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자폐성 장애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뉴로트라이브』 의 북 토크가 열렸다. 『뉴로트라이브』 북 토크는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서 장소 및 북 토크에 필요한 비용을 후원했다. 이베이코리아 홍윤희 이사는 “휠체어를 타는 딸에게 필요한 물건이 생각보다 많은데 정보가 많이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정보를 나누고 싶어 옥션에서 케어플러스라는 코너를 만들었죠. 꼭 필요한데 정보가 없어서 비싸게 주고 사거나 하는 분이 많았어요. 이렇게 파편화된 정보를 모으는 것이 굉장한 힘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뉴로트라이브』 는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편견을 깨는 책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인권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모든 것을 신경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강병철 역자를 소개했다.
『뉴로트라이브』, 자폐 이해하고 공부하는 책
강병철 역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현재는 캐나다에서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뉴로트라이브』 는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티브 실버만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을 취재하다가 생긴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들의 자녀 중 자폐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흥미로 시작한 취재는 자폐증의 역사를 거슬러 오른다.
“이 책의 제목인 뉴로트라이브(NeuroTribes)는 뉴로와 트라이브를 결합해 저자가 만든 말입니다. 뉴로는 신경이라는 뜻인데요. 신경이 한데 모여서 고차원적인 일을 하는 기관이 뇌지요. 여기에서 말하는 뉴로는 말초신경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뇌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트라이브는 부족인데요. ‘뇌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굉장히 동질적인 사람들’과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강병철 역자는 먼저 『뉴로트라이브』 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 중 다섯 명을 소개했다. 역자가 소개한 첫 번째 인물은 레오 카너다. 레오 카너는 자폐증에 이름을 붙인 사람으로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이다.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 독일을 떠나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13개 국어를 자유롭게 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근무했던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에 반대하며 원장과 대립하기도 하고,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미국에 오려는 유대인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레오 카너, 자폐라는 이름을 붙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카너 역시 똑똑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인 동시에 비겁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지위를 올리려고 하고, 의뭉스러운 점도 많은 분이었어요. 1935년 카너가 『어린이 정신의학』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스타 의사’가 되어 명성을 얻습니다. 이때 카너에게 분명한 특징이 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유형의 환자가 찾아옵니다.”
웃지도 않고, 타인과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하고, 들여다보아도 반응이 없었다. 아이를 본 카너는 보여지는 특징을 진단하지 못한다. 그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너가 독일에서 구출해준 의사 중 한 명인 게오르그 프랑클이 비슷한 증상이 있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고 언급한다. 카너는 프랑클의 조언대로 비슷한 증상이 있는 환자를 찾아 연구하지만, 프랑클과 함께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있는 병원에서 자폐 증상에 관해 함께 연구하도록 마땅한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았으며, 혼자 논문을 완성한다. 이후 1943년 이 증상에 관해 논문을 발표하는데, 이때 처음 autistic(자폐성의)이라는 낱말이 주목을 받는다.
“카너는 촉이 좋은 사람이었어요. 조기유아자폐증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게 되고, 자폐증은 곧 카너라는 공식이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가 몇 가지 있었어요. 첫째는 카너 자신도 이 병을 잘 몰랐습니다. 환자 몇의 이야기만 듣고, 첫 돌이 되기 전에 생기는 병으로만 초점을 맞춘 거예요. 당시 카너의 의학적 권위가 대단했기 때문에 10대나 성인이 아스퍼거나 자폐의 진단을 받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게 카너의 큰 실수 중 하나고요. 또 하나는 자폐를 획일적인 집단으로 정의했습니다. 자신이 정한 기준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자폐가 아니라고 진단한 거예요.”
그러나 카너의 주장은 곧 반박을 직면한다. 실제로 카너가 논문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자폐 증상에 관한 연구는 활발했다. 다만 카너보다 먼저 인지했던 사람들은 ‘조현병’이라는 낱말로 증상을 규정했다. 많은 공격을 받은 카너는 자폐 증상이 ‘육아의 문제’라고 정의하며, ‘유해한 양육’이라고 표현한다. 이어 타임지에서 ‘냉장고 엄마’라는 말로 응수하며, 오랜 시간 많은 부모에게 상처를 남긴다.
한스 아스퍼거, 자폐를 이해하다
“카너 이전에 독일에서 자폐적 지능이라는 말을 한 한스 아스퍼거라는 의사가 있었어요. 아스퍼거는 1911년 매우 선진적인 진료를 하는 빈(Vienna) 어린이 병원에서 근무했는데요. 주로 사회에서 반항적이거나 사회성이 없어서 따돌림을 받는, 무엇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병원이었어요. 그런데 설립 당시부터 이 아이들이 아프거나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사회가 각자 개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해서 고통받고 있는 거라고 정의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병원이었습니다. 아스퍼거는 빈(Vienna) 어린이 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개인적인 특성을 파악하면서 약을 쓰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잠재력을 발견하는 치료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관찰하고,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선진적인 관점으로 진료를 하는 빈(Vienna) 병원에서 아스퍼거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자폐성 정신병증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 증상이 현재 시점에 막 생긴 것이 아니라 신화나 전설 속에도 존재하며, 대중문화를 통해 알려진 ‘캐릭터’를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10대나 성인에게도 증상이 있으며, 한 가지에 뛰어난 재능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 등 넓은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스퍼거는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과 적절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주변에서 괴롭히지 않도록 막아주고,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교사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인류의 문화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며, 자폐성 지능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버나드 림랜드, 자폐의 오해를 벗기다
강병철 역자가 세 번째로 소개한 인물은 버나드 림랜드다. 버나드 림랜드의 아들 역시 자폐 증상이 있었는데, 자폐에 관한 지식이나 자료가 없었던 터라 아이도 부모도 매우 고통스러운 날을 보냈다. 해군 복무 심리학자였던 그는 출장이 잦았는데. 아들의 증상을 정확히 알고 치료하기 위해 출장을 마치면 그 지역의 가장 큰 의학도서관을 찾아 자폐 증상에 관한 자료를 찾아 공부한다. 시간이 흐르자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가 쌓였는데, 이 자료를 정리해 참신한 원고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대형 출판사에 투고한다. 이후 림랜드의 원고는 1963년 『유아자폐증』이라는 책으로 엮인다. 책의 독자를 의사이거나 종사자로 생각했던 림랜드는 『유아자폐증』 뒤에 의사인 독자가 환자나 가족들에게 쓸 수 있는 설문지를 첨부한다. 그런데 출판 이후 절절한 사연이 적힌 설문지가 림랜드의 집 우편함에 쌓이기 시작했다. 밤낮으로 전화가 오고, 불쑥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림랜드는 이렇게 찾아온 자폐 자녀를 둔 부모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림랜드는 자폐란 유전 및 신경학적 근거를 지닌 선천적 상태라고 정의하며, 발달장애를 포함해 모든 어린이가 교육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잘못된 육아 방식 때문에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으로 고통받던 부모들의 공감을 얻는다. 책을 통해 사람이 모이자 현실을 바꿔보고자 전미자폐어린이협회를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잇는다. 그러나 자폐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론에 빠져 비타민을 많이 먹거나 특수식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대체의학을 지지하는가 하면, 음모론이나 비과학적인 것에 의지했다.
“죄책감과 무력감 때문이었을 거예요.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빠져들기 시작하면 악몽이니까요. 지금도 백신 때문이라거나 환경 오염 때문에 자폐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거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현재는 연구를 거듭해서 백신과 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계속 의심을 하죠. ‘백신이 0.01%도 문제가 아닐까?’라고 질문을 하면 확답을 할 수는 없죠. 다만 이런 태도는 해롭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에서 자폐나 발달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예산을 세웁니다. 그런데 예산이 절대 무한하지 않죠. 만약 예산이 많더라도 인력과 시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를 통해 백신과 관계없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파고들어서 꼬투리를 잡으면, 그걸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부분에 연구비를 사용하기 어렵죠. 계속 비슷한 증명을 하기 위해 연구비를 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자폐 증상을 진단할 수 있을지 도구를 만들거나 그래도 예산이 남으면 부모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검증된 건 믿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로나 윙, 자폐 범주를 넓히다
레오 카너가 autistic이라는 이름을 처음 불러준 사람이라면 로나 윙은 그 이름을 다시 제대로 불러준 사람이다. 윙은 런던의 정신과 의사였는데 런던은 일찍부터 정신장애에 관한 사회적 서비스의 중요성에 관해 인식하고 있었다. 남편과 윙 모두 의사였고, 아이에게 자폐가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며 당시만 해도 드물었던 자폐 증상이 드물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마침 남편에게 주어진 연구 주제가 런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을 겪는지 조사하는 것이었고, 윙 역시 연구에 참여한다.
“로나 윙은 카너의 기준으로 자폐를 진단하는 것이 범위가 좁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1부터 5까지의 증상이 있다면 이 조건에 모두 부합해야 자폐 진단을 받는 거예요. 그런데 이 개념을 and라고 한다면 여기에 or를 놓으면 자폐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느는 거예요. 예를 들어 1, 2번 증상은 있는데 3, 4, 5번 증상이 없어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거죠. 진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에서 주는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된 후 개념을 확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이후 윙은 자폐증이라는 말 자체에 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자 자폐 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후 1988년 영화 <레인 맨>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고 퍼지면서 자폐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윙은 이후에도 자폐증 진단 기준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윙의 노력으로 많은 환자가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템플 그랜딘, 자폐의 특성을 보여주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인물은 템플 그랜딘이다. 콜로라도주립대학의 교수이자 아스퍼거 증후군인 그의 활약으로 사람들은 자폐를 불행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폐인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또한, 그는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의 부모 중 다수가 기술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인류 유전자에서 자폐증을 제거했을 때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자폐인이자 성 소수자인 짐슨 클레어는 국제자폐증네트워크를 결성하며 ‘우리를 특이한 존재로 규정하지 마라.’라고 말합니다. 너희가 우리를 규정한다면, 우리도 너희를 ‘뉴로티피컬’로 규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요. 국제자폐증네트워크 웹사이트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습니다. ‘우리가 모인 까닭은 자폐인의 삶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입니다. 자폐인들을 덜 자폐적으로 만들거나 자폐증을 완치하거나 자폐인이 아닌 사람과 구별되지 않도록 만들거나 향후 자폐인이 더는 태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논의는 자폐인으로 우리 삶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뇌마다 특성이 다른데 이 사람들은 자폐적 특성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는 겁니다. 어떤 게 병이고, 장애라고 규정하는 게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자폐로 생각해보는 소수자의 권리
“마지막으로 생각해봅니다. 자폐가 완치가 가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현상일까요?”
강병철 역자가 질문을 던지고 개인적인 경험 하나를 이야기한다. 강병철 역자는 의사이자 번역가로 보람 있는 일을 하고자 꿈꿀자유 출판사를 만들었다. 정보를 얻기 힘든 질환을 겪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가장 먼저 출판하고 싶었던 건 다운증후군에 관한 책이었다.
“예전에 근무하던 병원에서 다운증후군인 아기를 낳았습니다. 엄마를 찾아가 다운증후군에 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심장병이 생길 가능성은 얼마나 되고, 어떤 증상이 있으며, 무엇인지, 교과서에 나오는 걸 줄줄 읊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잠깐 우시더니 제게 ‘그런데 선생님, 얘네는 어떻게 키워야 해요?’라고 묻는 겁니다. 그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건 달달 외워서 말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키우고 무엇을 먹여야 좋고 어떤 방법으로 교육해야 하는지, 뭘 해야 더 행복해하는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게 가슴에 오래 남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동료 의사와 상의하는데 대뜸 “그 책 내시면 망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다운증후군은 태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산전 진찰로 증상이 발견되면 낙태시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약 완치할 방법이 개발된다는 게 바람직할지,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그걸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자폐인이 80%라면, 자폐인이 아닌 사람이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강병철 저자는 모두 잘살기 위해서라도 약자 편에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 소수자, 외국인노동자, 여성 등 소수이고 약자인 사람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특별한 신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돌은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첫 번째는 애도하거나 슬퍼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울지는 모르지만, 해결책을 찾거나 행복할 수 없죠. 두 번째는 자녀의 행복에 온 존재를 바치면서 새로운 차원의 행복을 느끼는 태도입니다. 작고 사소한 일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이것도 말하자면 새로운 삶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이상적인 태도입니다. 자폐라는 껍질 속에 정상적인 아이가 갇혀있는 게 아니라 자폐가 있는 아이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축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 번째는 매우 어렵죠.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태도를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로 끝을 내려고 합니다. ‘이런 생명과 지혜의 근원으로부터 우리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독자와의 Q&A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성 장애인 성인 자조 모임인 estas(에스타스) 회원들이 여기 와 있습니다. 저는 설립에 기여한 장지용입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폐성 장애인 권리 운동이 시작되었고,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먼저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고 자폐성 장애에 관한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활발한 권리 운동을 통해 대중적인 조직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자폐성 장애가 대중적으로 공감을 받고 알려질 수 있을지 방법이 궁금합니다.
제가 한국의 상황에 밝지 못해서요. 뭐라고 이야기하는 건 주제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몹시 나쁜 사람이 아니고서야 알면 아는 대로 행동합니다. 아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실을 부끄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고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자폐성 장애에 관해 모릅니다. 저도 의사지만 솔직히 이 책을 옮기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다른 의사 선생님들도 비슷할 거로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알리는 것이고, 그런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투쟁하고 바꾸는 것보다 앞서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연 내용 중에 교육자가 원하는 대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디자인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 행동수정치료가 굉장히 유행하고 있어요. 복지관에서 서비스하면서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고요. 이런 현상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ABA(응용행동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에 관해서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캐나다에서 장애인 지원을 하는 것을 보며 제가 느낀 건 첫째로 장애인 지원에 국가 자원을 투자하는 데 아낌없다는 것입니다. 예로 장애인 연금 신탁이 있는데, 거기에 가입하면 평생 현금으로 15억 원 정도를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또, 지역에서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다 보면 ‘방향 하나를 설정’하고 거기로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더라도 다 같이 가자는 정서가 느껴집니다. 한 사람이 뒤처진다고 빼놓고 달리는 게 아니라 일어나기를 기다리거나 일어날 수 없으면 부축하거나 업어서 함께 달리는 겁니다. ABA에 관해서 이야기할 건 없습니다. 지금은 처음 생길 때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빨리 끼워 맞추기보다는 다 같이 가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10월 말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뜻깊은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서 11월 말까지 있을 예정입니다. 제가 저자도 아니고, 책을 요약해드렸을 뿐인데도 많은 분이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힘닿는 데까지 강연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번역가이자 출판업자로 좋은 책을 선정해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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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트라이브스티브 실버만 저/강병철 역 | 알마
인간 게놈의 복잡성과 다양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발전시켜나갈 때, 우리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논증해낸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