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그렇게 정체성을 찾아 떠난 여정의 답은 “조앤”이었다. “조앤”은 그의 본명이자 고모의 이름이다. 만난 적은 없지만 가가가 음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영감의 원천이었던 여성. 둘의 교집합하에 레이디 가가가 아닌 '스테파니 조앤 안젤리나 저마노타(Stefani Joanne Angelina Germanotta)'라는 자아를 음반에 투영했기 때문인지 앨범에선 기존의 색을 쉽게 감지할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주특기인 일렉트로 팝의 비중은 확연히 줄고 선명한 멜로디의 록, 포크에 기반을 둔 곡들이 다수 출현한다는 것. 엘튼 존의 말마따나 「You and I」와 비슷한 질감의 트랙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헤이터들에게 바치는 「A-yo」와 컨트리 뮤지션 힐러리 린제이(Hillary Lindsay)와 함께한 「Million reasons」를 비롯해 「Sinner's prayer」, 「Come to mama」까지 이어지는 힐빌리의 흥취는 “진짜 남자” 존 웨인의 카우보이 이미지('John Wayne」)와 맞물려 앨범의 핵심적인 사운드를 형성한다. 후반부에 집중된 가장 미국적인 것들은 사실 첫 번째 트랙인 「Diamond heart」에서 예견되었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조앤”과 그 이름을 이어가는 또 다른 “조앤”의 삶의 경험은 그들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껍질을 두른 심장을 갖게 만들었다. 고고댄서로서 활동한 그녀를 조롱했던 미국은 동시에 다이아몬드와 명예를 쥐어준 자신의 조국이기도 하다.
언제나 메인스트림 사운드의 최전방에 서 있던 그가 기성세대의 음악으로 음반을 채울 줄 누가 알았을까. 리드 싱글인 「Perfect illusion」만 해도 「Judas」를 떠올리게 할 만큼 록킹했다. 물론 「John Wayne」도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런트맨 조쉬 옴므(Josh Homme)가 곡을 이끄는 완연한 댄스 록이긴 하다. 그러나 앨범에서 차지하는 의미도, 무게감도 크지 않다. “내가 누구인지,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나의 상처를 담아낼 곳을 난 찾았다.” 가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싶어 했고, 이러한 의도는 앞서 언급한 트랙에 포진해있다.
“조앤”을 향한 애도와 사랑, 그리고 모두를 향한 현재의 목소리(「Hey girl」) “조앤”은 레이디 가가의 정제되지 않은 보컬로 진정성을 얻는다. 물론 믹싱에 따라 느껴지는 아티스트의 진심이란 가변적이지만 레이디 가가가 마크 론슨과 함께 총괄 프로듀서로 임하면서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의도했다는 뜻이다. 가창력을 뽐내기보다는 마치 라이브를 듣는 듯한 녹음은 분명히 거슬리는 점이 존재한다. 「Perfect illusion」만 해도 마땅히 터져야 할 부분에서 벽에 막힌 마냥 답답한 사운드를 연출한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것만큼 진실한 목소리는 없다. 가가의 의도가 그것이라면 이는 앨범의 컨셉적인 측면을 지지하는 호재로 작용한다.
이 음반이 기성세대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변절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레드원과 마크 론슨의 프로듀싱은 가가의 음악이 너무 고리타분한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었고, 그 바탕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혁신은 없지만
정연경(digikid84@naver.co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