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 『읽은 척하면 됩니다』 를 쓴 김유리 저자는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문학 분야 책을 고르고 만지는 도서 MD로 일하고 있다. 독자들처럼 책을 좋아해서 읽지만 가끔 사 놓는 행위만 하는 사람. 김유리 MD는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평소에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업무 분야와 평소 독서 성향이 겹치는 편입니다. 지난 주말엔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들의 첫 번째 고양이와 두 번째 고양이』 을 끝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중에 완독할 책으로 정한 건 시집 『처음 가는 마을』 입니다. 1월 30일에는 어슐러 르 귄의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가 집으로 발송될 예정이고요.
어떤 이유로 그 책들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3권 모두 이유가 다른데요. 먼저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언젠가부터 매년 1월이 되면 읽고 있습니다. 학부생 시절 쪽글을 쓰느라 각 문학상 작품집을 챙겨 읽었던 버릇이 몇 년 반복되고 나니, 10년이 지난 지금도 습관처럼 찾게 되네요. 『처음 가는 마을』 은 출판사 대표님의 소개 덕분에 혹하게 되어 따로 주문했습니다. 팔랑귀인지라 믿음이 가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사놓는 편입니다. 가벼운 시집이기도 했고요. 마지막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는 현재 예약 판매 중인 에세이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든 키워드가 한 권에 모두 실려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르 귄, 이야기, 여성, 고양이, 환상. 읽으면서 밑줄을 많이 칠 것 같은 기대감에 벌써부터 부풀어 있습니다.
도서 MD가 되고서 책이 더 좋아졌나요? 아니면 혹시 힘들어졌나요?
MD가 되고 책이 좋아지기도 하고,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면에 있어서 불필요하다 싶을 만큼 편협해지기도 했고, 어느 면에 있어서는 이런 색깔을 지닌 글들도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기도 해서요. 그러니까 MD가 되기 전 제 시력이 0.3도 정도였다면, 지금은 0.7도까지 올랐다고 보면 될까요. 시간이 갈수록 더 양가 감정이 커지는 것 같아요. (웃음)
MD로 일하면서, 힘들 때와 좋을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힘들 때는 책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너무 많다는 것. 보기 좋은 투정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문학 책이 많아서 가끔 책한테 내가 눌려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니깐요. 어느 정도 솎아내고, 취향대로 발라보기 편한 주니어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양에 있어서는 힘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을 때는 누구보다 책을 가장 먼저 보는 시간입니다. 음, 심지어 책이 완전한 모양으로 나오기 전 초고 형태로 (A4용지에 뽑아 주시죠.) 만났을 때, MD가 참 좋은 직업이구나 싶었습니다. 또, 매출이 잘 나올 때가 좋죠. 어쩌면 참 무용한 책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가 계속 쌓이고 퍼지고 있다는 걸 숫자로 크게 볼 수 있어서요.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을 드릴게요. 책을 왜 좋아하나요?
(웃음) 유치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그 시절을 토대로 추측해보고자 합니다. 아마 작은 도서관이라고 지칭하면서 있을 수 있었던 책상 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도 건들이지 않았던 책상 밑에서 저는 꼬마가 아니라 사서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현재에 투영해보면, 저는 지금 처한 현실과 책을 읽고 있는 상태가 분리되는 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있는 시간만은 31세 김유리가 기억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거든요. 물론 독서를 할 때 있어서 저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정 맥락이 매우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책 말고는 저에게 없는 듯 합니다. 음, 상당히 두서없이 말하게 되었지만, 저는 책이 ‘-가 되기(to be)’가 가능케 하는 힘을 가져서 좋습니다.
신간을 기대하는 작가 세 명만 꼽아 주신다면요?
사심을 담아서 이야기 해보자면, 김연수 소설가님 어서 장편 소설을 내주세요. 기다리다가 현기증 나겠어요. 줌파 라히리의 이탈리아어로 쓴 소설도 올해 안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연초부터 무척 기대가 되고, 궁금해 안달 난 상태입니다. 아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은 완역본으로 언제 나오나요, 문**네님?(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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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척하면 됩니다김유리, 김슬기 저 | 난다
남편은 문화부 기자답게 책을 그 자체로 냉철하면서도 예리하게 분석하곤 한다. 아내는 서점 MD답게 책을 그 자체로 독자들의 눈높이나 입장에서 읽어낸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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