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속 랜도 칼리지안을 말하다
나는 랜도의 모험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나올 만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러니 이 캐릭터가 제대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
글ㆍ사진 빌리 디 윌리엄스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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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디 윌리암스. 이미지 출처 :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 그래픽 노블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 & ™  Lucasfilm Ltd.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조지 루카스의 팬이었다. 특히 그의 작품 「THX-1138」을 정말 감명 깊게 보았기에 「스타워즈」를 통해 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도 큰 영광이었다.


「제국의 역습」을 촬영하는 동안 정말 멋진 모험을 많이도 한 것 같다. 해리슨, 마크, 캐리가 처음부터 편하게 대해 줘서 별 불편함 없이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제국의 역습」을 촬영했던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 즉 CG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경과 온갖 생명체를 미술팀이 직접 만들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팀 작업실에 가서 그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어떻게 해서 판타지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지 지켜보곤 했다.


「제국의 역습」의 감독이었던 어빈 커쉬너, 그를 생각하면 온통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어빈의 재능과 노력은 「제국의 역습」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스페이스 오페라이자 우주에서 펼쳐지는 웨스턴의 대서사시인 「스타워즈」의 정신을 제대로 살렸다. 동시에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대한 자신만의 비전을 작품에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제국의 역습」은 후속작도 처음 나온 영화만큼 훌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사와 관객들에게 입증한 작품이었다고 본다. 오늘날까지도 이 작품은 영화사의 가장 큰 걸작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어빈 커쉬너는 지난 1편에서 관객들이 좋아했던 이야기와 장면을 잘 담아낼 수 있도록 훌륭하게 팀을 이끈 감독이었다. 그와 함께 작품을 했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영광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이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어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 것이다.


「스타워즈」 팬들은 은하 세계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전설적인 「스타워즈」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곤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아직도 ‘랜도 칼리지안’으로 불리는 게 좋으냐고…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랜도 칼리지안은 나의 한 부분이다, 아니 내가 그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나는 가끔 랜도가 한 솔로와 그의 친구들을 배신한 게 아니라는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랜도는 제국군을 피해 자신을 찾아온 한 솔로와 친구들 때문에 더욱 더 곤란한 입장에 처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나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 3초 동안이긴 하지만) 랜도가 다스 베이더에 맞서 싸우려고 하다가 곧 그 마음을 접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결국 그는 베이더와 싸우는 대신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한다. 편집에서 잘리긴 했지만 다스 베이더와 랜도가 그들만의 ‘협약’을 맺는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다.


랜도 칼리지안은 영웅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약간 모자라는 조금은 특별한 캐릭터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모습을 지닌 그런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는 자신의 매력과 영웅주의적 카리스마를 백분 이용하는 모험가이자, 구름 도시에서는 도둑들의 대장으로 불리기도 하며,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내기 걸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말이라면 또 무조건 따르기도 한다.


나는 배우이자 화가이다. 예술가로서의 나는 인간 조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특별하면서도 흥미로운 방법을 찾아 항상 노력해 왔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랜도라는 인물은 우리의 인생보다 더 연극적이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랜도는 쾌락을 좋아하는 건달이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스타워즈」의 스티브 윈이 아닐까 한다.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일에는 어떻게든 연루되어 있는 그런 인물 말이다. 하지만 랜도는 상처를 잘 받고 마음이 약하다. 그래서 참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스타워즈」 시리즈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랜도와 비슷한 캐릭터가 또 있을까? 랜도의 첫 등장, 즉 오랜만에 만난 한 솔로를 껴안고 나서 레아 공주에게 다가가 손키스를 하는 모습을 봤을 때 관객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그다음이 정말 궁금한데…”


마블에서 랜도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래픽 노블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는 랜도의 모험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 나올 만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러니 이 캐릭터가 제대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랜도는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다, 그저 랜도일 뿐. 그는 지난 시절의 다툼이나 설전을 넘어서는 미래의 인물이다.


나는 대부분 상처와 약점이 많은 인물들을 연기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랜도가 정말 좋다. 그는 그냥 랜도 칼리지안일 뿐이다. 모험가이자 도박꾼, 사업가이자 전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랜도. 잘생기고, 관심이 가고, 똑똑하고, 로맨틱하고, 독특하며 유일한 인물인 랜도. 랜도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냥 랜도 그 자체다. 이제 「제국의 역습」에 이어 「레고 무비」, 「스타워즈 레블즈」 등에서 활약하는 랜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트릴로지 그래픽 노블 세트아치 굿윈, 로이 토마스 글/하워드 체이킨, 알 윌리엄슨, 카를로스 가르존 그림 외 1명 | 디에디션
영웅과 악당, 수백만 종의 외계인이 등장하는 우주 대서사시. 몇 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이야기가 드디어 당신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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