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정체기를 벗어나가는 그룹
매너리즘에 갇힌 많은 아이돌들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던 것과 달리, 이들은 고리타분할지 모를 캐릭터를 끌고 가며 더 큰 박진감을 주고자 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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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는 동안 인피니트도 많은 노력을 기했다. 냉소적인 분위기의 「Bad」를 비롯해, 격정적인 구성의 「Back」까지. 익히 알고 있는 작곡가 스윗튠의 느낌을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편곡을 택해온 이들이다. 「Bad」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쪽으로 향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 노래고, 신보는 그 선례를 참고한 듯하다.

 

팀의 속도감을 즐겨왔다면 더욱 빨라진 급행열차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인피니트는 여전히 뜨겁고 듣는 내내 내면의 질주본능을 충족해준다. 촘촘히 쌓아올린 전자음과 현악 소리가 타이틀곡 「태풍」부터 휘몰아치듯 얽힌다. 성규와 우현의 보컬은 중요한 대목에서 피치를 높여 곡을 선명히 들리게 하고, 퍼포먼스 또한 날렵한 멋을 가졌다.

 

전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전성기만큼 앨범의 짜임새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잘게 쪼개진 곡들 사이에서 더 이상 「다시 돌아와」와 같은 펑키(Funky)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칼군무로 리듬감을 소화하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곱씹을수록 잘 어울렸던 노래다. 이제 그 자리에는 「AIR」과 「Zero」와 같은 빽빽한 곡들이 대신하여 음반의 온도를 높인다. 특히 유성처럼 시원하게 달려 나가는 「AIR」, 빠른 노래를 알차게 불러내는 멤버들의 가창은 성장을 인정하게 한다. 스윗튠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의 종착점이 성규의 록도, 인피니트 H의 힙합도 아닌 복잡한 일렉트로닉 댄스에 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시 「Destiny」, 돌고 돌아 거세진 「BTD」다.

 

따뜻한 인피니트 표 발라드 「고마워」를 비롯해, 매 앨범마다 관심을 가졌던 모던록 「One day」, 보다 성숙한 보컬을 담은 「True love」까지. 나머지 수록곡도 고른 수준으로 소개된다. 앞의 댄스곡이 과해서 듣기 어려웠다면 에너지를 천천히 늦춰주는 무난한 발라드 트랙을 권한다. 담백한 노래에서 신인만큼의 풋풋한 청(靑)을 뿜어낸다는 점은 꾸준히 이 팀의 미디엄템포 곡에 관심 갖게 한다. 랩을 줄이고 노래에 집중한다는 것도 자연스러움을 위한 노력이다.

 

매너리즘에 갇힌 많은 아이돌들이 곡의 분위기를 바꾸었던 것과 달리, 이들은 고리타분할지 모를 캐릭터를 끌고 가며 더 큰 박진감을 주고자 한다. 멤버 성열은 "또 집착하는 남자 얘기"라며 콘셉트가 반복되어왔음을 이야기했다. 이별의 상황에서 비스트는 순응하고. 방탄소년단이 달린다면 인피니트는 버려진 남자가 가슴을 잡고 오열하는 모습이다. 이 비장함이 때로는 부담스럽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아이돌 노래가 생각날 때 인피니트를 찾는다. 그 곡이 열기를 더해주는 「내꺼하자」이든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담은 「하얀고백」이든 말이다. 앨범은 그러한 뚝심으로 정체기를 벗어나가는 그룹의 현재를 담고 있다.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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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박진감 #콘셉트 #매너리즘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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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나무

2016.10.07

개인적으로 인피니트처럼 뚝심있는 앨범 좋습니다. 아이돌들 이미지 변신한답시고 노래 분위기 확 바꾸거나 스스로 작사작곡하면서 앨범의 질 떨어뜨리는 거 반대에요. 대중들이 그 가수를 좋아할 땐 지금까지의 모습이 좋아서 그런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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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16.10.05

이별의 상황에서 비스트는 순응하고. 방탄소년단이 달린다면 인피니트는 버려진 남자가 가슴을 잡고 오열하는 모습이라니 ㅎㅎ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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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