 왜 아는 맛이 더 맛있다고 하잖아요.  

 

<밥블레스유>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정다운 : 저희 에피소드 중에 마카오 편이 있었어요. 거기서 이영자 씨가 애플망고를 먹으면서 “나 오늘은 한 번 이렇게 해볼게. 이제 좀 그래도 되잖아? 그동안 고생했고 오늘은 좀 누려보고 싶다” 그러면서 껍질을 안 발라 먹고 싹 던지는데, 보는 제가 같이 통쾌하더라고요. 앞으로도 그 사람 본연의 삶과 감정이 드러나고 교감할 수 있는 방송이었으면 좋겠어요.

 

황인영 : 올해에는 지방도 돌면서 봄맞이 음식도 좀 먹으러 가고 아는 맛이지만 맛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 더욱 노력 할 테니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사연 주실 때 팁을 드리자면 그 주에 나간 주제를 다음 주에 또 하지는 않으니까 새로운 주제로 보내주시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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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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