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다. 2007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은 2017년에 10주년 기념판으로 새 옷을 입었다.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로도 잘 알려진 저자 하라 켄야는 기념판 출간을 축하하며 “바람직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세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방법이나 생각으로서의 디자인에 대하여 독자와 다시 한번 깊이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국내 예술계의 여러 인물들이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담은 글로 힘을 보탰다.
어쩌면 디자인은 특정한 업종에 종사하는, 혹은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의미 있는 주제라 치부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런가? 맥락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예술이라든가 작품이라든가 하는 단어의 무게를 다 걷어내고 ‘하나의 사물이나 쓰임, 가치를 더 낫게 만드는 어떤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단순한 의미에서 볼 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그야말로 양과 속도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일과 생활의 현장에서 디자인은 질의 문제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디자인이 모두의 문제라면 그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또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지 물어야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단순한 기술의 개념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능이기보다는 감성이고, 소통이며, 생활 속 의문의 발견이다.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문명 비평이며,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정보를 조합해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책상 위에 가볍게 턱을 괴어 보는 것만으로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수없이 많은 보고 느끼는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 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머리말 중에서)
하라 켄야는 디자인의 발생과 변화 과정을 짚어내는 한편, 그 동안 진행해온 여러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화장지나 티백과 같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친근한 물품들을 여러 디자이너를 통해 다시 디자인하면서 나타난 발상의 전환,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위해 눈을 밟는 느낌의 종이를 만든 경험, ‘이것이 좋다.’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를 목표로 삼은 무인양품의 이야기 등, 책에는 일상의 틈새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들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책 하나로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는 않겠지만 책을 덮은 후에 몰라봤던 변화의 가능성을 눈치채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더 좋아지거나 훨씬 재미있어질 만한 것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일본인의 시각이 묻어나는 어떤 페이지들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으로 ‘디자인’은 계속 신경 쓰이는, 관심을 두어야 할 존재로 남을 것이라는 부분이고, 언제 꺼내 들어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