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콩과 단호박, 그냥이 함께하는 ‘삼천포 책방’ 첫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 저희가 소개할 책은,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상한 정상가족』 , 마음이 괴로운 순간에 위로가 되는 시를 담은 『내 마음이 지옥일 때』 , 술에 취한 듯 시에 취하게 만들어주는 책 『시시콜콜 시詩알콜』 입니다.
단호박의 선택 -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저 | 동아시아
처음에는 4인 가족에 대한 신화를 가차 없이 깨부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아이들 이야기더라고요. 『이상한 정상가족』이라고 하면 말이 안 맞잖아요. ‘정상’이라는 말에는 ‘이상하지 않다’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되는데 『이상한 정상가족』 이니까 모순이 되는 거죠. 내용은 아이들에게 전가되는 폭력을 주로 서술하고 있어요. 목차를 보시면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 ‘한국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 ‘누가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규정하나’,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는 식으로, 목차만 보셔도 어떤 내용을 다룰지 아실 것 같아요.
폭력에 대한 사례가 들어가 있기는 한데요. 사례를 읽는 게 힘든 분들도 계시겠지만,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측면이 있어요. 부모님이 있는 분이라면, 혹은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더라도 이 사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좋은 사회란 어떤 것인가’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냥의 선택 -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저 | 해냄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생각보다 지옥 안에 있는 순간이 많다는 걸 알게 돼요. 전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고, 마음속의 지옥이죠. 누구한테 배신을 당했다든지,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너 변했어’라고 말한다든지, 그래서 억울하다든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다든지, 그런 모든 경우에 우리 마음이 지옥인 건데요.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안에는 위로가 되어주는 말들이 아주 많이 담겨 있습니다.
시가 어렵다는 편견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데요. 누군가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어’라고 말해주면 길잡이가 되어주는 느낌이에요. 이 책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명수 저자가 좋아하는 시 중에 80편 이상을 뽑아서 수록해 놓고, 그에 대한 자신의 짧은 감상을 써놓았어요.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아닌, 시를 감상하는 순수한 한 독자로서의 감상을 덧붙여 놓은 거죠. 그 글조차 어렵지가 않아서 좋았습니다.
톨콩의 선택 - 『시시콜콜 시詩알콜』
김혜경, 이승용 공저 | 꼼지락
최근에 읽은 책인데요. 제가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詩알콜>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오후 4시부터 거의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소곡주를 같이 마시면서 박경리 작가의 시집을 놓고 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김혜경 씨와 이승용 씨가 책을 냈어요. 두 분은 광고회사에 다니는데 김혜경 씨는 AE이고요. 이승용 씨는 카피라이터예요. 책에는 앞쪽에 김혜경 씨가 쓴 에세이가 있고, 그 다음에 시가 나오고, 뒤에는 이승용 씨가 덧붙인 정리하는 말이 실려 있는데요. 시를 해석한다거나 분석하는 게 아니라, 앞의 에세이를 읽고 시를 읽으면 착착 들어와요. 술을 먹고 시를 읊은 것처럼. 솔직히, 같이 술 마실 때는 이 분들이 글을 잘 쓸 줄 몰랐어요. 그런데 글을 잘 쓰시더라고요. 진짜 감탄했습니다.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詩알콜>도 들어보시면 재밌습니다. 회사 일도 바쁠 텐데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사이사이 편집도 해서 매주 한 편씩 올리더라고요.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