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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어벤져스, 에이비티비(ABTB)

에이비티비(ABTB) -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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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충격이 무딘 감각을 흔들어 깨우니 도저히 얌전히 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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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록 밴드들은 다 어디 갔을까?”


밴드가 내놓은 동영상은 이렇게 묻는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이제는 ‘록의 시대는 갔다’는 자조 섞인 농담들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 장에 어떠한 결의나 한탄을 적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념일이 되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생각나듯, 록에 투신하는 밴드를 마주하며 록의 현재를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정말로 사위어가는 불꽃이든, 다른 장르에 붙어 함께 타들어 가버리든. ‘두 물체 간의 이끌림’이라는 뜻을 내세운 밴드는 록 본질적인 기염을 토하면서도, 전통적인 기교나 틀은 부숴버린다. 메탈의 파워와 그런지의 거친 질감, 블루스의 음울함이 융합되어, 과거의 스타일을 하고 있지만 고루하거나 전형적이지 않다.

 

오랜 경험은 지혜가 된다. 이들의 음악은 막무가내로 날뛰기 보다는 조용히 벼르다가 급소를 물어뜯는다. 이는 오랜 내공을 쌓은 멤버들이기에 가능하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박근홍(보컬), 쿠바, 썬스트록의 강대희(드럼), 한음파의 장혁조(베이스), 바이바이배드맨 곽민혁(기타), 해쉬의 황린(기타)으로 이뤄진 밴드는 홍대 앞 어벤져스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베테랑들이 뜻을 모았다. 재밌는 점은 이들은 모두 각자의 밴드에서 메탈, 그런지, 일렉트로닉팝 등 완전히 다른 장르를 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밴드의 진보적인 사운드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1년 넘게 계속 녹음을 하며 밴드를 진전시켰다.

 

12곡은 하나의 커다란 정서, ‘분노’가 관통한다. 상징적인 가사는 1차원 적인 내지름이 아니라 어둠 저 편, 숨어 있는 무의식에 말을 건다. 게다가 역설적인 제목들이 씁쓸한 현실에 기름을 끼얹는다. 퀸의 노래와 동명인 「Love of my life」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고, 「시대정신」은 비겁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제정신으로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국민 탓만 하는 정부와 똑같은 캔으로 만드는 교육제도는 결국 한치의 희망도 없이 비극적으로 「Complete」가 된다.

 

곡의 스타일에 따라 보컬은 다른 캐릭터를 가진다. 그저 내지르는 쇳소리가 아니라 연주와 엎치락뒤치락거리며 완급 조절을 분명히 한다. 「Artificial」의 변칙적인 속도와 「별 헤는 밤」, 「Zeppelin」에서의 억눌린 저음도 인상적이다. 사실 보컬뿐 아니라 시쳇말로 모든 악기가 열일하고 있다. 하나는 송곳, 하나는 모터처럼 돌아가는 두 기타는 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릉거리다가도 금새 흥분하며 폭주한다. 드럼과 베이스도 지지 않는다. 빠르고 힘찬 비트로 고막을 두드린다. 연주는 명료한 멜로디 라인을 타고 날카롭게 귀를 물어 뜯는다.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작업을 했던 미국 스털링 사운드(Sterling Sound)의 엔지니어 ‘조 라폴타(Joe LaPorta)’에게 마스터링을 맡겨 사운드에도 세심함을 기울였다.

 

앨범은 공격적으로 돌진한다. 강렬한 소리는 귀를 때리고 머리를 거머잡는다. 묵직한 충격이 무딘 감각을 흔들어 깨우니 도저히 얌전히 들을 수가 없다.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앨범의 아트워크가 보여주듯 일단 부딪혀 봐야 한다.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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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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