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린 데이, 단순해도 위대한 밴드

그린 데이〈Revolution Radio〉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자신들의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계속해서 멋진 노래들을 만들어내고, 지난 결과물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이끌어냈다.

2.jpg

 

 

<Revolution Radio>는 평범한 스튜디오 앨범이다. 두 편의 록 오페라 <American Idiot>, <21st Century Breakdown>과 연작 <iUno!>, <iDos!>, <iTre!>를 차례로 내놓았던 이 2000년대의 새로운 더 후와 킹크스에게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평이한 차기작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더 이상 커다란 이야기도, 거시적인 메시지도 없다. 뿐만 아니라 거대한 형식미와 큼지막한 구성미 또한 없다. 오페라 록 앨범들에 실렸던 개개의 트랙을 탄탄하게 묶고 삼부작을 구성했던 앨범들을 꽉 붙들어 맸던 장치는 <Revolution Radio>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음반에는 원초성과 직관성이 다분하다. 콘셉트 앨범과 연작 형식에서 벗어남에 따라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이해는 이제 필요치 않게 됐다. 그래서 음반은 단순하다. 큰 주제나 이야기가 없기에 개개의 노래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결코 다른 트랙의 러닝 타임을 침범하지 않는다. 고전적인 펑크 스타일과 그린 데이 특유의 팝펑크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3,4분 짜리 곡들이 가득할 뿐이다. 「Jesus of suburbia」을 연상시키는, 세 곡을 이어 붙인 미니 오페라 「Forever now」가 <Daydream Nation>의 말미에 등장하는 소닉 유스의 「Trilogy」처럼 앨범의 대미를 멋지게 장식하지만 <American Idiot> 이후의 여러 결과물들과 비교해보면 그 규모 역시 분명 작다. 현대적인 질감만 어느 정도 제거해놓고 보면 <Revolution Radio>는 그린 데이의 초기 여러 앨범과 비슷한 모양새를 띤다.

 

물론 누군가는 이 반항아들, 무법자들, 바보들, 멍청이들이 써내는 서사시와 멜로드라마를 기대했으리라. 탄탄한 연출과 아름다운 스토리, 날선 조롱과 재미있는 유머, 날카로운 펑크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가 섞인 명작의 연속을 계속 마주하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이 단편의 펑크 앨범 역시 충분히 괜찮다. 좋은 곡들이 가득하다는 데에 한 차례 장점이 실리고 그린 데이의 스타일이 잘 살아있다는 데에 또 한 차례 장점이 실린다. 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어올리는 「Revolution Radio」와 이 땅의 모든 세인트 지미들을 위한 낭만주의적 헌사 「Outlaws」, 주변에 아낌없이 조소를 날리는 「Bang bang」, 그린 데이 특유의 사운드에 앤섬 식 코러스 구성을 더한 「Say goodbye」, 펑크의 전형을 그대로 담아낸 「Too dumb to die」 등이 여실히 증명한다. 이들의 멋이 날카롭고 까칠하며 간단하고 직선적인 면모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멋진 앨범이다. 그린 데이의 다음 페이지를 장식함에 있어 결코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자신들의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계속해서 멋진 노래들을 만들어내고, 지난 결과물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이끌어냈다. 「Revolution radio」와 「Bang bang」 같이 골든 레퍼토리에 들어갈 만한 곡들도 음반에 놓여 있으니 작품의 가치는 실로 상당하다. 여기에 대단한 혁신이나 실험과 같은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린 데이는 그 단순함으로 위대한 밴드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던가. 이들의 매력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이수호 (howard19@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