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정 저 | 효형출판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시작하고 끝내기까지, 책방 주인이 풀어놓는 1인 자영업자의 기쁨과 슬픔의 일상을 담았다. 퇴사 이후 이직이 아닌 독립을 선택한 저자를 두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용기를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속으로 '용기라니 그럴 리가요'를 생각했다. 책방의 낭만은 멀리서 지켜보거나 가끔 찾는 이에게만 유효할 뿐, 책방을 지키는 주인에게 책방은 일하면 돈을 받는 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낯선 일터다. 손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책방의 시간을 따라 저자는 일주일에 하루를 쉬고 평균 9시간 이상을 일했다. 그러나 오픈 직후 2년까지를 탐색 기간으로 정하고 책방 운영과 글 작업을 병행하려 했다는 저자는 '절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백설 공주 살인 사건
미나토 가나에 저/김난주 역 | 재인
'이야미스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의 작가답게 좀처럼 잊기 힘든 캐릭터를 묘사하는 미스터리 작품.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던 여사원 미키 노리코가 계곡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회사 동료를 통해 사건을 알게 된 주간지 기자는 자신이 들은 내용을 실시간으로 SNS에 실어 나르고, 사건은 순식간에 증폭된다. 피해자의 입사 동기 시로노 미키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네티즌들은 이른바 '신상 털기'에 들어간다.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과 주관에 따라 자신이 믿는 시로노 미키라는 인물을 그려낸다.
사탕
차재혁 글/최은영 그림 | 노란상상
주인공 아이가 사탕 껍질을 깐다. 달달한 사탕을 날름날름 핥고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리다 알록달록한 색의 크레용을 발견하고 아이는 조심스레 파란색 크레용을 집어 든다. 무엇을 그릴지 결심한 아이는 자신의 방 벽면에 기다란 선을 긋기 시작한다. 가족들 몰래 선을 따라 긴장감이 이어진다. 최소한의 텍스트와 간단하고 명확한 에피소드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러스트 곳곳에 숨겨져 있는 크고 작은 이야기로 읽는 아이마다 자신만의 멋진 그림을 완성해낸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
제사 크리스핀 저/박다솜 역 | 창비
유럽의 아홉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각 도시에 머물렀던 윌리엄 제임스, 노라 바너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서버싯 몸 등 아홉 명의 예술가를 소개했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고통스러운 청년기를 보내는데, 공부를 한다는 명목으로 아버지로부터 달아난 제임스는 베를린에서 자유의지를 발견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트리에스테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 유명했던 노라 바너클을, 남프랑스에서는 예술문학잡지 <리틀 리뷰>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마거릿 앤더슨을 찾아낸다. 저자는 '기록하는 여자'가 되어, 역사에 기록됐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못한 여성을 정면으로 끄집어냈다.
조선여성 첫 세계일주기
나혜석 저 | 가갸날
우리나라 여성이 남긴 최초의 세계일주기. 나혜석이 남긴 모든 기행문을 모아 여행 순서를 따라 구성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척박했던 시절에 20개월에 걸쳐 세계를 주유한 것도 놀랍지만, 그 궤적이 완벽히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나혜석의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귀국 후에 신문과 잡지에 여행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근대적 개인으로 바뀌어가는 신여성의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이자, 90년 전 일이지만 최근의 여행기라 해도 될 만큼 생생한 기록이다.
조난자들
주승현 저 | 생각의힘
2002년, 저자는 비무장지대에서 북한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 한국에 왔다. 그는 지금도 비무장지대의 한가운데에서 지뢰를 밟고 서 있는 고약한 악몽의 시달리며 통일학 박사가 되어 통일 문제를 연구한다. 저자는 스스로 '조난자'로 부르며, 한반도의 분단 역사라는 재앙을 맞아 난파된 자라 칭한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함께 사는 3만 명의 탈북민들과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남과 북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호명하는 책.
생리 공감
김보람 저 | 행성B잎새
저자는 몇 년 전 우연히 네덜란드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 생리대를 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후 생리에 관심을 가지고 2년 넘게 공부한 끝에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와 이 책을 만들었다. "생리는 일상이고, 몸의 자연스러운 일이며, 때로는 엄청난 고통과 노동과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해, 인류 절반의 경험과 기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 공동의 기억"이 되고자 했다. 생리를 감추기만 하면서 여성들은 생리대 외에 별로 아는 게 없고, 남성들은 생리도 대소변처럼 처리되는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저자는 질이 섹스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성교육 시간 말고 '몸교육'이 의무교육 과정에 들어가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남녀가 함께 몸교육을 받아야 서로의 몸에 대해 알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이 예의이고 폭력인지 배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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