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어렵고 실험은 복잡하다. 하지만 이영혜 <과학동아> 기자의 과학 에세이 『실험하는 여자, 영혜』 는 쉽고 웃긴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위트로 가득하다. 몸 사리지 않고 덤벼드는 이영혜 기자의 맹공 앞에서 첨단의 물리, 화학, 생물 지식들은 무장해제 당한다. “아, 이런 거였어!” 독자들은 지적인 성취감에 들뜬다. 생리대,다이어트,드론,추위, 독도에서 시작한 잡담들이 난감해만 보이던 과학 교과서들의 견고한 외벽을 허물어뜨린다. 실험정신으로 똘똘 뭉친, 우리 시대의 과학기자 영혜를 만났다.
어떻게 과학기자가 되셨는지, 과학기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과학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대학교 3학년, 공대 학생회장 일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에 '반값 등록금'이라는 큰 이슈가 있어서 이것을 공대 학생들에게 알리는 대자보를 많이 썼습니다. 하얀 전지에 까만 매직으로 ‘사각사각’. 요즘은 프린트로 뽑는다고 하죠?(아 옛날사람..) 아무튼 그렇게 대자보를 붙이면 선배 후배 동기들이 우르르 그 앞에 모여 제 글을 읽는 겁니다. 숨어서 지켜보는데 속이 막 뜨겁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리라 다짐하고, 전자공학 전공을 살려 과학기자가 됐습니다. 과학기자의 하루는 다른 분야 기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눈뜨면 남들이 어떤 기사를 썼는지 리뷰하고, 아침 먹기 전에 오늘 하루 어떤 기사를 쓸지 기획하고, 점심도 거르며 취재하고 다급히 기사 쓰고. 다루는 아이템도 겹칩니다. 생리대, 다이어트, 드론, 추위… 다만 취재하는 방식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과학은 보통 실험을 통해 말합니다. 때문에 과학기자들은 실험하는 사람과 실험 과정, 그에 따른 결과에 주목합니다. 새로운 실험결과를 '짜잔' 세상에 알릴 때 즐겁고 뿌듯합니다.
제목에 ‘영혜’라는 실제 이름이 들어가 있고 본문 곳곳에 ‘영혜’의 일러스트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데요. 책 출간 후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요?
일러스트와 실물이 똑같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실물이 조금 더 나은 것 같은데 말이죠. 허허. 또 책 제목에 이름이 들어가서 그런지, 책 썼다는 말을 안 해도 서점에서 먼저 알아봐 주십니다. 읽을 때 목소리가 ‘음성지원’ 된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사실 ‘영혜’라는 이름이 좀 촌스럽잖아요(싸이월드에서 친구찾기 하면 동갑내기 ‘영혜’는 단 네 명뿐입니다). 이런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는 건 완전 반대였는데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책이 제 분신처럼 느껴져요. 그러니 부디 ‘냄비받침’으로 쓸 땐 뒷면으로 부탁드립니다.
털의 보온력을 실험하고자 밍크, 양, 개 심지어 사람 털까지 직접 얻는 그 실험정신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과학 기자로서의 프로페셔널이 살아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책에 실린 다양한 실험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과학 실험이 있다면요?
6주 동안 고기를 끊고 장내 미생물 변화를 실험했던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자타공인 ‘고기테리언’인데, 한 달 반 동안이나 육류를 입에도 대지 않았어요. 장내 미생물들이 워낙 솔직한 놈들이라 고기로 우려낸 육수도 피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죠(그래서 술만 마셨습니다. 프로페셔널!). 6주째 되던 날, 검체(똥)를 취재원에게 쥐어주고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취재원한테 못 볼 꼴 보였다는 생각은 1도 없고, 오직 어떤 고기를 먼저 먹을까만 생각하던 그 순간. 저 포함 여섯 명 정도 진행한 실험이라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더욱 뜻깊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하고 친근한 ‘영혜’ 캐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요. 대체 작가님의 위트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위트 있다는 말은 솔직히 처음 들어봅니다. 세상에 위트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칭찬이 후하시군요. 호호. 물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말은 종종 듣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책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발랄합니다. 이런 성격은 방송 기자를 하는 동안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방송은 참 여러 사람의 손을 합쳐 만들어지는데요.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다같이 ‘으쌰으쌰’ 하려면 중심에 있는 기자가 친근하게 점착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카메라를 보면 얼음이 되는 취재원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 녹이다 보면 너스레 스킬은 자동으로 장착됩니다. 정리하면, ‘먹고 살기 위해 생긴 위트’인 셈입니다.
과학이 재미없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사학이나 철학 같은 인문학을 공부로만 접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딱 제 얘기인데요. 고등학교 때 문과 쪽 공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다가, 대학에서 갑자기 수업을 들으려니 너무 재미없고 딱딱하더라고요. 졸업 후에 여유를 찾고 인문학 대중서를 몇 권 읽었더니 이런 오해가 풀렸습니다. 관심이 생기니까 그다음부터는 어려운 얘기도 귀 기울이게 됐습니다.
저는 과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과학을 수업으로 처음 접하고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관심이라는 ‘씨앗’이 심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씨앗부터 하나씩 모아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알쓸신잡> 같은 TV 프로그램도 좋고 유튜브에 동영상도 많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일상 속에서 과학과 관련된 호기심이 솟아날 걸요.
이 책을 어떤 독자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일단 앞에서 얘기한 ‘씨앗’을 찾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고요(갑자기 정신 차리고 홍보). 과학기자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의 부제가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이지만 정확하게는 ‘과학 취재기’이거든요. 또 제가 이래봬도 잡지, 신문, 방송 기자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흔한 이공계 졸업생이 과학기자가 돼가는 과정, 좌충우돌 취재현장 이야기를 통해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실험을 하실 예정이신가요?
아, 엊그제 마침 진짜 재밌는 실험을 했는데 입이 간질간질하네요. <과학동아> 5월호가 나오기 전이라서요. 언젠간 꼭 실험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는 머릿속에 많습니다. ‘하루에 몇 번 양치질을 해야 충치가 예방될까’ ‘공연장에서 어떤 좌석에 앉아야 음질이 가장 좋을까’ ‘곤충 기피제가 곤충과 인체에 각각 어떤 영향을 줄까’ 등등. ‘이것도 과학이었나?’ 싶은 실험 이야기를 앞으로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평소 궁금했던 점, 제보도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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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이영혜 저/고고핑크 그림 | 새움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 위주의 과학이 아닌, 우리 실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살아 있는 과학을 영혜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과학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