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을 오래 간직하는 나만의 방법
확실히 혼자 하는 여행과 동행인이 있는 여행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의 경험도, 분위기나 느낌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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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은 보는 즉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반면 어떤 그림은 보고 난 뒤에 마음에 잔잔히 남는다. 그렇다면 일러스트레이터 배현선의 그림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배현선 작가의 그림은 따스한 시선과 포근한 색채가 특징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파동을 점점 크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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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늘부터 휴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전에 독립출판으로 펴낸 플립북 『고양이의 아침』과 『우엉과 오니기리』 그리고 여러 그림책 작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 작업은 그림과 더불어 글까지 어우러져 긴 호흡이 느껴지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책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 앞서의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책과의 인연은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평소 자주 가는 작은 카페에서 재작년에 작게 전시를 했었는데, 특히 ‘여행을 하는 마음으로’라는 제목의 그림을 편집자분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때 인연이 닿아 함께 여행 에세이 책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제게 글까지 믿고 맡겨주셔서 지금도 놀랍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부터 휴가』 는 그림 위주의 지난 책 작업들과는 달리 글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제게는 일종의 도전이었습니다. 늘 그림으로만 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에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주변의 격려와 응원으로 점차 편안하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고, 글을 쓰는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출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만큼 뿌듯함이 큽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제 이야기를 글로도 더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는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 네 군데 도시에서의 여행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각각의 도시에서 받은 인상은 어떠했는지 또 그림으로 그렸을 때 도시별로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곳의 도시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는 물론이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보니 제 생각이나 경험 등이 바뀌어 더욱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파리의 경우, 글에도 썼듯 한마디로 ‘사랑과 낭만의 도시’였습니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보아도 사랑과 예술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로맨틱한 여행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도쿄는 서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라 재미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가 여행하기에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은 곳이에요. 또, 치앙마이에서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할 것이 특별히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천천히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교토는 소박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 도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마음이 굉장히 차분해지곤 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았고요.


사실 그림이라는 것은 제가 지닌 선과 색, 시선과 생각 등이 드러나는 것이기에 도시가 달라진다고 해서 휙휙 바뀌지는 않아요. 어느 장소에서 그린다 한들 저는 저이니까요. 하지만 각 도시가 지닌 특유의 개성이 조금씩 묻어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마 이것이 여행의 매력 중 하나겠지요?

 

여행지만큼이나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는지도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에는 혼자 여행한 이야기도 있고 동행인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같은 곳에서 혼자 여행을 다닐 때와 동행인이 있을 때의 다른 점이 있다면요? 또 각각의 장점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확실히 혼자 하는 여행과 동행인이 있는 여행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에서의 경험도, 분위기나 느낌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이라면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무엇을 보고 먹을지, 시간을 어떻게 쓸지를 내 마음대로 정해도 괜찮으니까요. 다만 여행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을 찍더라도 ‘내가 본 것’은 남아있지만, ‘나를 남긴 것’은 많지 않다는 점도 역시나 조금은 아쉽고요. 반대로 동행인과 함께하는 여행은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배려해야 하고, 때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그렇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의 순간들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크나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서 차분하고 귀여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바라보게 되는데요, 그림들은 주로 어떤 도구로 그리시고, 또 어떤 순간이나 사물 등에 시선을 두시는지 얘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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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주로 아크릴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여행을 다니며 가지고 다니기 쉬운 그림 도구를 사용하다보니 요새는 연필, 펜, 색연필 등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도구라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이에요. 심지어는 여행지에서 곧바로 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고요.


저는 주로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서투르고, 자연스러운 것들에 눈길이 갑니다. 이를테면 길가에 핀 들꽃,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낡은 나무 의자, 같은 색의 머플러를 두른 노부부, 햇살 아래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과 같은 것들이지요. 작가에 따라 독특하고 거친 화풍을 지녔거나, 어둡고 우울한 시선으로 그려나가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주로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그림에 담아내곤 합니다.

 

책에는 각 도시의 끝부분에 여행지에서 들었던 음악이 실려 있습니다. 음악으로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는데요, 요즘 즐겨듣는 음악이나 작업할 때 주로 듣는 '노동요'로는 어떤 게 있으신지요?

 

저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달라지곤 하는데, 생각을 많이 해야 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로 차분한 곡을 틀어놓습니다. 그래서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나, 혹은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들을 선호합니다. 이병우의 연주곡들, 모차르트의 minuet in G major K.1, 영화 「캐럴」의 OST,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앨범 같은 곡들이 그렇습니다. 조금 더 편안하게 작업할 때 듣는 음악으로는 벨 앤 세바스찬의 앨범 『The Boy with the Arab Strap』, 칼리드의 『American Teen』,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IRM』, 제너레이션널스의 『Alix』 등을 좋아합니다. 재즈는 언제나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요. 대체로 늘 듣던 곡을 반복해서 듣는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으면 바라는지,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오늘부터 휴가』 를 읽으시고 제 글과 그림에 공감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책 제목처럼 ‘오늘부터 휴가’인 듯 즐겁게, 혹은 편하게 읽으신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파리, 도쿄, 치앙마이, 교토를 여행하듯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여행지에서 그려 더욱 생생함이 느껴지는 그림들과 함께, 일기처럼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독자분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어떤 작업들을 계획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나 준비하고 있는 여행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지금은 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연인인 A와 함께 여행, 영화를 소재로 한 독립출판물도 기획하고 있고요.


이달 말에는 치앙마이를 다시 한 번 다녀올 예정입니다. 일 년 만의 방문인데, 벌써부터 많이 설레네요. 제겐 아마도 가장 긴 휴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몇 년 만에 유럽을 다시 여행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부지런히 일을 하고요, 그만큼 달콤할 ‘오늘부터 휴가’를 만끽해야겠어요.


 

 

오늘부터 휴가배현선 저 | 앨리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책장을 넘기면 색연필의 포근한 질감이 살아 있는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 지은이의 발길과 눈길이 닿은 여행지의 풍경이 이러했노라고 속삭이듯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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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