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발가락』을 시작으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여러 그림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십삼 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출간된 그녀의 책만 해도 벌써 열 권이 넘는다. 그녀가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이어간 덕택이다. 그녀의 작품은 어린이와 어른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독자들이 깊은 사유를 하게끔 한다.
9월 20일, 상수역에 위치한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에서 ‘변화하는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강좌가 열렸다. 강연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보흐미엘레프스카의 역자 겸 수행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지원 박사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인터뷰 내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선생님이라면 강의에 오신 분들께 무슨 말을 하셨을까 한번 생각해봤어요. 사실 선생님 책이 그리 쉬운 책은 아니잖아요. 아이를 위한 책이냐 어른을 위한 책이냐 그런 질문도 수없이 많이 받고요. 그런데 이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제 독자들이 누구일지, 나이가 몇 살일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는 제 자신을 위한 책을 만들려고 애쓰고 그 안에서 다양한 진짜 얼굴들을 상상해내려고 해요. 저는 소녀이고 엄마면서 인생경험이 있는 나이든 사람이에요. 제 자신은 어떤 일에선 성숙하지만 어떤 일에선 성숙하지 못해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확신하지만 가끔은 전혀 자신이 없을 때도 있어요. 저는 제 자신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책을 만드는데, 만약 정해진 독자가 있다면 책을 만드는 게 더 힘들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열 살짜리를 위해서 책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 열 살짜리가 한 명 한 명 다 다르다고 가정하면 그래도 작가로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을까요?
“서면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선생님이 한 말이었어요. 이 말로 강연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선생님이라면 강연을 찾아주신 이 성숙한 독자들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하셨을까 혼자 생각해봤거든요. 그런데 그 답이 이 인터뷰 내용에 담겨 있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했다. 때는 2003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이 첫 만남의 계기였다.
“때는 2003년이었어요. 매해마다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이 열리는데, 2003년 주빈국이 폴란드였어요. 그런데 행사 이전에 주빈국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잖아요. 자기네 나라에서 가장 좋은 걸 보여줘야 하고요. 그때 폴란드가 뭔가 제대로 준비 해야겠다 생각한 거죠. 그래서 당시 전체 일러스트레이터 회장이 크리스티나 립카 슈타르바워였는데, 그 선생님이 3년 동안 콩쿠르를 열었어요. 기성작가건 신인작가건 상관없이 콩쿠르에서 계속 상을 받은 작가를 도서전에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세 번의 콩쿠르 중에서 이보나 선생님이 무려 두 번을 입상했어요. 당시 선생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작가였어요. 게다가 토른이라는 작은 도시에 살았고요. 그러니 사람들이 이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어쨌든 콩쿠르에서 수상했잖아요. 그래서 그 행사에 선생님 작품이 딱 있었어요. 출판계에 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2003년이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 호황기였어요. 닥치는 대로 막 사던 시기였죠. 볼로냐 페어를 오후에 가면 웬만한 책에 copyright by seoul korea가 붙어있었어요. 여하튼 그때 이보나 선생님이 한국출판사의 주목을 받았던 거예요. 그 이후 ‘논장’이라는 출판사와 일하게 됐고요. 그 계기로 선생님과 만나게 된 거죠.”
이지원 박사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역자-작가 관계로 지낸지 어느덧 13년. 그녀는 어느새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변화를 시도하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긴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성격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는 ‘변화’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꼽았다.
“아까 선생님을 ‘변화하는 작가’라고 칭했는데요. 그만큼 ‘변화’는 선생님 작품 속에서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해요. 그래서 일단 ‘변화’라는 주제 아래서 선생님의 작품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저랑 선생님이 2004년에 첫 책을 냈는데요. 그 작품이 이 『발가락』이라는 책이에요. 이 책도 나온 지 너무 오래돼서 이젠 아무도 안 보겠거니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어요. 그 덕에 갑자기 책이 부활했죠(웃음). 책을 잠깐 설명해볼까요? 이 책에선 맨 처음에 발가락 그림이 등장해요, 이후 이 발가락이 펭귄 열 마리도 될 수 있고, 태평양의 섬들도 될 수 있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다리가 될 수도 있고 영화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발가락 그림을 기본으로 둔 채, 그 그림을 다른 사물 혹은 생물로 변주하는 거죠. 선생님이 초기 작품들에서 이런 특징이 특히 잘 드러나요.”
뒤이어 그녀는 ‘생각하는 시리즈’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특유의 ‘변주’ 기법이 잘 드러나 있는 시리즈이기 때문. ‘생각하는 시리즈’에서는 숫자나 글자의 모양을 변주하고 그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그것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생각하는 시리즈’는 『생각하는 1,2,3』 『생각하는 ㄱ,ㄴ,ㄷ』 『생각하는 A,B,C』 이렇게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하는 ㄱ,ㄴ,ㄷ』, 이것도 발가락과 함께 국어교과서에 실려서 저희를 놀라게 했던 작품이에요. 이보나 선생님도 사실 한국어는 잘 모르시잖아요. 제가 한국어를 한 글자씩 써가면서 선생님과 진행했던 작품이에요. 이게 당시 선생님이랑 저랑 주고받았던 스케치인데요. 기역으로 시작하는 글자들을 그때 선생님께 다 프린트 해드렸어요. 기역 고드름, 기역 기차 그런 식으로요. 거기에 맞게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주시면 저희가 그 중 좋은 걸 고르는 거예요. 재밌는 일화도 있어요. 여기 보시면 기역 김치도 있는데 당시 선생님이 김치가 뭔지 그 이미지를 잘 모르셨던 거예요. 그래서 프라이팬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요리를 그려주셨어요(웃음). 그런데 이보나 선생님이 모르는 글자를 가지고 책을 만들다보니까 이 작업에 흥미가 생기신 거예요. 그래서 이후 『생각하는 A,B,C』를 그리셨어요. 『생각하는 ㄱ,ㄴ,ㄷ』과 비슷한 방식인데, 이번엔 알파벳을 변주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그 작품으로 황금사과상을 받기도 했죠.”
‘상상 그림책 시리즈’ 또한 변주기법이 잘 드러나 있는 시리즈이다. ‘상상 그림책 시리즈’는 『문제가 생겼어요』, 『생각 연필』, 『학교 가는 길』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는 그 중 『생각 연필』이라는 작품을 골라 소개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작품 중에 ‘상상 그림책 시리즈’가 있어요. 이건 그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 중 하나인 『생각 연필』인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에요. ‘예술가는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라는 되게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이거든요. 잠깐 읽어볼게요.”
흰 종이를 앞에 두고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요. 좋은 생각은 구름 속에서 헤매고 있을까요? 그러다 팔랑팔랑 날아올까요? 살그머니 다가올까요? 아니요. 조용히 오지 않아도 되요. 내 머릿속에 쏙 들어오기만 하면요. 나에게 오기 전에 둥둥 떠다니며 세상구경을 했을까요? 이미 어딘가에 쓰였을까요? 마법사 도시의 마법이었을까요? 생각은 멀리서 와요. 아주 먼 곳에서요. 때론 아주 가까이에서. 하지만 매우 차분하게 기다려야 하죠. 선생님은 말씀하세요. 생각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요. 마음을 다해 열심히 찾으면. 그래서 나는 생각이 자기 맘대로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어요. 자기가 오고 싶은 방법으로. 어디서 그런 생각이 왔는지 알 수는 없어요. 마침내 생각을 잡으면, 그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잘 잡아야 해요.
이 책은 아이디어에 관한 책이에요. 어른들과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문을 다룬 것이기도 하고요. 특히 작가지망생 혹은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되게 공감하는 책이에요. 보시다시피 연필의 이미지에 변주를 가해서 나비나 비행기 같은 또 다른 이미지들을 창조하고 있죠.”
그렇다면 변주기법 이외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품이 지닌 또 다른 특징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녀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이라는 것을 그 다음 특징으로 꼽았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특성 중 특히 그녀가 집중했던 건 상호 텍스트성과 메타 픽션적 특성. 그 두 가지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네 개의 그릇』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품의 그러한 특징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네 개의 그릇』에서 볼 수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 적인 특징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림책이 가진 포스트 모더니즘적 성향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포스터 모더니즘의 특성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놀이성, 상호텍스트성, 메타픽션적 특성이 그에 속하죠.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깐 용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게요. 상호텍스트성은 한 텍스트와 다른 텍스트가 서로의 내용을 교환하는 거예요. 메타픽션이라는 것은 본래 스스로가 하나의 인공품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글쓰기를 이야기하고요.
『네 개의 그릇』에서 그러한 특징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여기 보시면 이 아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품에 안고 자고 있어요. 뒷장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토끼가 시계를 들고 있고요. 이런 식으로 『네 개의 그릇』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텍스트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어요. 즉, 상호텍스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짧은 동화책에 ‘출판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19세기 이전의 예술작품들은 대중이 그 작품 내로 빠져드는 걸 기본으로 했어요. 현실과 재현되어 있는 상상의 세계 사이의 경계가 명확했던 거죠. 그런데 포스트 모더니즘이 등장하면서 그러한 경계가 흐트러졌어요. 여러분이 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배우가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여러분이 보고 있는 건 모두 영화에 불과합니다.’라고 얘기하면 되게 이상하잖아요. 포스트 모더니즘이 그런 식인 거예요. 작가가 독자에게 ‘너희가 보고 있는 건 예술이야’라고 말하는 거죠. 이 작품에서도 ‘출판사’라는 단어를 꺼냄으로써 독자들에게 ‘네가 보고 있는 건 책’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요. 그렇게 얘기함으로써 작가는 독자에게 이것이 예술임을 상기시킬 수 있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 스스로 동화책을 만드는 행위는 곧 독자에게 예술적 경험을 주는 행위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 되고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그 밖에 책의 물리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음의 집』과 『눈』이 대표적이다.
“『마음의 집』은 책 고유의 특성인, ‘가운데가 접히는 성질’을 이용했어요. 책을 반으로 접었을 때, 또 다른 내러티브가 나오는 책이죠. 할머니와 아이, 이 부분이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할머니가 아이를 양 손으로 들고 있는데, 책의 가운데 경계에 할머니의 팔꿈치가 위치해 있어요. 따라서 책이 점점 접혀짐에 따라서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거죠. 이를테면 책을 약간 3분의 2쯤 접었을 땐 아이를 하늘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 되고, 책이 거의 다 접혔을 땐 할머니와 아이가 키스를 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거예요. 선생님은 이 작품을 통해서 코덱스의 전통에 존경을 표하고, 자신의 업이 된 책에 감사를 표하고 있어요(웃음).”
작품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친 이후, 그녀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작품의 예술성 이 뛰어난 만큼 책에 대한 신념 또한 뚜렷한 작가라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선생님은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린이가 사회 속에서 타인들을 이해하고, 또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셨죠. 궁극적으로는 그림책을 통해 인간의 의식을 확장할 수 있다고 믿고 계시고요. 물론 선생님은 그림책이 단지 어린이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본인의 책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책 또한 될 수 있기를 기대하시죠.”
『블룸카의 일기』에서는 그 같은 작가의 신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교육학자였던 야노쉬 코르착의 교육철학이 담겨있는 이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블룸카의 일기』는 폴란드 교육학자인 야노쉬 코르착에 대한 책인데요. 이분은 폴란드의 교육학자이자 사회운동가였고, 소설가이자 고아원 원장이셨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블룸카는 선생님의 고아원에 사는 여자아이에요. 코르착 고아원은 유대인 고아원으로 유명했어요. 고아원에서는 20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키웠고요. 다섯 살 때부터 열여섯 살 정도까지 직업교육을 시켰죠. 코르착은 그 안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린이 교육과 사랑의 방식을 실천하려고 애썼어요. 당시가 1930년대잖아요. 그때만 해도 유럽에서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교육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코르착 선생님은 아이들을 때리는 걸 금지했어요. 어린이와 어른이 똑같다고 말했고, 어린이가 작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된다는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었어요. 또 유대인이셨지만, 모든 종교는 평등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보나 선생님은 그런 것들을 이 책에 담고 싶었던 거예요.”
뒤이어 그녀는 『블룸카의 일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의 묘미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블룸카가 펼쳐놓앗던 일기장은 그 다음 장에서 매번 같은 위치에 펼쳐 있다. 작품의 장면 속 어수선한 그림이 같은 곳에 위치한 일기장 덕분에 깔끔해지는 효과가 있다. 또 일기장 안과 밖의 이야기를 하는 게 모두 가능해진다.
“또 재밌는 건 이보나 선생님이 옛날 노트를 가지고 콜라주를 해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이에요. 이 노트가 서랍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살던 집이 되기도 하고, 유대인이 쓰던 팔이 여덟 개 달린 촛대가 되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노트의 이미지를 장마다 등장시키면서 이것이 아이들 이야기고 옛날이야기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어요. 그림 그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장마다 이렇게 한가지의 모티프가 나오면 뭔가 이야기가 계속 연결되는 느낌이 들잖아요. 이것 말고도 장마다 나오는 모티프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죠. 모든 종교는 평등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는 성모를 뜻하는 백합과 유대인이 쓰는 촛대가 나오고요, 소매치기 아이가 나올 때는 별모양의 창문이 깨지는 장면을 그려서 유대인의 별 모티프를 넣었어요. 이를 통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죽어나간 유대인들을 연상할 수 있죠. 이처럼 이보나 선생님은 작품의 한 장 한 장 안에 점층적인 의미를 숨겨놓으세요. 독자 입장에선 그걸 찾아내는 묘미가 있죠(웃음).”
마지막으로 그녀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말을 빌려 강연을 끝마쳤다.
“강연을 끝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한국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선생님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종종 그런 질문을 받곤 하시는데, 그때마다 늘 하시는 답변이 있거든요. 그 답변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어요.”
문화와 섬세함이 공존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제 독자가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워요. 저는 한국에 있는 까다롭고 수준 높은 독자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작업해요. 인터넷에서 가끔 제 책과 같이 찍히거나 제 작업과 함께 미술활동을 하는 독자들의 사진과 서평을 보고 저는 항상 감동을 받아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제 한국의 모든 친구들과 독자들 덕분에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껴요.
한국은 저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실현하게 해준 두 번째 조국이예요. 마음의 집 뿐 아니라 비움 같은 책을 보면,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전혀 다른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함께 일할 수 있고 서로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져요. 한국에서, 검은 머리의 한국인들 사이에서 제 금발머리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지하철에서도 저는 제가 외국에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서울로 오는 비행기를 타 한국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순간, 저는 정말 저에게 가까운, 제 식구들에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너무 이상하지만, 사실이에요.
나영서(예스24 대학생 리포터)
문장, 그 이상을 전달하고 싶다. 이를테면 타인의 표정 같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