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이 민폐다. 국민을 기만한 허수아비들에 대한 공분이 화력을 더해야 할 판에 포털사이트 검색어의 자리 하나를 꿰차며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엠씨 몽(MC 몽)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은 좋은 의미든 그렇지 못하든 그를 향한 대중의 극대한 관심을 증명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온갖 비위와 공작으로 나라가 혼란한 때에 정세를 희석하는 듯해 영 달갑지 않다. 검색어를 차지한 시간은 비록 잠깐이었다고 해도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맥 끊기의 저력을 보여 줬다.
원래 9월 초 발매 예정이었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동어 반복 또한 완성도의 불가능성을 촉진한다. 인스트러멘틀과 히트곡 위주로 편집한 「Show’s just begun」,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 「U.F.O」 (이 노래를 확인하기 위해 CD를 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를 제외한 아홉 편의 노래에서 ‘사랑’과 ‘love’는 각각 39회, 40회 등장한다. 같은 단어를 거듭함으로써 엠씨 몽은 다양한 소재 확보를 위한 노력 결여, 표현력과 창의력의 빈곤함만 선전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토록 사랑을 부르짖는 이가 나라에 대한 사랑에는 인색했다는 사실이 애석하다.
동일한 어휘를 되풀이해 가뜩이나 싫증이 나는 마당에 엠씨 몽은 예전 가사를 가져와 지루함을 곱절로 키운다. 그는 「And you」와 「꽃」에서 2005년 히트곡 「I love U oh thank U」의 제목과 같은 노랫말을 마감재로 사용한다. 특히 「꽃」은 과거 김태우와의 듀엣을 기념하기라도 하듯 그를 다시 불러 "I love you, oh thank you"를 줄기차게 외친다. 엠씨 몽에게는 이 문장이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표어가 된 듯하다. 본인에게는 뜻깊을지 몰라도 문학적으로 근사한 표현, 혹은 고매한 잠언은 결코 아니다. 별 의미 없는 말 또 하고 아까 했던 그 말 또 하는 술자리 진상의 모습이다.
피처링의 과한 집적은 지긋지긋하다 못해 징글징글하다. 6집
디제이 탁(DJ TAK)의 매시업 「Show’s just begun」도 마케팅을 위한 동료 뮤지션 대동의 연장이다. 앨범에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두드러지는 노래가 없는 상황에서 EDM 믹스 세트가 나온다는 것이 실로 뜬금없다. 공연의 오프닝이나 앨범을 여는 곡으로는 적합하겠지만 애매한 순서에 자리해 있다. 전 노래 「아무 것도 못하겠어」와 다음 노래 「새벽에 띠리링」과 그 어떤 접점도 없다. 요즘 EDM이 인기라고 그냥 쑤셔 넣은 듯하다.
이번 앨범은 2014년
같은 패턴을 10년 넘게 우려먹는, 낡아 빠지고 멋없는 음악이지만 다수가 여전히 엠씨 몽을 찾는다. 이처럼 번번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부담 없이 가볍게 듣기에는 괜찮기 때문이다. 철 지나고 디자인도 촌스러운 옷이 대부분임에도 ‘창고 대 방출’, ‘땡 처리’ 같은 말을 내건 대형 매장에 항상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상에서 막 걸치기 좋은 옷을 구하러 많은 이가 그곳을 방문한다. 엠씨 몽의 음악 매장도 그렇게 성업 중이다.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아시스
2016.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