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싶어하죠. 뜨거운 연애, 아름다운 사랑, 완벽한 결혼생활 등 ‘사랑’이라고 하면 꿈꾸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한두 가지 쯤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어떤가요. 팍팍한 삶에, 미래를 점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결혼은커녕 연애마저 유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어느덧 우리에게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언제든 내키지 않으면 발을 뺄 수 있는 ‘썸’이라는 관계만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눈앞의 힘든 현실을 인정하고 썸이라는 관계에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요?
『신 로맨스의 탄생』은 고전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들 나름의 현실 안에서어떻게 연애하고 사랑하고 이별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 권선징악과 효에 얽매인 뻔하고 재미없는 옛날이야기로만 생각되는 고전소설을 ‘로맨스’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읽어냅니다. 나아가 ‘썸’이라는 관계에서 벗어나 오늘날에도 적용할 만한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사랑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알려주는 사랑의 기술은 흔히 이야기하는 픽업 아티스트들의 테크닉과는 성질이 다릅니다.
잠깐의 눈속임으로 상대를 홀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과 신념, 진실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예를 들어 『흥보가』의 흥부와 그 아내가 가난 앞에서도 이혼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춘향전』의 춘향은 거지꼴이 되어 돌아온 몽룡을 보았음에도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만을 바라보았고,몽룡은 춘향이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주고 믿어주었기에 둘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 『신 로맨스의 탄생』에는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또 도전해 결국 이루어낸 고전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들이 사랑을 이루어낸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우리도 난무하는 썸을 넘어 단 하나의 로맨스라는 관문으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1999년 4월 20일 오후 12시 5분
나는 덴버 시내에 있는 내 사무실에서 장애 대학생 장학금 관련 회의에 참석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상 위 전화기에 메시지가 와 있다는 빨간 불빛이 깜박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혹시라도 회의가 취소되었다는 메시지일지 몰라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남편 톰의 긴장한 듯 거칠고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수전, 긴급상황이야! 빨리 전화해!”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목소리 톤으로 보아 우리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파도처럼 공황이 밀어닥쳤다. 귓가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울렸다. 둘째 딜런은 학교에 있고 형 바이런은 직장에 있을 시간이었다. 무슨 사고라도 났나?
톰이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 텔레비전 소리 들어봐!” 하지만 전화로는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큰일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몇 초 전에는 혹시라도 차 사고가 났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일이라는 말이었다. 전쟁이 났나? 공습이 있나?
“무슨 일인데"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수화기 너머에는 잡음과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 『나는 가해자의 엄마 입니다』 (수 클리볼드/반비) 中에서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6.10.10
존재가 시드는 방식에는 두가지가 있다.
썩는 것과 마르는 것.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한 뒤에도
물기가 남아 있으면 썩기 시작한다,
그것이 꽃이든, 음식이든, 영혼이든.
그러나 썩기 전에 스스로 물기를 줄여나가면
적어도 아름다움의 기억은 보존할 수 있다.
이처럼 건조의 방식은
죽음이 미구에 닥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선취함으로써
영속성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게 아름다움은
순간적인 매혹의 대상이 아니다.
어서 네 안의 물기를 말려버리라고,
피와 살을 증발시키라고, 어디론가 달아나라고,
늘 방부제나 건조제를 서둘러 찾았을 뿐이다.
마른 열매와도 같은 정신에
하루 빨리 도달하려고
젊음을 앞당겨 반납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책상 위에 마른 석류를 들여다보니
주변에 검붉은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몇 년째 썩지 않는 석류를 보며
'불멸'이라는 말을 떠올리기까지 했는데,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아, 육체란 얼마나 덧나기 쉬운 것인가.
견고해 보이는 고요와 평화 속에는
얼마나 많은 관능의 벌레들이
오글거리고 있는 것인가.
석류를 손에 들어보니
어느새 바람 빠진 공처럼 물렁물렁해져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삶이란
완벽한 진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차라리 안도했다.
그리고 내 풍장의 습관도
앞으로 몇 번이고 생명의 기습 앞에
무릎 꿇어야 하리라는 걸 예감했다.
.
.
사랑은 '매혹의 대상이 아니'라
'견고해 보이는 고요와 평화'속에서
'영속성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