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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2018년 대한민국 트렌드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신의 일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금은 다른 결을 지닌 퇴사 책이 출간됐다. 두 번째 퇴사 후 여행 에세이를 쓰고, 세 번째 퇴사 후에는 퇴사 에세이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를 쓴 안미영 기자에게 7개의 질문을 던졌다.
요즘 퇴사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작가님은 어떤 퇴사 책을 쓰고 싶으셨나요?
이 책은 분명 퇴사 책이지만, ‘시간에 관한 에세이’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롤로그에서부터 자기계발서가 아니라고 명시했고요. 회사를 그만두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퇴사를 미화하거나 회사에 헌신해봐야 소용없다는 식의 시니컬한 글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 퇴사란 누구나 겪는 일인데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죠. 퇴사에는 퇴사자 수만큼의 이유가 있는 만큼, 한 가지 답을 강요하기보다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세 번째 퇴사 후 이 책을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직도 ‘백수’가 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작가님은 혹시 퇴사 후 불안했던 시기는 없으셨나요?
퇴사 이후 불안한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재취업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죠. 저도 퇴사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특히 첫 번째 퇴사 때 불안감이 가장 컸어요. 첫 회사에 5년 가까이 다니다 사직서를 냈는데 과한 업무에 많이 지친 상황이었죠. 애사심이 컸고 그 회사가 당시 제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한편으론 매우 불안해하면서도, 회사에 헌신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 정도는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몇 달간 쉬었어요.
불안한 시기를 겪을 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단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니까, 주변의 염려에 너무 흔들리지 말고 초조한 마음으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퇴사 후 아홉 달째, 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요?
‘퇴사 후 보낸 시간의 길이에 따라 얻는 것이 다르다.’ 제 주변의 어른으로부터 들었던 말인데 이 책에 인용하기도 했지요. 퇴사 직후부터 두어 달은 여행을 다니며 쉬는 시간을 만끽했어요. 그런 뒤 이 책을 집필했고, 그러면서 지난 직장에서의 생활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젠 제 좌표가 어디쯤 와 있는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연극, 뮤지컬 덕후로 직장 생활의 고됨을 견디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워라밸을 위해 취미가 점점 중요한 시기인데요, 작가님에게도 혹시 그런 취미가 있으신가요?
연뮤덕 인터뷰이는 공연을 본 것이 일상의 엔도르핀이 됐다고 했어요. 일종의 ‘버티게 하는 힘’이겠죠. 저도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서 직장 다닐 때 퇴근 후 음악회에 다니면서 힐링을 했어요. 또 첫 직장을 다니면서 와인을 마시는 취미가 생겼는데 알수록 재미있어서 두 번째 퇴사 후 런던에 가서 WSET라는 와인 강좌 코스를 밟았죠. 지금도 와인 친구들과 함께 좋은 와인을 마시며 공감하는 시간, 집에서 혼자 가볍게 한잔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해요.
10명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와 가장 유사한 이야기를 찾아보게 돼요. 작가님이 가장 공감 갔던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0명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와 닿은 사례는 대기업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던 M팀장이 마음공부에 뛰어든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혹사하면서까지 헌신적으로 일하고 그 결과 회사에서 인정받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엔 헛헛함이 남아있던 상황에 공감이 갔어요. 저 또한 사람의 마음과 심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사례로는 퇴사한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싸운 Y작가의 이야기를 꼽고 싶습니다. 그분과 인터뷰를 하고 원고를 쓰면서 ‘나라면 과연 그렇게 싸울 수 있었을까’에 대해 수없이 질문했던 것 같아요. 부조리를 겪더라도 오랜 적폐에 맞서는 건 쉽지 않은 결심이니까요. 그녀는 ‘회사와의 싸움을 통해 이 사회에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했어요. 그 용기에 감동받았습니다.
‘Think’라는 일종의 칼럼 코너에서 퇴사뿐 아니라 회사, 일, 어쩌면 인생 이야기까지도 콕콕 집어주셨어요.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기술에 대해서 작은 팁을 주실 수 있을까요?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항상 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말하곤 해요. 기사에서는 특히 전달력과 가독성이 중요한데 에세이에서도 마찬가지죠. 힘주지 않은 담백한 글이 잘 전달됩니다. 팁이라고 하기엔 특별할 것 없는 방법이지만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생각을 정리한 뒤, 긴 글을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SNS에 남기는 짧은 글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있으니까요.
책이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열심히 리뷰를 수집 중이시라고 들었어요. 가장 인상적인 리뷰를 꼽는다면요?
‘다양성’에 대해 언급한 반응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삶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는 반응, 다양한 인생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 행복했다는 반응, 앞으로 이 책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반응, 그리고 책 속 인물들로부터 자신의 삶을 응원받는 기분이 들었다는 반응. 이런 리뷰들을 접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저 또한 에필로그에 ‘불확실한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는 말을 썼어요. 이 책을 통해 예기치 못한 시점에 퇴사한 삶이나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삶, 그렇게 불확실성을 감당해내는 다양한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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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안미영 저 | 종이섬
다양한 인물의 퇴사 과정과 쉬는 시간을 풀어낸 짧고 빛나는 ‘이야기’로, 각 장의 끝에는 퇴사와 관련된 10개의 키워드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과 생각을 풀어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