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미처 보지 않았던 세상의 소리들
세상의 깊고 어두운 곳까지, 아이들은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글ㆍ사진 박주연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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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세상에 처음 보는 것, 새로운 것이 가득하고 모든 것이 신선한 경험이다. 아이의 호기심을 채우고 어른의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그림책이 각양각색의 대답을 내놓는다. 공룡이나 상어 등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그러나 어른은 잊고 사는 동물들에 대해 보여주기도 하고 만남과 이별에 대해, 친구와 다퉜을 때에 대해서도 모범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이 그림책도 그렇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은 양육자에게 묻는다. “내가 잘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 우리는 “네가 잘 때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 혹은 “글쎄? 엄마 아빠도 자느라 잘 모르겠어”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영국의 타운하우스를 배경으로 하는 『밤의 소리를 들어봐』의 내용은 일견 ‘우리’의 정서와 다를 수는 있지만, 한 발짝 떨어진 삶에 대해 아주 잘 그려낸다. ‘우리’는 주로 낮에 일하지만 누군가는 ‘밤’에 일한다. 늘 낮에 꽂혀 있는 우리의 시선을 주변부로 돌리게 하는 힘, 그걸 이 책이 가지고 있다. 아빠가 부드럽고 나지막하게 “잘 자렴” 하고 아이에게 말해준 뒤, 아이는 홀로 남아 온갖 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처음에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설거지 소리와 늦은 시각 귀가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밤거리와 전철, 기찻길을 고치는 소리까지, 아이는 점점 더 깊고 먼 곳의 소리를 듣는다. 나아가 비행기 소리와 그에 묻혀버린 작은 새 소리까지 듣는 아이. 이 아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금세 이 책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렇게 세상의 깊고 어두운 곳까지, 아이들은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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