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네, 감성 힙합의 공식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그들의 노력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글ㆍ사진 이즘
201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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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첫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을 찾고 있는 일렉트로닉 팝 듀오 밴드 혼네(Honne). ‘진심’이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이름을 따온 듀오는 이미 국내에서 「Warm on a cold night」라는 곡으로 준 슈퍼스타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먼 영국 땅의 음악이 이만큼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음악 시장에 ‘감성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노래들과 접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때 미니홈피에 프리스타일의 「Y」와 「수취인불명」을 ‘브금’으로 도배하던 민족이 아닌가. 반도의 유별난 혼네 사랑에 멤버 앤디와 제임스는 전라도 광주에서 촬영한 한국 댄스팀과의 합동 뮤직비디오 「Me & You」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감성 힙합은 보통 올드 스쿨 비트나 최신 유행인 트랩 비트의 하이햇 사운드를 옅게 깔고 소울, 알앤비, 재즈, 발라드 진영과 협업해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서정적인 래핑을 얹는 것으로 완성된다. 노래의 감칠맛을 살려줄 후렴이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가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혼네의 소포모어 가 유난히 이 공식에 들어맞는다. 드레이크의 「Passionfruit」를 공동 작곡한 나나 로그스와의 협업 싱글 「I got you」가 켄드릭 라마의 파트만 쏙 빠진 「All the stars」로 탄생한 것은 놀랍지만, 「1 Might」 「Feel so good」의 사운드 자체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지난 2016년 가요계를 수놓은 로꼬, 딘, 크러시, 지코의 최신 버전 감성 힙합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테다.

 

음반의 후반부에는 레트로한 사운드를 내세우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의 영향을 받은 듯한 트랙들이 모여있다. 「Shrink」부터 마지막 곡 「Forget me not」까지 캐치한 멜로디를 지양하고 사운드 스케이핑에 집중한 듯하지만 다양한 소리의 합이 새로운 알파를 창조하지 못한다. 그저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어정쩡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소리는 정당성을 잃었다. 특히 「I just wanna go back」은 비슷한 음악을 선보이는 캐시미어 캣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리를 구축하지만 조화롭지 못하다.

 

은 결코 실험적이지 않다. 「Crying over you」처럼 전작 의 공식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훨씬 팝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으면서도 후반부의 이질적인 노래들은 마치 독창성과 예술성을 보장받기 위한 보험처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는 엘피로만 실물 음반을 발매하겠다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매끈한 팝 앨범임을 인정한다면 모를까,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그들의 노력이 마냥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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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네 #Love Me Love Me Not #Warm on a cold night #I go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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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