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젊은 문화인의 대담이 실린 『부디 계속해주세요』, 스릴러의 매력을 꽉 채워 담은 『아무튼, 스릴러』 , 노년에 시작되는 사랑의 모습을 그린 소설 『밤에 우리 영혼은』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부디 계속해주세요』
문소리, 김중혁, 요리후지 분페이, 아사이 료, 니시카와 미와 저 외 5명 | 마음산책
부제가 ‘한일 젊은 문화인이 만나다’예요. 한국의 마음산책 출판사와 일본의 쿠온 출판사,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협력해서 만든 책이고요. 2015년이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를 기념해서 2015년부터 3년 동안 ‘차세대 문화인 대담’을 진행했어요. 이 책에 그 결과물을 담겨있고요. 쟁쟁한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배우이자 감독인 문소리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여성 영화와 감독에 대한 대담을 나눴고요. 김중혁 소설가와 요리후지 분페이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건축가 고시마 유스케와 안기현이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연극을 연출하신 분, 소설가, 사진 작가 등 많은 분들이 모인 만큼 예술 전반에 대한 내용, 문화에 대한 내용,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문소리와 니시카와 미와의 대담이 제일 좋았는데요. ‘여성으로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사람이 따뜻한 교감을 나눈다는 게 대화에서 잘 느껴져요. 서로에 대한 팬심이 잘 드러나는 대담이었습니다.
대담 말고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도 나오는데요. 정말 재밌어요. 편지글 형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요즘 우리는 편지를 잘 안 쓰잖아요. 저는 요리후지 분페이 일러스트레이터와 김중혁 소설가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써야겠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건축가 안기현과 고시마 유스케도 그렇고, 대담에 참여한 모든 분들이 편지를 주고받았는데요. 정세랑 작가님은 특유의 ‘쏘스윗’한 면모가 편지에서도 드러나더라고요. “다정히 생각하는 아사이 료 작가님께”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쓰셨고, 아사이 료 작가님은 “마음으로부터 경외하는 정세랑 작가님께”로 시작되는 답신을 보내셨어요. 두 분 다 너무 스윗하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사람의 편지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톨콩의 선택 -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저 | 코난북스
<김하나의 측면돌파>에 제일 처음 나와 주셨던 게스트죠. 이다혜 기자님이 새 책을 내셨어요. 지난번에 출연해주셨던 금정연 작가님의 책 『아무튼, 택시』 와 거의 동시에 출간된 것 같은데요. ‘아무튼 시리즈’에서 나온 『아무튼, 스릴러』 입니다. 제목을 듣는 순간 ‘이 책은 갈 사람에게 갔구나, 이다혜 기자님이 쓰셨다니 너무 기대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읽어보면 백 가지를 아는 사람이 열 가지만 쓴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밀도가 굉장히 빽빽하고,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져요. 이다혜 기자님이 워낙 다독가이시잖아요. 그래서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눈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스릴러의 여러 장르, 끓는점, 언제부터 이 책을 놓을 수 없게 되는지 등 여러 가지 특징들을 짚어내세요.
특히 좋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다혜 기자님이 노르웨이의 범죄스릴러 작가 요 네스뵈를 인터뷰한 적이 있으시대요. 그때 “노르웨이의 범죄율이 그렇게 높은가요?”라고 물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다, 범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곳이다”라고 하시면서 “소설의 배경과 실제 나라는 다르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책에도 이다혜 기자님이 자신을 돌이켜보는 부분이 있어요. 끔찍한 뉴스가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또 범죄스릴러를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는 왜 이런 사회에서 스릴러에 끌리는지, 고찰하는 거죠.
이 책은 스릴러를 통해서 내연에서 외연으로 확장되면서 끝나는데요. 작은 책이지만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체도 정말 쿨해요. 하드보일드 소설을 써나가는 것처럼 많은 것들을 짧게 짧게 써나가는데, 그 안에 공력이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어요.
그냥의 선택 -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저 | 뮤진트리
이 소설은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등장하기도 했어요. 배우 감우성 씨가 연기하는 남자 주인공이 이 책의 한 부분을 여자 주인공에게 읽어주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배우 김선아 씨가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해요. 그래서 감우성 씨가 자신의 곁에 와서 잠을 청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이 책을 읽어줘요.
“우리 둘 다 혼자잖아요. 혼자 된 지도 너무 오래됐어요. 벌써 몇 년째예요. 난 외로워요. 당신도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밤을 견뎌대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걸요. 밤이 가장 힘들지 않나요. 그렇죠?”
그 장면을 보고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면, 책을 읽으시는 동안 드라마의 내용이 떠오르실 때가 많을 것 같고요. 우리가 흔히 생에 가장 뜨거운 시기라고 말하는 시간이 지난 후에 시작하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되실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작은 시골 마을에서 40년 넘게 이웃으로 살았어요. 이미 세상을 떠난 서로의 아내와 남편까지, 모두가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요.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선생으로 일했었기 때문에 주변에 제자들도 많이 살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밤을 같이 보내던 날에도 남자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 이렇게 말해요.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똑똑하고 강인한 여성도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그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40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