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없는 소중한 친구들
꼭 그런 날이 있기 마련이다. 나 빼고 모두가 약속이 있는 날. 지난주 야근에 지쳐 치맥을 하고 싶은데(좀 더 생생하게 표현하자면 치맥을 때리고 싶은데) 아무도 시간이 안 되는 날, 가족들도 치킨이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날! 아무도 나와 같이 먹어줄 사람이 없는 날을 맞닥뜨렸다.
치킨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자 친구 스펙트럼은 어떠한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분법적으로 따지자면 얕게 많이 아는 것보다 좁게 깊이 아는 것을 선호한다.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할 때,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 달려 와줄 친구가 정확하다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해서, 친구가 아닌 그저 아는 사람을 만나는 건 세상 피곤한 일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가진 사람들은 화려한 인맥을 만들어 감으로써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듯하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누구는 카톡에만 3천 명의 친구가 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결혼식에 초대할 사람이 차고 넘쳐서 몇천 명을 동원해 식을 치르기도 한다. 그게 대단한 일인가 보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저 사람의 인맥에 포함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인맥의 일부가 되는 것보다 1:1로 마주했을 때 진실한 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는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은 과가 아닌 타과의 친구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있는 활동이라면 늘 즐거웠다. 학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곧잘 친해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타인들을 만나는 것이 몹시 피로하다. 회사에서 미팅하며 오가는 명함 수가 어마어마하다. 연차가 쌓일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사는구나! 정도를 느끼고만 싶을 뿐, 굳이 친해지고 싶지 않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얘기하고 안부를 묻기만 할 뿐, 만남은 자제한다. 사회관계망 SNS에서 댓글로 우리 봐야지! 하면서 실제로 만나는 사람이 여럿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입사 후, 인맥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셈인데 좋은 점이 많다. 첫째,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불필요한 약속을 줄이기 위해 내가 먼저 ‘밥 먹자’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둘째, 피로한 인간관계가 줄었다. 원하지 않는 만남을 이어나가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덜하다. 오히려 나와 맞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워진 것 같다. 셋째, 혼자서도 잘 지낸다. 아무랑도 시간이 안 맞을 때는 혼자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치킨을 찾아 헤맸던 그날 밤도, 혼자 어플로 잘 시켜먹지 않았던가! 혼밥, 혼영(혼자 영화) 등등 혼자 하는 모든 것들에게 마음을 열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여하튼 많아지는 의미없는 인맥에 회의감이 든다면, 조용히 잠수를 타보자. 카톡을 탈퇴하고 다시 가입해보자. 친구추천을 꺼보자. 그리고도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 건 어떨까! 비록 치맥에 대한 욕구불만(?)으로 시작한 글이지만, 요즘처럼 사람 만나기 쉬운 현실에 인맥 다이어트는 꼭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김지연(예스24 굿즈MD)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
Zoey
2018.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