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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스 앤 이어스, 독보적인 퀴어 아이콘

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 『Palo Sa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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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은 수록곡들의 유려한 멜로디 진행과 올리 알렉산더의 보컬 장악력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2018.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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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는 올리 알렉산더(Olly Alexander)와 마이키 골즈워시(Mikey Goldsworthy), 엠리 터크만(Emre Turkmen)으로 이루어진 영국의 일렉트로닉 팝 밴드다. 이들은 지난 2015년, 영국의 BBC가 매년 음악 전문가들의 설문을 통해 뛰어난 신인을 선정하고 발표하는 <Sound of>에서 정상에 오른바 있다. 뒤이어 싱글 「King」과 첫 번째 정규 앨범 <Communion>(2015)이 모두 UK 차트 정상에 오르며 이들의 시대는 본격 개막했다. 밴드는 국내에서도 ‘년앤년’이란 애칭과 함께 마니아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프런트 맨 올리 알렉산더는 2집을 위해 세계관을 창조했다. 스페인어로는 ‘신성한 나무’를 뜻하는 「Palo Santo」는 인간이 거의 사라지고 안드로이드가 세상을 지배하며, 개인에게 최고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특정한 성(性)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설정의 공간이다. 인류가 사라진 디스토피아이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겐 유토피아인 공간인 것이다. 여기에 마크 랄프(Mark Ralph), 그렉 커스틴(Greg Kurstin) 등 특급 프로듀서들과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 등 현재 팝 신을 주름잡고 있는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해 짜임새 있는 음악을 완성했다.

 

첫 곡 「Sanctify」부터 듣는 이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종교적인 언어를 동원해 얼핏 신성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연출한 듯 보이는 노랫말은, 사실 이성애(‘straight’) 남성과 사랑을 나눈다는 대담하고 성애적인 내용이다. 은유를 통해 절묘하게 두 가지 상황을 그린 것이다. 일찍이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혔던 올리 알렉산더는 이전부터 노래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 왔다. 범상치 않은 가사와 달리 음악은 친절하다. 리드미컬한 퍼커션과 잘 들리는 선율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접근을 꾀했다. 전작에서 돋보였던 전자음 장식 대신, 캐치한 팝송 만들기에 집중한 모양새다.

 

앨범의 기조 역시 이에 호응한다. 매 트랙 강력한 멜로디가 꿈틀댄다. 「Hallelujah」는 복잡한 리듬 패턴의 향연 중에도 단번에 귀에 꽂히는 후렴을 가졌고, 「All for you」는 복고풍 신스를 매끈한 선율에 매치해 반복 감상을 유도한다. 두 번째 싱글로 공개한 「If you’re over me」는 귀에 맴도는 키보드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한 산뜻한 진행이 매력적이다. 정교한 프로그래밍으로 꽉 찬 사운드를 구현한 「Rendezvous」와 「Preacher」, 가사의 측면에서 첫 곡 「Sanctify」와 상통하는 「Palo Santo」 또한 높은 흡인력을 갖췄다. 더없이 라디오 친화적인 구성이다.

 

제작 전반을 주도한 올리 알렉산더는 탁월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앨범의 주를 이루는 댄서블한 곡에서는 그루브를, 감상의 완급을 조절하는 「Hypnotised」 「Lucky Escape」에서는 섬세한 감성 터치를 부여하는 식이다. 그는 개성 강한 톤으로 팀의 색깔을 공고히 하면서, 곡에 어울리는 다양한 해석을 통해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중에서도 「Sanctify」의 카리스마, 「Hallelujah」의 후반 브리지를 장식하는 폭발적 고음, 「Preacher」의 귀를 간질이는 팔세토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하이라이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수작이다. 앨범은 수록곡들의 유려한 멜로디 진행과 올리 알렉산더의 보컬 장악력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개별 트랙의 사운드 디자인, 밴드 연주의 미학보다는 음반의 응집력과 통일성에 중점을 둔 결과다. 「Palo Santo」라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일반적으로는 노래에 담기 힘들었던 이야기까지 가사로 풀어낸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본 앨범으로써 이어스 앤 이어스, 특히 올리 알렉산더는 독보적인 퀴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Communion>이 재능 있는 신인 밴드의 탄생을 알렸다면, <Palo Santo>는 하나뿐인 이들의 가치를 웅변하는 값진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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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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