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빚더미를 떠안을 것이고, 학비가 없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운 좋게 교육을 받아도 취업난에 고통 받고, 수백 대 일 경쟁을 뚫고 취업해도 박봉에 시달리느라 결혼하지 못하고, 노후연금이 없는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
위 문장은 한국을 묘사한 글이 아니다. 유명 자산관리사이자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의 저자가 진단한, ‘헬조선’에 준하는 일본의 단면이다. 이 책은 일본 인구 1억2천7백만명을 100명으로 줄인 ‘잔혹한 100명 마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세세한 비율이나 국제적 순위는 약간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봐도 위화감이 없다.
예쁜 유화가 곁들여진 담담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끝에는 희망이 담겨있다. 저자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을 때 마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빚 때문에 가족을 잃었던 과거에서부터, 수많은 부유층의 재산을 집중 관리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돈의 빛과 그림자를 거쳐오며 그가 통찰한 돈의 본질, 살아남기 위해 자금 대신 갖춰야 할 새로운 자본을 알려준다.
21세기 최첨단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교환, 보존, 척도의 기능을 넘어선 것 처럼 보인다. 심지어 돈이 삶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 속에서 더 많은 돈을 가지고 남보다 잘 살려고 했던 결과가 ‘잔혹한 마을’이다. 하지만 돈은 결국 ‘인간이 만든 제도이자 시스템’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의지를 갖고 바꾸려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돈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 우리 마을이 행복해지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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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에가미 오사무 저/서수지 역 | 사람과나무사이
21세기 자본주의사회에서 왜 부는 극소수 강자에게 몰리고, 대다수 약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개미지옥 같은 가난과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근본 원인을 밝힌다.
양찬(도서MD)
언젠가는 ‘안녕히 그리고 책들은 감사했어요’ 예스24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